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글로벌 IT전시회 LEAP 2024에 참가해 Global Tech Convergence Company라는 컨셉을 바탕으로 검색•초대규모AI•클라우드•데이터센터•로보틱스•자율주행 등 ‘K-테크’를 알리는 별도의 전시공간을 마련했다고 5일 밝혔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가 '미래 도시를 위한 테크 컨버전스(Tech Convergence for Future Cities)'를 주제로 AI, 로보틱스, 자율주행, 클라우드, 디지털 트윈, XR 등 팀 네이버의 글로벌 기술 경쟁력과, 이를 기반으로 한 미래 스마트시티의 청사진을 공유하는 키노트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세계 최초의 웹 플랫폼 기반 로봇 전용 OS ‘아크마인드(ARC mind powered by Whale OS)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네이버 부스. 사진=네이버
네이버 부스. 사진=네이버

아크마인드는?
아크마인드는 네이버클라우드 웨일의 웹 플랫폼 기술, 네이버랩스의 로봇 소프트웨어 기술을 결합해 만든 OS다. 로봇의 위치 및 움직임 제어, 판단이 필요한 자율주행 서비스 등을 웹으로 구동할 수 있는 전용API를 제공하며 오픈소스 프레임워크인 ROS와 통신할 수 있는 전용 API도 제공한다. 나아가 도커(Docker) 환경에서 AI 서비스를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로봇 전용 기능도 지원할 예정이다.

로봇 HW 및 응용 SW를 제어하고 모니터링하는 다양한 기능도 제공한다. 도난당한 로봇의 데이터를 초기화하거나, 서버에서 CPU 온도 및 스토리지 용량 제어 등도 가능하다.

쉽게 말해 로봇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플랫폼이자 생태계며, 그 중심을 관통하는 핵심 SW로 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28년 435억달러 규모로 커질 글로벌 로봇 시장을 정조준하는 한편, 9억9191만달러로 팽창할 로봇 OS 시장을 석권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아크마인드에는 더 큰 그림이 그려져 있다. 생성형 AI 기술 등이 효과적으로 담길 수 있는 로봇의 '영혼'에 집중해 단순 HW가 아닌 SW 측면에서 판을 흔들려는 시도기 때문이다. 

생성형 AI 기술은 다양한 영역에서 그 위력을 자랑할 것으로 보이며 그 유력한 후보군 중 하나가 바로 ICT SW 기술과 현실의 접점인 로봇이다. 그리고 아크마인드는 그 로봇 '생태계'의 SW이자 OS로 활동하며 HW로 이어지는 ICT SW 기술과 현실의 교집합을 영악하게 장악할 수 있다는 평가다.

네이버는 아크마인드를 통해 안드로이드의 구글과 iOS의 애플을 꿈꾸는 셈이다. HW 로봇 기술 자체에도 주목하지만 그 보다는 근원적 '영혼'인 OS 아크마인드를 통해 다수의 HW 로봇들을 담아내려고 한다. 여기에 수 많은 개발자들을 로봇 OS로 끌어올 수 있는 마중물의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다.

아크마인드. 사진=네이버
아크마인드. 사진=네이버

비밀무기는 '웹'
네이버 아크마인드가 성공하려면 안드로이드와 iOS가 이뤄낸 범용 생태계를 구축해 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아크마인드로 몰려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또 다른 비밀무기가 나온다. 바로 개방형 웹 플랫폼 기반이다. 

실제로 아크마인드는 웹 기술 기반으로 특정 OS에 종속된 개발도구를 쓰지 않아도 웹 생태계에서 로봇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엄청난 강점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두툼한 인력풀을 자랑하는 웹 개발자들에게 로봇 OS 생태계로 뛰어들 수 있는 입장권을 제공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네이버도 아크마인드를 오픈 웹 생태계로 조성해 사실상 무료에 가까운 입장권을 뿌릴 기세다. 당장 네이버 1784에서 운영 중인 로봇 서비스에 도입되어 안정화한 뒤, 파트너십을 통한 확장을 진행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지속적인 W3C 웹 표준화 노력, 오픈소스 및 스토어 제공 등을 통해 오픈 생태계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웹 플랫폼 기술은 특정 기기나 OS의 제약을 받지 않아, 디스플레이와 네트워크만 있다면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될 수 있어 확장성이 무궁무진하다. 

네이버가 아크마인드를 웹 기반 생태계로 매끄럽게 끌어낼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네이버의 성장 정체성이 '웹'에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웹 생태계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네이버는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해 온 웹 플랫폼 기술을 활용, 2017년 웨일 브라우저를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듀얼 탭 ▲퀵 서치 ▲퀵 번역 ▲사이드 바 등 브라우저 자체의 편의기능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금융, 여행 등 다양한 분야의 파트너들과 협업해 ‘확장앱’ 생태계를 활성화하며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웨일은 이용자가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브라우저’ 서비스에서 나아가, 다양한 웹 기반 서비스에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웹 서비스 플랫폼’으로서 외연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다.

정리하자면 네이버의 성장에는 웹 기술이 있었고, 그 성과는 웨일을 통해 만개한 바 있다. 여기서 네이버는 그 웹 기술을 로봇 OS에 적극 도입해 개방형 플랫폼으로 끌어내고 있으며 그 결실이 바로 아크마인드인 셈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 사진=네이버
최수연 네이버 대표. 사진=네이버

글로벌 팀 네이버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취임 당시 글로벌 3.0 전략을 강조한 바 있다. 멀티플 시너지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팀 네이버의 끈끈한 조직력을 극대화시키는 방안이다.

그 연장선에서 네이버의 글로벌 전략은 웹툰 등 콘텐츠와 포시마크의 이커머스 등 SW에 주로 치우친 바 있다. 팀 네이버 각자의 역량을 모아 멀티플로 글로벌 시장을 가동하는 것을 핵심으로 삼아 외부로의 팽창에 나서며 그 핵심무기로 SW 서비스 집중한 셈이다.

아크마인드도 비슷한 결이다. HW 로봇 기술력이 아닌 OS인 아크마인드를 바탕으로 하는 SW 측면의 진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한 서비스가 아닌 생태계 플랫폼적 측면이라 특히 시선이 집중된다. 근본적인 기반 인프라를 흔드는 전략임과 동시에 네이버는 물론 기존의 한국 ICT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접근이라는 평가다.

그 어려운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네이버는 초창기 서비스부터 시작해 웨일OS까지 연마한 웹 기술을 개방형으로 풀어내는 승부수를 던졌다. 멀티플 전략으로는 최근 네이버클라우드를 바탕으로 삼아 디지털 트윈으로 접점을 크게 키우는 사우디에서 판을 벌이기 시작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번 아크마인드 승부수를 두고 단순 로봇 OS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편 네이버는 로봇 OS를 넘어 HW 측면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장에서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와 진행 중인 차세대 로봇 플랫폼 협력에 대해서도 새로 공개됐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온 칩(SoC), 이미지 센서 등의 반도체 솔루션을, 네이버는 OS와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하나의 로봇 엣지 컴퓨팅 플랫폼(Robotics Edge Computing Platform)에 통합 구현하려는 프로젝트이다. 이 협력을 통해 로봇 대중화를 빠르게 앞당기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