지난해 11월 29일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CU가맹점주협의회 소속 점주들이 상생신상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폐기 상품을 버리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1월 29일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CU가맹점주협의회 소속 점주들이 상생신상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폐기 상품을 버리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사진=연합뉴스

편의점 CU 지주회사 BGF가 배당 확대에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배당은 오로지 승계를 위한 것으로 직원도 주주도 등한시 하고 있다는 이유다. 주요 사업이 B2C(기업과 개인 간 거래)인 만큼 BGF 그룹의 승계전략에서 윤리경영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BGF 그룹은 지난달 2023년 잠정실적을 발표하며 결산 배당으로 1주당 ▲BGF 120원 ▲BGF리테일 4100원을 결정한 바 있다. 이는 BGF의 경우 전년보다 9.1% 증가, BGF리테일은 동일한 수준이다.

 

BGF “배당 결정, 실적 반영한 것”

배당액은 연간 실적 흐름과 동일하다. BGF의 지난해 매출액은 4432억원, 영업이익 706억원으로 추산됐다. 2022년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9%, 15.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BGF는 실적 호조 원인으로 자회사인 소재기업 BGF에코머티리얼즈의 케이엔더블유(반도체 특수가스 기업) 인수 후 연결 편입을 지목했다. 신사업 확대 수혜를 입은 셈이다.

BGF리테일은 높은 기저효과에 주춤했다. 2022년은 코로나19로 근거리 소비가 늘며 편의점 실적이 호조를 보인 영향이다. 매출액은 2021년 6조7812억원에서 2022년 7조6158억원으로 8000억원 넘게 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동분기 영업이익도 1994억→2524억원으로 26.6%나 급증했다.

지난해 실적도 매출액은 8조1948억원으로 전년 대비 26.6% 증가해 선방했으나, 영업이익은 2524억→2532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실적만 놓고 보면 회사의 배당액 결정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문제는 안팎으로 시끄러운 여론이다. 먼저 내부에서 곪은 종기가 터졌다. 최대 매출 실적에도 2022년 보다 성과급이 줄어들었다는 데 불만을 품은 직원들이 지난달 26~29일까지 트럭 전광판 시위를 벌였다. 사측은 경영 계획 달성률 등을 기반으로 모든 임직원에 공통된 성과급 지급 기준을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소폭 감소한 부분을 기준으로 삼았다.

주주들 시선도 곱지 않다. 특히 BGF 주주 일각에서는 분할상장, 주가 하락 등을 이유로 피켓시위나 홍석조 회장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심심찮다. 심지어 ‘BGF 주주연대’에서 3% 이상 주주를 모아 주주행동에 나서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2014년 상장한 BGF는 2017년 BGF리테일과 분할상장하며 주가가 흘러내렸다. BGF 주식은 분할상장 이전인 2017년12월7일 기준 1주당 7만9100원을 기록했다. 편의점 사업부를 인적분할해 BGF리테일로 상장한 당일 BGF 1주당 가치는 2만8550원으로 조사됐다. 주가가 분할 상장 이후 3분의 1 토막만 셈이다. 주주들이 일정 수준 배당에도 불만을 제기하는 핵심 요소 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BGF 관계자는 “올해 성과급의 경우 지난해 경영목표 미달 등으로 인해 전년 대비 소폭 낮아진 것일 뿐 업계 최고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당사는 경영 계획 달성률 등을 기반으로 모든 임직원에 공통된 성과급 지급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여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의 일반적인 수준의 배당 성향을 유지하고 있다”며 “배당 성향은 모든 주주들을 대상으로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며 배당 규모 결정 시 회사 수익, 투자 요인, 자금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고 말했다. 배당 성향(배당금/당기순이익X100)의 경우 BGF리테일은 작년과 동일한 수준이며 BGF는 오히려 낮아졌다는 해명이다.

 

직원‧주주 “모든 것이 승계 때문”

양측은 모든 원인이 BGF 그룹의 ‘승계 준비’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BGF 그룹의 부가 승계를 준비하는 지배주주 홍씨 일가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BGF 배당 결정으로 가장 수혜를 보게 되는 것도 홍석조 회장과 두 아들이다. 세 부자는 BGF 지분 절반 이상인 63.7%를 소유하고 있다.

지분에 비례해 배당금도 상당할 전망이다. 홍석조 회장은 37억원(지분 32.4%​), 장남 홍정국 부회장(20.8%)은 24억원, 차남 홍정혁 사장(10.5%)은 12억원의 배당금을 각각 받게 된다. 총 73억원에 달하는 거금이다. 자본시장에서는 이 배당금이 2세 승계자금으로 운용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5년여 전부터 승계 움직임을 포착했다. 2019년 홍 회장과 부인 양경희씨는 BGF 지분 9.51%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형식으로 장남 홍정국 부회장(당시 사장)에 넘겼다. 2022년에는 장남과 차남에 BGF 지분을 1002만5095주씩 블록딜 형태로 매각했다. 이를 통해 BGF 지분을 장남은 20.77%, 차남은 10.5% 보유하게 됐다. 현재의 지분 구조가 완성된 것이다.

본격적인 승계 움직임은 인사로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2024년 정기인사’에서 장남 홍정국 BGF 사장이 BGF 대표이사 부회장 겸 BGF리테일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승진을 본격적인 승계 신호탄으로 풀이했다. BGF리테일은 지난 6일 홍정국 부회장이 오는 2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복귀를 안건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차남 홍정혁 BGF에코머티리얼즈 대표이사는 2022년 11월부터 BGF 사장 및 신사업담당 등을 겸직하며 신사업 분야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장남은 지주사와 편의점, 차남은 신사업을 담당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승계를 위해서는 지분 확보가 필수다. 통상적으로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기 위해서 필요한 지분은 약 30% 정도다. 두 형제의 지분을 합하면 31.3%로 마지노선을 살짝 넘는다. 반면 홍정혁 대표는 BGF에코머티리얼즈 지분을 1.98% 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아 추가 매집 가능성이 높다. 또 한편으로는 지주사인 BGF 지분을 매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BGF가 BGF에코머티리얼즈 지분 65.09%를 보유한 1대주주이기 때문에 경영 안정성이 보장돼 있어서다.

홍 회장 BGF 지분을 두 아들에 블록딜 형태로 추가 매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홍 회장이 보유한 BGF 주식은 3100만9025주(32.40%)다. 지난 6일 종가(1주당 3820원) 기준으로 환산하면 1185억원에 달하는 상당한 액수다. 홍 회장이 이를 시장에 매각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주식 공급량이 급증해 주가 급락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자 일부 BGF 주주들은 홍 회장에 대주주로서 주가부양의 책임을 다하게 해야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기도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상생안을 두고 편의점업계를 정조준 한 것도 BGF에는 부담이다. GS25도 이와 관련한 잡음이 있었지만, CU는 반발 심했다. 지난해 11월 CU가맹점주협의회는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생신상제도가 점주에 마케팅 비용을 전가하고 상품 밀어내기를 강제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점주는 실질적인 도움을 호소하며 삭발 투쟁까지 벌이기도 했다. 이러한 일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편의점 상생안 검토를 들여다보게 됐다. 유통업계에서는 BGF가 향후 승계 등을 위해 민심 관리가 ‘반드시 해야할 숙제’가 됐다고 내다봤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이제 유행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며 “예전 관행이 모두 무너져 불투명한 의사결정은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직원도 이제 중요한 경영 파트너로 성과급 기준도 매출과 영업이익을 절반씩 반영하는 등 투명한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며 “투명한 원칙을 가지고 진정성 있는 ESG 경영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