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포스터.
전시포스터.

수묵화가 소산(小山) 박대성(朴大成, 1945~ )의 ‘소산비경’전이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8곳의 해외 순회전을 마친 뒤 갖는 기념전 성격이다. 소산은 독일과 카자흐스탄, 이탈리아 등 유럽의 한국문화원에서 시작해 미국으로 건너가 동부와 서부를 돌며 전시를 펼쳤다.

특히 미 서부지역 최대 미술관인 LA카운티미술관(LACMA)에서는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초대되어 주목받았다. 그의 ‘고결한 먹, 현대적 붓’전은 원래 일정보다 두 달 연장될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소산은 이어 하버드대 한국학센터, 다트머스대 후드미술관,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찰스왕센터 및 메리워싱턴대 미술관까지 순회했다.

지금 소산 박대성은 한국 산수화의 거장, 수묵(水墨)의 달인, 먹의 정통 계승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작가가 되는 길은 고행이었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은 그는 중졸의 학력으로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못했다. 한국전쟁 당시 왼팔까지 잃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소산은 1969년부터 1978년까지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여덟 차례 입선했고 1979년에는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의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린 대상 수상작 ‘상림’(霜林, 1979년)은 전통 수묵을 바탕으로 사실적 표현이 뚜렷한 수묵 담채화였다.

‘현율’. 사진제공= ⓒPark Daesung
‘현율’. 사진제공= ⓒPark Daesung

 

소산의 예술적 특징은 창조적 계승이다. 전통 수묵을 바탕으로 하되 화문기행 등으로 자연을 현장에서 바라 보면서 이를 소화해 변용하는 독창적인 작업을 한다. 이 때문에 소산의 산수는 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사경(寫景)인 듯 해도 작가만의 정신이 담긴 사의(寫意)에 가깝다. 한 마디로,구상과 비구상의 경계에 서있다.

그는 1994년 미국 뉴욕에 머물면서 현대미술을 받아들이게 됐다. 수묵화에 현대성을 부여하는 다양한 기법을 개발해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 작품 중 하나인 ‘현율’은 전통적인 동양화 구성을 벗어나 하늘에 높이 뜬 새가 아래를 내려다보는 듯한 시점으로 그려졌다. 일종의 부감법이다. 금강산을 주제로 한 산수화들은 많지만 ‘현율’처럼 아찔한 높이감을 담고 있는 작품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신라몽유도’. 사진제공= ⓒPark Daesung
‘신라몽유도’. 사진제공= ⓒPark Daesung

경주의 유적들을 그린 ‘신라몽유도’에는 각 유적들이 비례가 맞지 않을 정도로 크게 강조돼 있다. 경주 남산의 모습도 실제 모습과는 다르게 표현되었다. ‘만월’의 구도 역시 매우 파격적이다. 집 위에 떠 있는 달의 형상을 표현하고 있는데 전통 동양화에서는 볼 수 없는 구도다.

이번 전시회는 이례적으로 젊은 관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산수화를 고리타분하다며 기피하던 젊은 층의 뜨거운 반응은, 전통 수묵화에 현대미술 기법을 융합하고 그 위에 작가만의 시각으로 독창적인 풍경을 빚어내는 박대성의 고되고 오랜 실험이 마침내 결실을 맺는 것처럼 보인다.

미술애호가로 유명한 방탄소년단(BTS)의 RM도 여러 차례 전시장을 방문해 SNS에 사진을 올렸다. 그 영향으로 ‘RM 미술관투어’ 코스를 따라 전시회를 찾아오는 국내외 관람객들도 많다고 한다. 전시는 3월 24일까지.  

‘만월’. 사진제공= ⓒPark Daesung
‘만월’. 사진제공= ⓒPark Dae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