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빅테크 시장의 '특이점'이 시작된 가운데, 시장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시도부터 이슈의 패러다임을 흡수하려는 이들의 난타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최근 열린 AI 서밋에서 영국 수낵 총리와 대답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사진=연합뉴스
최근 열린 AI 서밋에서 영국 수낵 총리와 대답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사진=연합뉴스

"잘 되니까 이제 와서" "인류 아닌 이윤 추구한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오픈AI의 샘 올트먼이 법정 공방에 휘말렸다. 일론 머스크가 2월 29일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영리사업이 회사 설립 당시의 계약을 위반했다며 미국 샌프란시스코 고등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는 2015년 샘 올트먼 등과 오픈AI 설립에 참여했으며 막대한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그러나 동행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8년 당시 오픈AI가 지나치게 영리화됐다는 이유로 발을 뺐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의 빈 자리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차지했다. 2019년부터 오픈AI에 투자를 시작해 현재 49%의 지분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후 오픈AI는 지난해 샘 올트먼의 CEO 해직 및 복직을 거듭하며 급격한 AGI 로드맵에 시동을 걸었다. 챗GPT는 물론 큐스타 프로젝트까지 추진하며 강력한 AI 로드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는 이 지점을 문제삼았다. 소장을 통해 오픈AI가 MS와 긴밀한 관계를 보이면서 회사의 당초 설립 약속인 오픈소스AI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초 비영리 기구로 탄생한 오픈AI의 취지가 훼손됐으며, 올트먼이 오픈AI에서 불법적으로 번 돈을 포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아가 자신이 2016년 1500만달러, 2017년에도 2000만달러를 후원했기에 현재 오픈AI의 폭주를 제어할 자격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샘 올트먼의 오픈AI가 인류가 아닌 이윤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 비판했다.

오픈AI는 반발하고 있다. 오픈AI 최고전략가(CSO) 제이슨 권은 머스크의 고소를 두고 자신이 공동창업한 회사에 남지 않고 떠난데 대한 후회가 크기 때문이라 일축한 뒤 "일론 머스크는 오픈AI를 키워 테슬라와 합병하려고 시도했으며, 흑심이 있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연합뉴스

AI 반도체 신경전
샘 올트먼과 엔비디아의 젠슨 황 기류도 미묘하다. 두 사람 모두 UAE 두바이에서 2월 12일(현지시간) 열린 2024 세계정부정상회의(WGS)에 참석한 가운데 젠슨 황이 "많은 나라들은 다른 국가나 민간 기업이 자국의 AI 인프라를 구축하도록 허용하면 안된다"면서 "각자의 문화를 보호하면서 AI의 경제적 잠재력을 이용하려면 모든 나라가 각자의 AI 인프라를 보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 발언 자체는 이상할 것이 없지만 업계에서는 이 메시지가 샘 올트먼을 저격한 것으로 본다. 그가 자체 AI 반도체 필요성을 강조하며 천문학적인 자금을 조달하려 노력하는 가운데, H100과 같은 범용 AI 반도체를 가진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오픈AI에 잡아 먹히지 말고 각자의 AI 인프라를 구축하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샘 올트먼의 오픈AI가 자체 AI 반도체를 가지면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AI 시장을 장악할테니, 이에 대비하라는 뜻이다. 범용 AI 반도체를 가진 엔비디아의 위기의식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젠슨 황은 나아가 AI 반도체 수급 비용이 부담되어 자체 로드맵을 구축하려고 한다는 샘 올트먼의 행보에도 제동을 걸었다. 당장 젠슨 황은 AI의 천문학적인 비용을 우려하는 이들에게  "컴퓨터가 더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 컴퓨터의 양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며 "더 빠르게, 빠르게, 빠르게 제조하는 반도체 산업 덕분에 AI 비용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화상으로 대담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화상으로 대담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I 반도체 수급 비용이 부담되어 자체 AI 반도체를 만들겠다는 샘 올트먼의 주장에, 젠슨 황은 "그럴 필요 없다"고 날을 세우는 한편 각 국의 AI 인프라 확충이라는 메시지로 오픈AI에 추가 견제구를 날린 셈이다. AI 반도체 전략에 있어 꾸준히 협력하던 양사의 관계에 균열이 벌어지는 순간이다.

한편 AI 반도체 수급전에 있어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도 깜짝 발언으로 화제가 됐다. 최근 한국을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지나친 TSMC 의존도를 어필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반도체 수급에 있어 글로벌 2위 파운드리 사업자인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강조한 멘트다. TSMC 의존도가 너무 높은 상태에서 삼성전자의 중요성을 강조한 '레토릭'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마크 저커버그 역시 샘 올트먼처럼 자체 AI 반도체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MTIA(Meta Training and Inference Accelerator)라고 하는 자체 AI 반도체 계획을 밝힌 후 맞춤형 AI 반도체 로드맵에 드라이브를 걸었기 때문이다.

TSMC가 글로벌 파운드리 최강자라는 것을 고려하면 그 메시지 자체가 묘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류더인 TSMC 회장이나 웨이저자 CEO 모두 일단은 침묵을 지키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중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방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방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영원한 맞수" 선다 피차이, 사티아 나델라
구글의 선다 피차이와 MS의 사티아 나델라도 앙숙이다. 

최근 제미나이AI의 이미지 생성 오류로 외부의 비판은 물론 내부 직원들로부터 사퇴 압박까지 받고있는 선다 피차이는 반독점 소송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미국 38주 법무장관의 공동 소송에서 시작된 반독점 소송은 '구글 쪼개기'까지 불사하는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선다 피차이 구글 CEO. 사진=연합뉴스
선다 피차이 구글 CEO. 사진=연합뉴스

MS의 사티아 나델라는 일찌감치 '구글 저격수'로 나선 상태다. 지난해 9월 12일(현지시간)부터 심리가 시작된 가운데 사티아 나델라는 지난해 10월 2일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의 증인으로 참석해 구글의  시장 독과점 현상을 직격했다. 

그는 무려 3시간 30분이나 이어진 증언에서 "지난 7월 기준 구글은 전세계 검색 엔진 점유율 83.4%를 장악하고 있다"면서 "현재의 인터넷은 오픈웹이 아닌 '구글웹'일 뿐"이라고 비꼬았다. 구글이 지나치게 많은 검색 점유율을 장악해 모두에게 열려야 하는 인터넷 세계를 구글 제국으로 바꿨다는 주장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 사진=연합뉴스
사티아 나델라 MS CEO. 사진=연합뉴스

특히 애플 등 핵심 스마트 기기의 기본 검색엔진 설정이 구글로 정해진 것을 두고 "기본 설정이라는 것은 검색 행위에 영향을 주는 유일한 변수"라고 말했다. 구글이 하드웨어 스마트 기기의 기본 설정을 장악해 사실상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