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한 빌딩 공사 현장. 사진=윤주혜 기자
국내의 한 빌딩 공사 현장. 사진=윤주혜 기자

최근 국내 상장 공모 리츠(리츠주)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투자 자산군 별 리츠주의 가격대는 상이한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국내 오피스형 리츠주에 비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주는 여전히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KRX 리츠 TOP 10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91% 오른 803.54를 기록했다. 지난달 5일 774.31에서 한 달 만에 3.88%(29.23포인트) 오른 셈이다. 

리츠는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이다. 투자자들로부터 확보한 자금으로 부동산 등의 자산에 투자한 뒤 임대료와 매각 차익으로 얻은 이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구조다. 실물 자산을 보유한 데다, 연간 배당수익률이 5%대 이상으로 높아 투자자들에게 인기 있는 안전 자산으로 꼽힌다. 이 중 상장 공모 리츠의 경우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어, 최근 부실 우려가 불거진 부동산 펀드와 달리 언제든지 자금을 넣고 뺄 수 있다. 

그간 장기화된 고금리 상황 속 리츠주는 하락세를 이어왔다. 리츠의 은행 대출 이자가 증가하면 상품 운용시 발생하는 부대비용도 증가해, 확보할 수 있는 배당금 규모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리츠 투자에 대한 분위기가 달라졌다. 여기에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일 리츠 배당기준을 개선하는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국내 리츠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이에 국내 리츠주들도 일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시세는 부진한 상황이다. 

5일 종가 기준 국내 상장 리츠 23개 가운데, 공모가(5000원)를 웃도는 주가를 기록 중인 리츠주는 삼성FN리츠(5050원), 신한알파리츠(7240원), 한화리츠(5040원)로 3개에 그쳤다. 

이밖에 코람코더원리츠(4975원),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4990원)도 공모가를 소폭 하회하기는 했지만, 비교적 가까운 수준을 기록했다. 

이들 리츠주의 공통점은 모두 국내 수도권 오피스를 투자 자산으로 담고 있다는 점이다.  

신한알파리츠는 서울 남대문 HSBC빌딩, 중구 신한L타워 등에 투자하며, 삼성FN리츠는 서울 강남구 대치타워와 중구 에스원빌딩 등에 투자하고 있다. 한화리츠는 여의도 한화손해보험빌딩, 한화생명 노원사옥 등을 자산으로 담고 있다. 

반면 미래에셋글로벌리츠(3235원), SK리츠(4075원), 롯데리츠(3195원), KB스타리츠(4075원), 마스턴프리미어리츠(2950원), 제이알글로벌(4145원) 등 해외 자산을 담고 있는 리츠주들은 모두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 

신한알파리츠가 담고 있는 신한L타워 전경. 사진=신한알파리츠
신한알파리츠가 담고 있는 신한L타워 전경. 사진=신한알파리츠

업계에서는 최근 불황을 겪고 있는 해외 부동산 시장과 달리, 견고한 흐름을 보이는 국내 수도권 오피스 관련 리츠주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 코리아가 지난달 발표한 '2023년 4분기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3대 권역 대형오피스 평균 공실률은 1.5%로 전 분기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해당 기간 임대료도 큰 폭 상승했다. 서울 3대 권역의 오피스 명목임대료(계약서상 임대료)는 ㎡당 평균 3만4472원으로, 전 분기 대비 1.6% 상승했다.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8.8%로,  CBRE 코리아가 조사를 시작한 200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확산으로 주요 도시 내 오피스 빌딩 공실률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상황과 상반된다. 실제 지난 4분기 미국 오피스의 공실률은 19.6%로 역대 최고치(19.3%)를 갈아치웠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좋은 업무 환경을 갖춘 수도권 오피스에 대한 수요가 굉장히 높다. 코로나19 종식 후 미국처럼 재택근무가 공공연하게 늘어난 상황도 아니다"며 "언젠가 한국은행에서 분명히 금리를 인하할 것임을 고려할 때, 가격대가 안정적으로 형성돼 있는 국내 오피스형 리츠주에 투자한다면 향후 시세 차익과 더불어 안정적인 배당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2024년 국내 리츠의 주가 리레이팅을 기대한다"며 "이제는 AMC(자산관리회사)의 자산운용 능력에 기인한 개별 리츠의 성장성과 차별화를 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용산 더프라임타워의 성공적 매각 이후 HSBC빌딩을 매입하며 능력을 입증한 신한알파리츠와, 도심 주유소 부지에 코리빙 사업을 새로 시작한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의 차별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