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최대 화두인 중국의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000만 명을 넘겼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MAU는 각각 561만 명, 459만 명(2024년 1월 기준)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어 올해에도 양사 앱의 신규 설치 건수는 국내 쇼핑 업종 최대 수준으로 가파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가 11번가, G마켓을 넘어 국내 3위 이커머스 앱이 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올해를 ‘한국 현지화 원년’으로 삼고 있는 만큼 국내 3위 이커머스 플랫폼의 자리는 중국 플랫폼에 내어줘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진출 행보는 공격적이다.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주문 후 3일 내 배송되는 상품 채널 케이베뉴(K-Venue)를 앱내 마련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케이베뉴의 입점 및 판매 수수료를 면제하는 등 국내 판매자 및 브랜드 업체 네트워크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또 신선식품을 포함한 카테고리 확장을 위해서 국내 실무자를 영입하는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브랜드 업체 입점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공식화된 소식이다. 그러다 보니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물류센터를 마련하기 위한 소식이 심심찮게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레이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는 지난해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국 현지 물류센터 개설도 고려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철민 비욘드엑스(커넥터스) 대표
김철민 비욘드엑스(커넥터스) 대표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물류센터 구축 전망은 어디서 나오는가?
먼저 인천, 평택을 비롯한 통관장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물량으로 마비 수준에 이른 지 오래됐다는 점이다. 이는 알리익스프레스의 잦은 배송 지연과 연관성이 높다. 통관장을 늘리거나,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물류센터에 미리 상품을 갖다 놓지 않는다면 이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물류센터 착공에 무게가 실리는 지점이다. 

그래서 알리익스프레스가 실제로 국내에 물류센터 구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무엇일까? 

알리익스프레스는 알리바바그룹의 C2C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2018년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매우 저렴한 상품을 선보였으나, 기약을 알 수 없는 늦은 배송으로 인해 지금과 같은 인기는 얻지 못했다. 그러자 2020년부터 알리익스프레스는 중국 웨이하이에 한국 전용 물류센터를 마련하며 종전에 수십일이 걸리던 배송 속도를 3~7일로 단축했다. 엔데믹 이후 경기 불황과 물가 상승이 이어지고 초저가 상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알리익스프레스는 예상치 못한 호재도 맞았다.

또 알리익스프레스는 2022년 11월 한국 전용 고객센터를 설치하여 상품 배송과 교환, 환불 등 적극적인 CS를 선보였다. 이후 2023년 3월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는 국내 시장에 1000억 원을 투자할 것이란 계획을 발표했다. 동시에 CJ대한통운과 손잡고 3~5일 내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소식도 전했다. 한국 전용 물류센터를 확장, 재정비하고, 5일 이내 배송 서비스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점유율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시점이 이때부터다.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물류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한다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는 더 큰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알리익스프레스는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와 옌타이에 한국행 상품을 보관하는 전용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 평택항과 가까운 위치에 재고를 전진 배치했지만, 아무래도 국제물류와 통관 시간이 추가 소요되는 만큼 목표 배송 시간은 5일 이내로 운영되고 있다. 

빠른 배송을 만드는 물류센터, D+1~2일 배송 가능해질까?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에 물류센터를 마련해 재고를 전진 배치한다면 그 효과는 ‘빠른 배송’ 서비스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물류센터를 통해서 택배를 연계하여 출고하는 D+1~2일 배송은 기본이고, 쿠팡 로켓배송이나 네이버 도착보장 서비스처럼  있듯 자정까지 주문하면 내일 배송하는 서비스까지 예상할 수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상품의 국내 배송 파트너인 CJ대한통운이 운영 중인 택배 브랜드 오네의 도착보장 서비스를 연계할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

빠른 배송을 통한 서비스 경쟁력 및 충성 고객 확보 외에도 알리익프레스는 국내 물류센터 운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더 있다.

첫 번째 국내 셀러 대상 ‘풀필먼트 사업의 확장’이다.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셀러 판매 채널 ‘케이베뉴’는 국내 판매자 및 브랜드를 무료 수수료를 내걸 정도로 적극 유입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케이베뉴는 입점 판매자 및 브랜드가 국내에서 배송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대부분의 상품은 주문 후 3일 내 배송된다고 설명한다.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셀러를 위한 전용 물류센터를 마련해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배송 속도 확보는 물론 쿠팡의 로켓그로스나 네이버의 도착보장 처럼 물류 측면의 신규 수익모델 구축 또한 가능해 보인다.

두 번째는 ‘판매 품목 확장’이다. 알리익스프레스가 물류센터를 운영한다는 것은 물리적인 검수 프로세스를 내재화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그동안 가짜상품 유통의 온상으로 지목됐던 알리익스프레가 오명을 벗을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다. 물류센터를 통해 검수가 이뤄진다면 알리익스프레스의 숙제 중 하나였던 가품 및 하자품 유통 이슈를 해결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품 품목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 번째는 ‘역직구 거점의 마련’이다. 이커머스 업계는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물류센터가 향후 세계 시장에 전략 상품을 역직구하기 위한 거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하고 있다. 알리바바그룹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는 현재 전 세계 200여개 국가에 진출한 상태로 러시아와 남미, 유럽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셀러를 포함한 인근 국가의 상품을 소개하기 위한 거점으로 한국 물류센터를 이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11번가와 연결고리를 찾고 있을까? 
한 가지 흥미로운 관측을 추가하자면, 11번가 인수전과 연결된 고리가 될수있다. 11번가를 바라보는 알리바바의 생각이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11번가가 매각 가격을 반값으로 낮추고, 알리익스프레스 또는 큐텐에 매각을 재추진 중이란 소식이 나오고 있다.

11번가는 알리익스프레스가 빠르게 모집하고 싶은 국내 셀러들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또 직매입 기반 빠른 배송 서비스인 슈팅배송을 위한 물류센터 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알리익스프레스의 11번가 인수전 참여 가능성도 엿볼수있다. 
11번가의 물류 인프라와 노하우를 흡수하고, 빠른 배송모델인 슈팅배송을 통해 뷰티와 식품 등으로 판매 카테고리를 확대될 수 있다면,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물류센터 마련의 또다른 시나리오가 가능해지는 이유다.

김철민 대표는? 「네카쿠배경제학」저자. 비욘드엑스와 네이버 프리미엄 유통물류 콘텐츠 채널 커넥터스 대표이자 공동창업자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한국로지스틱스학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