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월인데 돌아보니 지난 2개월이 정신없이 지나갔습니다. 나이 들어서 집 짓거나 이사하지 말라는 말이 있듯, 1월에 이사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더구나 아들과 며느리의 갸륵한(?) 뜻을 존중, 아들네와 합가를 하다 보니 이사가 두 배는 힘들었습니다. 2월 초에는 베트남에 나가 있는 딸 내외가 손자와 함께 우리 집으로 들어와 일곱 식구가 복작복작했습니다. 집사람과 둘만 살다가 살맛은 났지만 개인적인 시간이나 생각을 거의 가질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분주했습니다. 베트남으로 아이들이 떠나고, 이제 또 잠시 피해 있던 아들 내외가 다시 들어와 추가 짐 정리를 하고 있으니 이사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그 덕분이었을까요? 더운 나라서 온 손자가 먼저 감기에 걸렸고, 떠나자마자 손자와 늘 붙어 있었던 집사람, 나 순으로 전파되어 감기를 앓았습니다. 손자는 모두가 자기를 예뻐하는 즐거운 나들이에 제대로 맞는 겨울 추위에 감기로 큰일을 겪었다 치는데, 나와 집사람은 웬지 어느덧 약한 고리가 된듯해 기분이 묘했습니다. 그건 최근 집사람과 주고받은 얘기의 뒤 끝이라서 더 그랬나 봅니다.

주변 선후배들과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누며 자식들 얘기를 주고받다가 우리 아들 내외의 합가 계획을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반응은 다 달랐습니다. 집사람이 힘드니 정중히 거절하라는 의견부터 이왕 결정했다면 조심하며 살아보라는 의견까지. 그럼에도 요약되는 한마디는 아들 내외를 향한 기대되는 청춘들이라는 말이었습니다. 당연히 실제 가장 부담을 느낄 아내와 여러 차례 다양한 얘기들을 나누었습니다. 결론은 아이들에게 행복하게 살라고 백번 말하는 것보다 우리가 재미있고 행복한 모습을 보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려면 이 나이가 되면 자식들에게 우리가 가르쳐 줄 것이 별로 없다는 한계를 빨리 깨닫고, 우리만 잘 살면 된다고 생각하자고 했지요. 살아보니 실제로 어떠냐구요? 얼마 안 되어 서로 적응 중에 있지만 아직까지는 재미있습니다. 최근 감기에 걸린 것은 우리가 육체적으로 무리를 해서였겠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뜬금없이 손자와 보름여를 거의 붙어 있어서 그랬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도 다 큰 자식들과 살면서도 혹시 적정 거리 문제가 우리의 약한 고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몰려왔습니다.

열두 개 창으로 숲을  보는 마음, 가족 간에도 가져야 할 마음인듯!
열두 개 창으로 숲을 보는 마음, 가족 간에도 가져야 할 마음인듯!

나무의 육아법에 대한 글이 생각납니다. 어미 나무의 그늘 밑에서 자식 나무는 충분한 햇빛을 받을 수 없기에 큰 나무로 자랄 수 없다는 것을 어미 나무들은 잘 알고 있지요. 그래서 나무들은 씨앗인 자식들을 바람, 새, 곤충 등의 힘을 빌어 가급적 멀리 보내려 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소나무는 씨앗이 최대한 멀리 갈 수 있도록 가지 제일 높은 곳에 열매를 맺고는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 미련 없이 씨앗을 날려 보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다짐이 희미해지면 아내와 무슨 암호처럼 소나무, 소나무 하면서 정신을 차려 적정 거리를 두면서 건강하게 아들 내외와 지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