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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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험사의 해외 부동산 손실 부담이 현실화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열린 컨퍼런스 콜에서 지난해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와 관련해 300억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삼성화재 또한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 악화에 따른 평가 손실 1200억원을 반영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3분기 해외 상업용 부동산 손실 400억원을 선반영하면서 2523억원의 투자 손실을 봤다.

보험사는 해외 부동산 손실 관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운용 자산 가운데 채권 비중이 가장 큰 데다가 전체 자산 규모와 비교하면 해외 부동산 투자 잔액이 크지 않아서다.

위기의 해외 부동산…32兆 투자한 보험사 여파는

금융감독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56조4000억원이다. 그중 보험사의 투자금이 56%인 31조9000억원으로 가장 많다. 대체투자는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 자산이 아닌 부동산, 사회기반시설(SOC), 사모펀드 등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보험사가 대체투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시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다. 저금리 시기 보험사는 자산 운용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 부동산, SOC를 중심으로 대체투자 비중을 늘려 왔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불거졌다. 재택근무 확산,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특히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기준 19.6%에 달한다. 보험사의 북미 부동산 투자금은 지난해 9월 기준 20조5000억원으로, 전체 해외 부동산 투자금 가운데 64.2%를 차지한다.

보험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국내 투자와 달리 중·후순위 비중이 높다는 점 또한 시장의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보험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 비중은 선순위 32%, 중순위 26%, 후순위 등 기타 42%로 구성돼 있다. 중·후순위 투자자는 선순위에 비해 감내해야 하는 위험이 크다. 기한이익상실(EOD) 발생 등으로 선순위 투자자가 매각을 결정하면 원금을 회수하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건전성 영향 제한적…수익성은 악화할 우려 있어

미국 뉴욕 맨해튼의 고층 빌딩들. 사진=AFP 연합뉴스.
미국 뉴욕 맨해튼의 고층 빌딩들. 사진=AFP 연합뉴스.

보험업계는 과도하게 걱정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고금리 기조 아래 수익률이 오른 채권 투자에 더 집중했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전체 자산에서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의 대체투자 규모가 크다고 해도 채권 규모에 비하면 많이 작다”고 말했다.

일례로 삼성생명의 운용 자산 규모는 220조원인데 그중 50%가 채권이다. 해외 부동산 보유 자산은 5조2000억원으로 전체 운용 자산의 6.5%를 차지한다. 삼성화재는 운용 자산 81조7000억원 중 36.6%가 채권이다. 해외 부동산 자산은 1조3000억으로 전체 운용 자산의 1.5% 수준이다.

자본력을 바탕으로 해외 부동산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도 뒤따른다. 추가 대출로 만기를 연장해 부동산 가치가 회복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어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부동산 손실은 중간에 월세 등 임대료를 받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자산 가치가 올라올 때까지 버틸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보험사의 자본 건전성을 나타내는 신지급여력비율(K-ICS)은 평균 224.2%다. 금융 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상회한다.

전문가들은 건전성 우려를 덜더라도 추가 손실로 인해 수익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보험사는 (운용 자산 중) 채권 비중이 높기 때문에 영향도가 낮다고 보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해외 대체투자 같은 경우 손실이 현실화된 부분이 크지 않아 수익성이 저하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모니터링 강화 등 리스크 관리 ‘고삐’

당분간 지속될 고금리 상황에서 보험사들은 대체투자 규모를 확대하기보다 리스크 관리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실장은 “보험사의 자산 운용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금리”라며 “코로나 이전 저금리 기간에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대체투자 비중을 늘렸지만 지금 같은 고금리 시기에는 대체투자에 관한 리스크가 더 중요하다”고 짚었다.

주요 보험사들도 해외 부동산과 관련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 리스크 확대 우려가 지속됐으나 개별 자산 모니터링 강화와 밀착 관리로 추가 손실이 없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올해도 시장 상황에 따라 손실이 일부 반영되겠지만 손실 규모 축소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해외 상업용부동산 손실 가능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금융 당국은 보험권의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가 총 자산(1153조4000억원) 대비 2.8% 수준이기 때문에 금융 시스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손실 위험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8일 발표한 ‘2024년도 보험감독 업무계획’에서 해외 상업용 부동산 등 대체투자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대체투자 업무보고서 등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