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박 모씨(32)는 2년 전 가입했던 청년 전용 정책금융 상품 ‘청년희망적금’의 만기가 돌아와 약 1300만원을 받았다. 박 씨는 만기 수령금을 ‘청년도약계좌’에 일시 납입하기 위해 연계 가입을 신청했지만 ‘부적격’으로 가입할 수 없었다. 청년도약계좌의 가입 요건 중 하나인 가구소득 기준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3인 가구의 연 중위소득 180%는 9060만5542원이다. 박 씨는 청년희망적금 만기 금액을 어떻게 굴릴지 고민에 빠졌다.

지난 21일부터 20조원에 이르는 청년희망적금 만기가 돌아오면서 은행권이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기본 금리 4.5%인 청년도약계좌에 준하는 금리를 제공하거나 청년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등 청년 고객을 모시기 위해 분주한 모양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청년희망적금 만기 예정자는 다음 달 4일까지 200만여명에 이른다. 청년희망적금의 만기일이 다가오자 정부는 청년희망적금 만기 수령금을 청년도약계좌에 일시 납입하는 방안을 마련해 청년도약계좌로의 연계를 유도했다. 지난 21일 금융위원회는 이달 16일까지 만기 예정자 41만5000명이 연계 가입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청년도약계좌는 연 4.5% 기본 금리에 정부 지원금을 더하면 실질금리가 연 8∼10%대 수준으로 높지만, 5년이라는 긴 납입 기간에 가입을 주저하는 청년층이 많다. 실제 이달 초까지 청년희망적금에서 청년도약계좌로 갈아탄 비율은 10%대에 그쳤다.

청년도약계좌로 환승하고 싶어도 나이, 개인소득, 가구소득 등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가입하지 못하는 사례도 다수다. 청년희망적금 가입 중 만 34세가 넘었거나, 연봉이 올라 총급여 7500만원(종합소득금액 6300만원) 이상이 된 경우, 부모님과 함께 살거나 결혼 등으로 직전 가구소득 중위 180% 이상이 되면 청년도약계좌 가입이 불가능하다.

은행권은 청년희망적금 만기 금액을 끌어모으기 위해 청년 고객을 대상으로 우대금리를 주거나, 만기가 짧은 상품을 내놓는 등 고객 확보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다음 달 12일까지 4조원 한도로 특판 상품인 ‘2014-1 공동구매 정기예금’을 판매한다. 청년희망적금 만기 해지 고객에게 0.5%포인트(p)의 우대금리를 제공해 최고금리가 연 4.0%다. ‘KB 특별한 적금’은 최대 연 6.0% 이자를 지급한다. 6개월 동안 월 30만 원씩 납부할 수 있고 1인당 가입 가능 계좌도 3개까지 늘렸다.

신한은행은 ‘My플러스 정기예금’ 금리 우대 쿠폰, ‘청년 처음적금’ 등으로 구성된 ‘청년대상 특별금리 패키지’를 출시했다. My플러스 정기예금 금리 우대 쿠폰은 신한 청년희망적금 만기 고객과 만 18세 이상 39세 이하 청년 중 신한은행 정기예금에 처음 가입하는 고객에게 제공된다. 가입 기간에 따라 연 0.2~0.5%의 금리 우대 쿠폰을 주고, My플러스 정기예금을 12개월 만기로 가입할 경우 최대 연 3.85% 금리가 적용된다.

청년 처음적금은 기본금리 연 3.5%인 1년 만기 상품이다. 청년희망적금을 만기 해지할 경우 얹어주는 연 1.0%포인트 등 우대금리 최고 연 3.0%포인트를 더하면 최고 연 6.5%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신한 청년희망적금 만기 고객에 대한 우대금리는 7월 말까지 제공한다.

하나은행은 ‘급여하나 월 복리 적금’에 35세 이하 대상 청년응원 특별금리 연 1.3%를 제공해 최고 연 5.85%의 이자를 준다. 만기는 1년이고 분기별 150만 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31~200일간 가입할 수 있는 ‘n일 적금’에 연 6% 금리를 내걸어 만기가 짧은 적금을 선호하는 청년층을 겨냥했다. NH농협은행은 만 19~34세 청년층에 최고 연 4.6% 이자를 제공하는 ‘NH1934월복리적금’을 운영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청년희망적금 만기 대상자를 청년도약계좌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긴 만기에 부담을 느껴 청년도약계좌 가입을 꺼리거나 청년도약계좌 가입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