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에 수출하는 자주포 K9.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에 수출하는 자주포 K9.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 방산 3형제가 실적에 웃었다. 2022년부터 시작된 K-방산 호황과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에 힘입어 성장세가 가파르다. 대우조선해양 시절 수천억원 대 적자를 기록하던 한화오션 역시 지난해부터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상승기류에 본격적으로 올라탔다. 지난 23일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기재위를 통과하며 한동안 막히다시피 했던 수출 물꼬도 다시 트일 전망이다.

한화 방산의 선봉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 9조3697억원, 영업이익 7049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대비 매출은 33%, 영업이익은 76% 늘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3조4424억원, 2895억원으로 2022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약 33%, 80% 증가했다.

방산 수출이 실적을 견인했다. 지난해 12월 폴란드 군비청과 K9 자주포 등을 추가 수출하는 약3조4474억원 규모의 ‘2차 실행계약’을 체결한 게 주효했다.

한화시스템 역시 지난해 매출 2조4531억원, 영업이익 929억원을 달성하며 2022년 대비 각각 12.1%, 137.6% 증가한 성적을 거뒀다. 당기순이익도 3431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이번에도 방산부문이 효자 역할을 했다. UAE 천궁-II 다기능레이다 수출 계약의 매출 반영, 군의 차세대 통신 시스템인 전술정보통신체계(TICN) 4차 양산, 군 위성통신체계-II의 지상용 단말기 양산 사업 등이 매출을 이끌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영업손실 1965억원으로 적자를 완전히 해소하진 못했으나, 매출액을 2022년 대비 52.4% 증가시킨 7조4083억원을 기록하고 당기순이익도 1600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적자 폭을 크게 축소시켰다.

방산 특수선 분야가 두각을 나타냈다. 8834억원의 매출로 821억원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였다. 상선 역시 LNG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위주 선별 수주 물량의 인도 시작으로 적자가 축소되기 시작했다. 부채 비율도 줄어들었다. 지난해 말 기준 223.4%로 2022년 대비 1319.2%포인트 감소했다. 한화오션은 올해도 잠수함 수출 사업과 MRO(유지·보수·정비)사업 확대로 실적을 개선시킬 예정이다.

한화 방산 3사는 앞으로 폴란드와 루마니아를 위시한 유럽 시장,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한 중동 시장 등 다양한 지역에서 수주 포트폴리오를 쌓을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그룹의 차세대 주력 사업인 항공우주 부문 역시 꾸준히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ADEX 2023에서는 3사의 발사체, 위성 시스템, 해상 스마트 네이비를 연계한 ‘육·해·공·우주 통합 방위’ 체계를 선보였다.

전망도 밝다. 수은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기재위를 통과하며 ‘앓던 이’가 일부 빠졌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29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있다.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수출입은행 법정자본금 한도는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10조원 가량 증액된다. 폴란드 등 외국에 거액의 방산 물자를 수출하기 위해선 수출입은행과 연계한 차관 지원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그간 한화를 비롯한 방산업계는 수출 계약은 체결했음에도 수출입은행 공여 한도에 발목 잡혀 정작 이행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차에 걸친 대(對) 폴란드 수출 계약 중 2차까지는 이행했지만, 아직 잔여 물량인 K9 318대와 천무 70대의 3차 실행계약을 추가로 체결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차 이행계약에도 파란 불이 켜졌다.

다만 늘어난 수출입은행 자본금 한도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여론도 존재한다. 당초 자본 한도를 현행 15조원에서 35조원~ 50조원까지 늘리도록 발의된 개정안과 달리, 통과된 개정안은 한도가 25조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방산업계는 1차 이행계약 당시에만 수출입은행으로부터 6조원 가량의 공여를 받았다. 10조원 가량의 늘어난 한도로는 3차 계약까지 온전히 지원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수출입은행법 시행령 등으로 인해 10조원 중 방산업계가 실질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한도는 5조원 내외로 예상한다”며 “만일을 대비해 자금 충당 방안을 마련하는 게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숙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