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진 데일리비어 대표이사. 사진=김연정 이코노믹리뷰 객원기자
임상진 데일리비어 대표이사. 사진=김연정 이코노믹리뷰 객원기자

“생활맥주가 다양한 프랜차이즈 브랜드 중 하나로 남길 원하지 않습니다. 10년 후엔 다들 생활맥주 매장이 없는 동네 풍경을 낯설어할 만큼 소비자들 사이에서 친밀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해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데일리비어 본사에서 임상진 대표(52)를 만나 생활맥주 브랜드 설립 10주년을 맞이한 소감과 향후 계획을 전해 들었다. 생활맥주는 임 대표가 2014년 창업한 수제맥주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생활맥주 매장에서는 데일리비어가 전국 60여곳 양조장과 협업해 기획 및 양조, 유통하는 수제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2014년 여의도 진주상가에 1호점을 낸 생활맥주는 어느덧 전국 250여개 매장을 둔 중견 브랜드로 성장했다. 임상진 대표에게 생활맥주 출범 10년차를 맞은 2024년은 기념비적인 해로 남을 전망이다. 생활맥주는 내년께 코스닥 입성을 목표로 상장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생활맥주 해외 1호점 개장도 앞두고 있다.

임 대표는 “상장은 자본 시장에서 까다로운 심사 절차를 거친 끝에 투자 가치가 있는 기업으로 인정받아야 이뤄낼 수 있는 결과로 큰 의미가 있다”며 “외식업이 그동안 소위 ‘투자하기 꺼려지는 업종’으로 분류돼 왔는데 업계에서는 이런 부문을 많이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궁극적으로 생활맥주는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고 투자할 만한 회사라는 점을 입증해 보이고 싶다”면서 “생활맥주는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해왔고 향후 자본시장에 편입돼 좋은 선례를 만드는 게 외식 산업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데일리비어는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2021년을 제외하면 창립 이래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매출액(295억원)은 3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전(204억원)과 비교해서는 매출이  45% 뛰었다.

임 대표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한 비결로 ‘한발 앞선 준비’를 꼽는다. 데일리비어는 2016년 일찌감치 배달 서비스 준비에 나섰다. 이듬해 치킨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2019년에는 ‘생활치킨’을 생활맥주의 ‘숍인숍’ 겸 배달 전문 브랜드로 내놨다.

임상진 대표는 “소비자들이 맥주 브랜드에서 아무리 맛있는 치킨을 안주 메뉴로 판다 하더라도 이를 주문하기는 쉽지 않다”며 “다행히 생활치킨은 품질과 맛에 신경 쓴 결과 고객 충성도가 높은 브랜드로 입지를 굳혔고 대부분 치킨과 함께 생활맥주의 수제맥주를 주문해 즐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달 서비스는 전적으로 가맹점주들이 결정하는 사항이자 일종의 옵션 같은 성격을 띤다”면서 “현재는 전체 매장 가운데 130여곳 정도가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싱가포르에 생활맥주·생활치킨 잇따라 개장…미국 직진출도 준비

생활맥주 매장 전경. 출처=데일리비어
생활맥주 매장 전경. 출처=데일리비어

올해는 데일리비어가 해외로 무대를 넓히는 분기점이 되는 해이다. 생활맥주는 빠르면 오는 4월이나 올 상반기 내 싱가포르 해외 1호점 문을 열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배달 브랜드로 운영되는 생활치킨도 매장 공사 단계에 접어들었다. 생활맥주와 생활치킨의 해외 개점이 임박하면서 그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임 대표는 연초부터 한국과 싱가포르를 수시로 오가고 있다.

생활맥주의 싱가포르 진출을 위해 현지 카트리나 그룹과 합작법인도 세웠다. 생활치킨의 경우 카트리나 그룹을 통해 마스터 프랜차이즈(MF·해외 진출시 계약을 맺은 현지 기업에 가맹사업 운영권을 부여) 형태로 사업을 전개한다. 이와 함께 2021년 해외지사를 설립한 미국 진출에도 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임상진 대표는 “2018년부터 웬만한 국제 프랜차이즈 박람회에는 다 참여했지만 주세처럼 여러 고려요소와 규제가 뒤따르는 주류 아이템을 갖고 시장을 두드리기 쉽지 않았다”며 “고민 끝에 싱가포르 현지 브루어리 파트너들과 새로운 개념의 맥주를 만드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싱가포르 현지에 생활맥주가 직접 채취한 효모를 가져가는 것은 물론 파트너들과 함께 짠 레시피로 맥주를 생산할 계획”이라면서 “미국에는 직영 형태로 진출하고자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직영은 핵심 비즈니스…직영점 경험 덕분에 가맹점주 이해도 높아져”

임상진 데일리비어 대표이사. 사진=김연정 이코노믹리뷰 객원기자
임상진 데일리비어 대표이사. 사진=김연정 이코노믹리뷰 객원기자

임상진 대표는 직영 매장을 핵심 비즈니스 모델로 내세운다. 전체 매장의 19%(48곳)를 차지하는 생활맥주 직영 매장 비중이 이를 방증한다. 유명 외식 프랜차이즈들의 가맹점 비중이 90%를 넘어서는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임 대표는 “생활맥주는 다양한 상권에 둔 직영점을 활용해 시장 변화를 읽고 따라가는 데 집중하는 편”이라며 “무엇보다 가맹점과 똑같은 재료와 가격의 물품들로 매장을 운영하면서 가맹점주 입장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맹점주들이 어떻게 해야 많은 수익을 챙길 수 있을지를 본사 차원에서 매일 고민도 거듭한다”면서 “사업 시작 이후 지금까지 점주들로부터 광고비나 로열티 등을 청구한 적도 없다”고 전했다.

생활맥주 창업 이후 10년의 시간을 돌아봤을 때 임 대표에게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도 바로 가맹점이 문을 연 당시다. 임상진 대표는 “10평짜리 한남점이 가맹 1호점으로 문을 열어 말그대로 초대박이 난 광경을 지켜보다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며 “사실 그 시기에는 수제맥주가 경리단길이나 이태원에서만 맛볼 수 있던 주종으로 통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반면 생활맥주 한남점은 핵심 상권보다 주택가에 밀접한 곳에 매장을 냈고 직영 1호 매장인 여의도점도 진주상가 아파트 상가에 꾸렸다”면서 “좋은 맥주를 멀리 가지 않아도 가까운 장소에서 즐길 수 있게 한다는 브랜드명을 그대로 실천한 셈”이라고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