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유통제약부장
이상훈 유통제약부장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위해 단호하면서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야말로 속전속결이다. 지난 2022년 10월 수면 위로 떠오른 의대 정원 이슈는 한동안 잠잠해지는 듯 했다.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의료계 반대가 극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전국 각 대학의 수요조사와 압도적인 찬성여론을 확인한 이후부터는 급물살을 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1일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의대정원 확대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반드시 ‘의료개혁’에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

그로부터 5일 후인 2월 6일엔 의사인력 확대 방안이 발표됐다. 당장 2025학년도부터 연간 2000명의 의대생을 더 뽑겠다는 내용이다. 의대 정원이 줄어든 2006년 기준 19년, 제주대 의과대학 설립(1998년) 이후로 보면 무려 27년만의 대수술이 단 1년 3개월 만에 현실화됐다.

물론 의료계를 달래기 위한 당근책도 포함됐다. 전공의 36시간 연속근무 축소를 통한 수련환경 개선, 전문의 중심의 병원 운영 전환, 의료사고 책임 면제를 담은 특례법 제정, 필수의료 및 지방의료 수가제도 개선 등이다.

예상대로 의료계 반발은 거세다. 특히 전공의 반발이 극단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1만여 명이 넘는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 가운데 8000여 명은 정부의 업무복구명령에 불응했다. 정부는 이들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절차에 돌입했다.

지극히 일반인 시각에서 전공의들의 집단 반발에 동정표를 던지는 여론은 많지 않다. 대다수 국민들은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과 같은 필수의료 붕괴 현장을 목격했다. ‘지방의료원은 수억원의 연봉을 줘도 의사를 구하지 못한다’는 실정도 국민 여론을 악화시키는데 일조했다. 국민 대다수가 의사수가 부족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전공의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여전히 불안한 미래가 전공의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지금도 열악한 환경에서 전문의 업무를 위임받아 고군분투 중인 게 전공의들이다. 이들은 의대 정원이 확대되고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가 실행되더라도, 이같은 의료현실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전공의들은 집단 사직서를 내면서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한들 저수가와 의료 소송 등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를 설치해 증원과 감원을 함께 논의할 것과 ▲수련 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등을 제안했다. 

돌이켜 보면 의대 정원 확대를 무조건 반대한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말하는 의료개혁 가운데 ‘무엇을 우선순위에 둬야 하느냐’가 핵심이다. 정부가 강조하는 의료개혁의 성공 여부는 미래의 전문의이자, 개원의인 전공의 역할에도 달려있다. 전공의들이 미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실효성 높은 당근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전공의가 없다는 이유로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현실이 바람직한지를 묻고 싶다. 내일은 환자들의 곁을 지킬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전공의들의 마지막 메시지에 답해야 한다. 법과 원칙에 따른 행정처분 통지서가 아닌, 적극적인 대화 의지 표현을 통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