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만에 한국을 찾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28일 저녁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났다. 고 이건희 회장을 기리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승지원에서 이 회장과 한식 만찬을 했으며, 현장에는 저커버그의 아내인 프리실라 챈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XR은 물론 AI 반도체 수급과 관련된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는 말이 나온다.

승지원 만찬 후 이동하는 저커버그. 사진=연합뉴스
승지원 만찬 후 이동하는 저커버그. 사진=연합뉴스

AI 반도체 전략 키우나
저커버그는 약 10년 전 방한 당시 이재용 회장과 만나 장기간 협력 방안을 모색했고, 고 이건희 회장이 타계했을 당시 직접 추모 이메일을 보내는 등 돈독한 사이를 유지한 바 있다. 이후에도 수시로 사적 연락을 하며 많은 의사소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문을 통해서도 다양한 협력 방안이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XR(혼합현실) 및 AI 반도체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는 대화가 이뤄졌다는 말이 나온다.

메타는 최근 제한적 파라미터 AI 전략을 버리고 본격적인 초거대 AI 경쟁에 뛰어들며 H100을 무려 34만개나 구매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올해 자체 AI 반도체를 자사 데이터센터에 탑재할 것이라 선언학도 했다.

이미 지난해 5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MTIA(Meta Training and Inference Accelerator)라고 하는 자체 AI 반도체 계획을 밝힌 후 맞춤형 AI 반도체 로드맵에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평가다.

다만 엔비디아에만 AI 반도체를 의존하기에는 사업적 리스크가 너무 크다. 그런 이유로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많은 기업들과 AI 반도체 수급을 타진하고 있고, 그 후보군에는 삼성전자도 포함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충분한 자격이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만 TSMC에 이은 2위 사업자인데다 미세공정에 특화된 기술력도 탁월하기 때문이다. 최근 AGI 전용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AGI 반도체 개발 조직 'AGI컴퓨팅랩'을 신설하는 등 관련 로드맵도 탄탄하다. 라마3를 준비하는 메타 입장에서 삼성전자가 매력적인 AI 반도체 수급처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LG전자가 28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글로벌 빅테크 메타(Meta)를 만나 XR(확장현실) 사업의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전략적 논의를 가졌다. (사진 왼쪽부터) 이날 회의에 참석한 조주완 LG전자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권봉석 (주)LG COO. 사진=LG전자
LG전자가 28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글로벌 빅테크 메타(Meta)를 만나 XR(확장현실) 사업의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전략적 논의를 가졌다. (사진 왼쪽부터) 이날 회의에 참석한 조주완 LG전자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권봉석 (주)LG COO. 사진=LG전자

LG전자와는 비빔밥 회동
저커버그는 이재용 회장을 만나기 전 LG전자를 들러 LG 권봉석 COO(최고운영책임자)와 LG전자 조주완 CEO, 박형세 HE사업본부장 등과 만나 비빔밥 회동을 하기도 했다.

핵심은 XR이다. 

실제로 이날 회의에서는 양사의 차세대 XR 기기 개발과 관련된 사업 전략부터 구체적 사안에 이르기까지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조 CEO는 메타의 MR 헤드셋 ‘퀘스트3’와 스마트글라스 ‘레이밴 메타’를 직접 착용해 보는가 하면, 메타가 선보인 다양한 선행기술 시연을 관심 있게 살폈다. 온디바이스AI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협력 방안이 타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점심은 LG전자 비빔밥, 저녁은 삼성전자 승지원 한식 만찬을 즐긴 저커버그는 29일 윤석열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메타와 한국 AI 기업들의 협력 모델에 대한 논의가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