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라이프스타일 이미지와 스마트싱스 에너지 기능이 테슬라 파워월과 연동된 모바일 화면 이미지. 출처=삼성전자
테슬라 라이프스타일 이미지와 스마트싱스 에너지 기능이 테슬라 파워월과 연동된 모바일 화면 이미지.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그룹 등 국내 굵직굵직한 대기업 또한 SDV 사업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와 LG는 차량용 플랫폼을 개발하고 적극적인 M&A(인수합병)로 SDV 시장에 진출하는 한편, SK하이닉스는 기술 개발을 통해 기회를 엿보고 있다. 

삼성·LG, 같지만 다른 플랫폼 전략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우선 차량용 플랫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기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인 스마트싱스를 자동차로 확장하고, 이를 위해 현대차및 테슬라와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대차·기아의 커넥티드 카 서비스 플랫폼을 스마트싱스와 연동해 차량 시동은 물론 전기차(EV) 충전 상태 확인 등을 집에서 원격으로 가능하게 하고, 향후 테슬라와 스마트싱스를 통한 에너지 관리 솔루션에 주력할 방침이다. 스마트싱스를 테슬라의 전기차 등과 연결하면 모바일상에서 전력량을 모니터링 가능하다. 기존 가전제품에서만 제공해 오던 스마트싱스의 에너지 관리 솔루션을 자동차로 확대한 것이다. 

반면 LG전자는 기존 가전에 적용해 오던 플랫폼 ‘LG 씽큐(ThinQ)’의 영역을 확장하는 대신 차량용 새 플랫폼을 개발하는 전략을 택했다. 회사는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차세대 SDV 솔루션인 ‘LG알파웨어(αWare)’를 선보였다. 

LG 알파웨어는 고도화하고 있는 자동차 시스템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소프트웨어(SW) 솔루션을 포함한다. 기존 차량의 운영체제(OS) 성능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하는 다용도 SW 모듈을 비롯해 ▲고화질, 고음질 콘텐츠 경험을 제공하는 차량용 엔터테인먼트 솔루션 ▲몰입감 있는 차량 내 경험을 제공하는 HMI(인간 기계 상호작용·Humanmachine Interface) 등이 있다.

업계는 다른 방향을 취한 두 기업이 향후 어떤 결과를 받아들일지 주목한다. 

하드웨어 부분에서도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 분야에서 삼성과 LG는 적극적인 인수 및 투자로 대응하고 있다. 

대박난 삼성, 결실 거두는 LG

LG전자가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와 협업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통합한 단독 플랫폼을 개발했다. 해당 플랫폼이 차량에 탑재돼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운전자 보조 등의 기능을 통합 관리하는 모습의 개념도. 출처=LG전자
LG전자가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와 협업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통합한 단독 플랫폼을 개발했다. 해당 플랫폼이 차량에 탑재돼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운전자 보조 등의 기능을 통합 관리하는 모습의 개념도. 출처=LG전자

삼성전자는 2016년 전장(자동차용 전기·전자 장비) 및 오디오 회사인 하만을 80억달러에 인수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너무 비싼 값에 인수한 것이 아니냐나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하만의 매출액은 2017년 7조1000억원에서 2023년 14조3900억원으로 2배 이상 뛰었고, 영업이익은 600억원에서 1조1700억원으로 20배 가까이 늘어나며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하만의 이런 성과는 자회사 통폐합을 통한 조직 축소와 프리미엄 차량 위주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사업 전략을 병행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 후 경영 효율화를 위해 하만의 해외 법인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당시 전 세계에 걸쳐 110여 개 자회사와 관계사가 종속법인으로 편입돼 있었는데 하만을 내부로 흡수하는 과정에서 4년간 40개가 넘는 해외 계열사 통합 및 청산 작업이 진행됐다. 사업이 중복되거나 지역마다 흩어져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경우가 대상이었다.

