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 후티와 미영 연합군이 홍해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현지 해저 인터넷 케이블이 훼손되어 세계 인터넷 업계가 들썩였다. 서방에서는 해저 인터넷 케이블을 훼손한 이들이 후티 반군이라 주장하지만, 후티 반군은 적극 부인하고 있다.

후티 반군. 사진=연합뉴스
후티 반군. 사진=연합뉴스

물류 대란 이어 인터넷 대란?
이스라엘 전쟁이 계속되며 홍해를 둘러싼 국제분쟁도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을 규탄하고 있는 후티 반군이 홍해를 오가는 서방 국가 선박들을 공격하는 가운데 양측은 무력까지 동원하며 치열하게 날을 세우고 있다. 세계 물류 이동의 허브로 불리는 홍해 상황이 불확실해지며 '물류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물류 대란'을 넘어 '인터넷 대란'도 벌어질 조짐이다. 미 CNN 등 외신은 4일(현지시간) "홍해 해저 케이블 3개가 훼손됐다"며 "아시아, 유럽, 중동 간 인터넷 트래픽 일부를 다시 설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홍해 해저 인터넷 케이블로 유럽과 아시아 등 많은 지역의 사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주요 인터넷 서비스들이 먹통되어 큰 불편을 야기했다는 설명이다. 가뜩이나 비트코인 랠리가 시작되며 수 많은 이용자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던 때라 그 피해는 더욱 막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해 해저에는 아시아-아프리카-유럽과 유럽-인도 인터넷을 지원하는 16개의 인터넷 케이블이 깔려 있다. 세계 인터넷 트래픽 17%를 책임지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아시아-아프리카-유럽의 경우 동남아시아에서 유럽을 오가는 인터넷 전략 자산으로 평가받을 정도다.

홍해를 항해하는 선박. 사진=연합뉴스
홍해를 항해하는 선박. 사진=연합뉴스

누구의 소행인가?
해저 인터넷 케이블 훼손의 범인은 아직 특정되지 않았다. 훼손 사실을 알린 허치슨 글로벌 커뮤니케이션도 이번 해저 케이블 손상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일어났는지 발표하지 않은 사태다.

AP 등 주요 언론사들은 후티 반군의 소행일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공격을 막으려 서방에 충격을 주기 위해 홍해 해저 인터넷 케이블을 훼손했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초 후티 반군이 홍해 인터넷 케이블을 파괴하겠다고 위협한 상태라 이러한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는 중이다.

후티 반군은 부인하고 있다. 반군이 통치하는 예멘 수도 사나의 교통부는 "영국과 미국 해군의 예멘에 대한 적대행위로 인해 홍해의 해저 케이블이 절단됐다"면서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 미국 및 영국 등 서방의 공작이라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제3의 범인을 지목하기도 한다. 영국 화물선 루비마르호가 후티 반군의 공격에 침몰하면서 해저 인터넷 케이블을 손상시켰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해저 케이블 설치 수심은 100m 정도로 얕아 침몰한 선박이 충분히 훼손할 수 있을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