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경민 기자.
유영상 SKT CEO. 사진=신경민 기자.

“마치 전기가 20세기 경제와 일상을 통째로 바꾼 것처럼 AI가 21세기 사업과 생활을 전면적으로 혁신할 것입니다.”

유영상 SKT CEO는 5일 연세대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AI 시대, ICT가 가야할 길’이라는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 이동통신 40주년 기념 토론회 축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 이동통신 서비스가 벌써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했다. SKT는 AI가 모든 영역에 걸쳐 패러다임의 변화를 촉발하는 상황에서 AI 피라미드 전략, AI 인프라 구축, 선도적인 AI 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AI 컴퍼니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이동통신 40주년을 맞아 그간 ICT 영역의 성과를 돌아보고 AI 시대에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달성하는 데 있어 ICT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마련됐다.

지난주 ‘미래가 먼저다’라는 주제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2024에서 계속 언급됐던 'AI를 활용하느냐'에 대한 고민은 이날 토론회에서도 이어졌다.

축사에 나선 윤동섭 연세대 총장은 “AI가 산업과 사회 모든 영역에 걸친 패러다임 변화를 촉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세계 주요국들은 글로벌 AI 주도권을 선점하고 AI로 자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오늘 토론회가 AI 시대에 한 발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며 연세대도 이 중요한 여정을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이젠 기술자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AI가 뻗어나갔다. 이에 국가, 기업, 대학 모두 AI 개발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40년간 대한민국의 이동통신… 앞으로의 정책 방향은?

이어 김경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관이 ‘이동통신 40년 성과와 향후 ICT 정책방향’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이동통신 기술의 발전 ▲통신 정책과 시장 구조의 변천 ▲ICT 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이동통신의 역사는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4년 통신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에서 이동통신은 초고속 광대역 서비스 제공을 위해 높은 주파수 대역으로 이동하면서 진화해왔다. 1세대 아날로그 이동통신 서비스으로 시작해 2세대에 SKT가 1996년 세계 최초로 ‘CDMA’ 방식을 상용화하는데 성공하면서 세계 이동통신사에 굵은 획을 그었다. 이후 IMT 2000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LTE 멀티미디어 서비스, 초고속·초광대역 융복합 서비스 등으로 발전해왔다.

그 안에서 시장구조의 변화도 있었다. 1980년대 독점시장에서 시작했다. 이후 IMF 이후 시장 개발이라는 외부 환경과 맞물려 신규 사업자들이 들어서면서 경쟁체계가 도입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 이동통신 3사 경쟁 구조로 재편됐으며, 2010년 이후에는 서비스에 대한 경쟁이 강화되면서 단말기지급제, 알뜰폰 제도 등이 시행됐다.

1984년 말 2658명에 불과하던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2023년 12월 기준 8389만명으로 늘어났다. 2007년 등장한 스마트폰 보급률은 LTE와 5G를 포함해 97%에 달한다. 급격한 변화의 물결을 이어오며 40년을 맞은 이동통신은 AI 시대를 맞아 또한번 거대한 변혁의 흐름을 맞았다.

역사를 톺아보면서 김경만 통신정책관은 앞으로의 ICT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통신 시장 경쟁구조 개선 및 경쟁 활성화를 통한 국민 편익 증진과 유무선 통신 인프라 고도화 ▲차세대 네트워크인 6G와 관련해 SW 중심 미래 기술 트렌드를 반영하는 6G 기술 개발∙표준화 주도 및 Pre-6G 시연 및 조기 상용화 ▲AI 혜택을 국민 삶 전반에 확산시키는 ‘AI 일상화’ 본격 확산, 혁신 AI 인프라 고도화, 글로벌 AI 파트너십 확장 등 세 가지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진=신경민 기자.
사진=신경민 기자.

AI 시대, ICT가 나아갈 길은?

이어 권남훈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AI 시대, ICT가 가야할 길: 전망과 과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권 교수는 이동통신 40년의 명과 암, 이동통신 산업의 미래, AI 발전과 이동통신, ICT 정책이 가야할 길 순으로 발표를 진행했다.  

먼저 한국 통신 산업의 역할을 짚었다. 권남훈 교수는 “1979년 유선전화 가입자 수 230만 명, 신규 수요가 있어도 40%만 가입이 가능했던 그 시절에서 한국이 ICT 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이동통신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또한 앞서 김경만 통신정책관이 강조했던 ‘경쟁구조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기도 했다.

권 교수는 이동통신이 음성 중심(1차 진화)에서 데이터 및 멀티미디어(2차 진화)를 넘어 5G/6G기반 융합 서비스(3차 진화)로 확장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진단의 연장선에서 그는 “융합 시대의 ICT 정책은 이동통신 중심의 생태계에서 서비스∙기기∙플랫폼∙ 콘텐츠가 대립적 구도를 벗어나 선순환 고리를 회복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통신의 진화는 자율주행차, 도심항공교통, 로봇, 메타버스, 홀로그램, 확장현실, 디지털 트윈 등이 현실화되도록 돕는다는 설명이다. 

또한 ‘아이폰 충격’을 비유하면서 AI 시대의 비전을 전망했다. 즉, 인간이 이미 하면서 불편함을 몰랐던 일도 한 번 아이폰이 도입된 후에는 그것없이 살 수 없게 된 것처럼, ‘킬러 어플리케이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유력 후보로 나의 ‘비서’나 ‘분신’과 같은 역할을 하는 존재를 꼽았다.

현재 통신3사의 LLM 전략도 살펴봤다. SKT는 글로벌 통신사들과 ‘텔코 AI 플랫폼’을 구축해 통신 특화 다국어 LLM을 개발하고 있으며, KT는 글로벌 LLM 사업 모델을 발굴하면서 태국어 LLM 개발 등 비영어권 국가를 공략 중에 있다. LG유플러스는 초거대 AI ‘엑사원’에 LG유플러스 데이터를 학습시킨 통신 특화 LLM을 개발 중이다.

권 교수는 통신3사의 AI 전략 중 SKT의 행보에 주목했다. 실제 SKT는 2028년까지 매출 중 AI의 비중을 36%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AI 시대에 적절한 대응 여부가 기업, 산업, 국가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했다. 권 교수는 “글로벌 빅테크와의 초거대 LLM 모델 경쟁을 위해 ▲AI 응용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을 해소하고 ▲통신사업자들은 통신을 넘어서 AI와 접목함으로써 B2B, B2C 영역의 AI 전환에 조력자(enabler)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후 토론에서는 조신 연세대 교수 주재로 여섯 명의 전문가가 다양하고 심도 있는 토론을 벌였다. 먼저 이동통신 분야에서 정부 정책, 연구소∙제조업체의 기술 개발, 이동통신사업자의 적극적 투자가 조화를 이뤄 지난 40년간 이동통신뿐 아니라 ICT 전반에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는 데 모든 토론자가 공감을 표했다.

또한 이런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정부, 공급자, 개별 참여자 위주 정책보다는 시장, 소비자, 전체 생태계 친화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산·학·연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을 넘어 AI 전환을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기업들의 주도적 노력, AI 인프라 구축, 정부의 산업 육성 패키지, 규제 완화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연세대 바른 ICT연구소의 김범수 연구소장은 “AI의 발전은 우리 삶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되지만, 한편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위험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으므로, AI가 가져올 변화에 대한 예측과 이에 대한 차분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대한민국이 만들어 갈 AI 시대의 경제∙사회 질서와 산업 생태계의 청사진 및 구체적 정책 방안들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