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차징 스테이션. 사진=BMW 코리아
BMW 차징 스테이션. 사진=BMW 코리아

전기차 보급을 막는 장애물로 늘 손에 꼽히는 것이 있다. 바로 부족한 충전 인프라다. “전기차는 충전이 불편하다”는 보편적 인식으로 인해, 국내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주춤해지기 시작하자 완성차 기업들이 직접 충전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 보급 대수는 50만대를 넘어섰지만, 전기차 충전기는 25만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보급 대수를 420만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만큼, 약 100만대 이상의 충전기 추가 설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충분하지 않은 충전 인프라로 인해 전기차 구매를 꺼리거나, 전기차를 구매했더라도 다시 내연기관차로 돌아가겠다는 소비자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산업 전시회를 개최하는 EV트렌드코리아가 지난 6일부터 26일까지 전국 5942명을 대상으로 전기차 선호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전기차를 현재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1084명 가운데 28%는 전기차의 가장 큰 불편함으로 충전 인프라 부족을 꼽았다.

중고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도 지난 1월 전국 2090명을 대상으로 올해 자동차 구매 계획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6.8%만이 전기차 구매를 원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전기차 선호도(28.2%)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엔카닷컴 관계자는 “하이브리드는 비교적 꾸준한 선호를 보이고 있지만, 전기차는 부족한 충전 인프라 등 여러 환경 여건으로 인해 2년 전 보다 선호도가 다소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 전기차 판매 위한 완성차 업체들의 ‘초석 다지기’

이전까지 정부와 일부 중소기업들이 전기차 충전 사업을 주력으로 전개했다면, 이제는 완성차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전 인프라 구축이 결국 전기차 구매를 유인할 것이란 기대에서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내 포터 EV를 출고하는 섬 지역 거주자를 대상으로 60만원 상당의 7kW 가정용 전기차 완속 충전기와 100만원의 설치비를 지원한다고 29일 밝혔다. 지난해 3월에는 국내 전기차 충전 생태계의 양적, 질적 성장을 위해 대규모 주거시설인 아파트를 대상으로 충전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당시 현대차는 현대엔지니어링, 우리관리와 손 잡고 아파트 충전기에 전기차 충전 서비스 플랫폼(E-CSP)을 도입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400kW급 급속 충전이 가능한 고출력 충전 허브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내년까지 25곳의 충전소와 150기의 충전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고출력 충전 허브는 개방형 충전소로 모든 전기차 운전자가 이용할 수 있다. 구체적인 충전 시설 구축 계획과 장소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BMW 코리아는 2022년 말부터 전국 주요 도시에 전기차 충전 거점 시설인 ‘BMW 차징 스테이션’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1119기의 충전기를 보유하고 있다. BMW 코리아는 올해 ‘차징 넥스트’ 프로젝트를 가동해 연내 총 2100기 규모의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한국 내 수입차 브랜드가 보유한 전체 전기차 충전기의 50% 가량에 해당한다고 BMW 코리아는 설명했다.

◆ 성장 가능성 보고 뛰어든 비(非) 자동차 기업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2022년 263억달러(약 35조원)였던 글로벌 전기차 충전 시장 규모가 2032년 2800억달러(약 374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 평균 24.7% 상승세다. 전기차 충전 시장 규모가 점차 커질 것이라는 가능성에  비(非) 자동차 기업들도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6월 카카오모빌리티와 전기차 충전 사업을 위한 합작 투자 계약을 체결하며 전기차 충전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아파트와 건물 주차장 내 천장형 전기차 충전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는 LG유플러스는 2026년까지 총 5만기의 충전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SK그룹의 경우 전기차 충전 기업을 인수해 사업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SK그룹은 급속 충전 업체 ‘에스에스차저’를 인수해 SK일렉링크를 재출범하고, 충전기 보급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최근에는 무선 충전 기업 ‘와이트리시티’와 함께 케이블 없이 무선 충전이 가능한 국산 전기차 개조에 성공했다.

그 밖에도 GS칼텍스와 LS그룹도 전기차 충전 사업에 뛰어들어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전기차 판매 초석을 다지려는 완성차 기업들과 궁극적인 목표는 다르지만, 경쟁적으로 전기차 충전 사업에 뛰어들어 시장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