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유럽연합(EU)으로부터 3조원에 육박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4일(현지시간) 반(反)독점법을 근거로 애플에 전 세계 매출의 0.5%에 해당하는 18억4000만유로(약 2조7000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애플이 음악 스트리밍 앱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소비자가 더 저렴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기회를 차단하는 등 불공정 관행을 일삼았다는 판단에서다.

EU 집행위는 또 불공정한 관행을 즉각 시정하라고 명령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애플은 지난 10년간 음악 스트리밍 앱 개발자들을 상대로 계약상 '다른 결제방식 유도 금지' 규정을 적용해 개발자가 소비자에게 더 저렴한 구독 옵션을 알리는 것을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에서 음악 스트리밍앱을 이용자는 가능한 다른 선택을 알지 못했다"며 "이는 EU 반독점 규정에 따라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애플은 이용자들이 앱스토어에서 음악이나 게임 등을 구매할 때 자사 결제시스템만 이용하도록 하는 인앱결제를 강제해 거래액의 약 30%를 수수료로 떼왔다. 같은 구독 서비스라도 인앱결제 시 발생하는 수수료가 소비자에게 전가돼 개발자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결제할 때보다 더 비싸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날 결정은 세계 최대 음악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의 제소 이후 5년 만에 나왔다.  스포티파이는 2019년 애플의 독점적 앱스토어 운용 정책 탓에 월간 구독료를 올려야 했다면서 문제를 제기했다. 

애플은 즉각 반발해 EU 일반법원에 과징금 부과 취소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애플은 성명에서 "소비자 피해에 대한 신뢰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는데도 이뤄진 결정"이라며 "경쟁적이고 빠르게 성장 중인 시장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유럽에서 애플 앱스토어가 아닌 다른 앱스토어에서도 앱을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하고, 결제 수단도 다른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키로 했다.

EU 집행위의 이번 결정은 오는 7일 본격 시행되는 디지털시장법(DMA)에 따른 빅테크 규제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DMA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한 규모의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 키퍼'로 지정해 규제하는 법으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 미국 빅테크 다수가 게이트 키퍼로 지정됐다.

게이트 키퍼로 지정된 기업은 자사 앱스토어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앱을 제한 없이 내려받을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하고, 자사 서비스를 통해 얻은 개인 정보를 다른 서비스 사업에서 활용할 수 없게 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연간 매출액의 10~20%의 과징금을 물게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