특히 주요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대형 수주를 획득하는 방식으로 성장에 속도를 냈다. 하만은 삼성전자의 5G 기술을 통해 ‘5G TCU(차량용 통신장비)’를 만들었고 이를 BMW의 전기차 ‘아이엑스(iX)’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또 삼성전자의 시스템온칩(SoC·여러 가지 기능을 가진 시스템을 하나의 칩으로 구현한 기술집약적 반도체)을 적용한 차세대 디지털 콕핏(디지털화된 자동차 조종 공간)을 개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4분기 실적발표에서 “전장은 차량내 경험 역량 강화로 신규 분야 수주를 확대 추진하고, 소비자 오디오는 포터블 등 주요 제품 리더십 강화 및 전자와의 협업을 통해 제품 차별화 등으로 성장을 노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전장에 진심인 기업 중 LG를 빼놓을 수 없다. 현재 LG는 주력 제품인 TV 수요가 부진하면서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 약화되고 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는 상용화된 지 10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TV 침투율이 5% 안팎이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번 슈퍼볼 시즌 때 미국에서 역대 가장 저렴한 가격에 TV를 팔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현재 LG그룹은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관계사들이 전장에 힘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중에서도 LG전자는 특히 적극적인 투자와 인수합병으로 전장사업의 폭을 넓히고 있어 눈길을 끈다. 

LG전자는 2018년 약 1조4000억원을 들여 헤드램프 등 자동차 조명을 주력으로 하는 오스트리아의 전장 업체인 ‘ZKW’를 인수했으며, 2020년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인 캐나다의 ‘마그마 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분야 합작법인(JV) ‘LG마그마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했다. 

LG전자는 이를 통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전기차 파워트레인(LG마그마 이파워트레인) ▲차량용 조명 시스템(ZKW)으로 이루어진 전장사업의 삼두마차를 이루었다. 

LG전자의 이러한 베팅은 실제 성과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작년 4분기 LG전자는 4개 사업본부 중 유일하게 전장사업부(VS)만이 흑자를 기록하며 실적 견인차 역할을 했으며, 2023년 출범 10년 만에 매출 10조원을 달성했다. 

VS사업본부는 2015년 이후 적자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며 ‘미운오리’로 불렀으나, 2022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후 ‘백조’로 거듭났다고 평가된다. 

SK하이닉스, 품질 강화에 집중

출처= SK하이닉스
출처= SK하이닉스

국내 또 하나의 대기업인 SK하이닉스도 전장 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제품 개발과 품질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국내 반도체 기업 최초로 ‘오토모티브 스파이스(ASPICE)’ 레벨2(CL2) 인증을 획득했다. 오토모티브 스파이스는 자동차용 부품 생산업체의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 신뢰도와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유럽 완성차업계가 제정한 차량 소프트웨어 개발 표준이다. 

오토모티브 스파이스 레벨2 인증은 차량용 낸드 솔루션 제품에 필수적인 인증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증을 통해 앞으로 연평균 20% 이상 성장세가 예상되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유니버셜플래시메모리(UFS),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당사 낸드 솔루션 제품 공급을 늘리며 수익성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21년 11월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의 기능안전 국제표준인 ‘ISO 26262’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ISO 26262’는 차에 탑재되는 전기, 전자 시스템의 고장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ISO가 제정한 최신 국제 표준이다.

SK하이닉스의 이러한 개발 역량은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의 품질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가 품질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전장 반도체의 특징 때문이다. 전장 반도체는 매우 높은 신뢰성을 담보해야 한다. 스마트폰의 중앙처리장치(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가 망가진다고 누가 다치거나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동차의 전장 반도체가 망가지면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잦은 충격, 널뛰는 온도, 극심한 먼지 등 사용되는 환경도 매우 가혹하다. 이런 이유로 전장 반도체에 쓰이는 소재는 사용 기준이 매우 높다. 예를 들어 열충격 실험의 경우 일반적인 반도체보다 두 배 이상의 안정도를 요구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현재 전장 반도체 시장은 NXP세미콘덕터, 인피니언, 르네사스 등 유럽과 일본 기업들이 대부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동차가 PC와 스마트폰을 잇는 핵심 메모리 반도체 수요처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박명수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차량용이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잇는 미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향후 10년 뒤엔 차량용 메모리 수요량이 5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