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엔진이 산업 전반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게임 엔진은 화면에 3차원으로 입체감을 부여하고 광원의 위치에 따라 색상, 명암 변화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개발자용 제작 도구를 말한다.

디지털 전환기에 들어선 산업계의 업무 스마트화에 더해 자율주행 차량의 등장으로 3D 콘텐츠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게임 엔진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자율주행 시대... 게임 산업과 함께 시간을 보낼까

자동차 업계에서 언리얼 엔진 활용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디지털 계기판, 내비게이션, 헤드업디스플레이(HUD) 등 인포테인먼트시스템을 3D 그래픽으로 구현하고 있다.

에픽게임즈의 언리얼엔진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최근 선보인 리얼타임 기술은 고퀄리티 그래픽은 물론, 데이터 프렙 및 커스터마이징, 원소스멀티유즈, 멀티 협업 기능 등을 지원한다. 신속화와 자동화에 강점이 있으며, 맞춤형 제작이 가능하다.

앞서 2022년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 볼보가 차세대 순수 전기차 휴먼머신인터페이스(HMI) 개발에 언리얼엔진을 적용하고자 에픽게임즈와 손을 잡기도 했다. 이를 통해 연내 출시될 SUV 'EX90'에는 3단계 수준의 자율주행이 구현되며 첨단 컴퓨팅 성능과 고퀄리티 그래픽까지 제공할 것이라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유니티의 '유니티 엔진'도 다목적 엔진으로 뻗어나간다. 유니티 엔진은 대용량 차량 데이터를 경량화하고 차량의 제조부터 완성까지의 과정을 효율적으로 다루면서 시간과 비용 감소, 고품질 콘텐츠 개발이라는 게임 프로세스의 3가지 요소를 다른 산업에 적용시킬 때의 가치를 입증한 바 있다.

유니티는 벤츠, BMW, GM, 토요타, 폭스바겐, 현대기아차 등 다양한 자동차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어왔으며, 지난 2018년부터 바이두와 함께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종합 플랫폼 '아폴로 플랜'을 추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을 통해 자율주행차 시뮬레이터인 '에어심'을 유니티에 통합한 바 있다.

아울러 자율주행 시대가 예고되면서 업계에서는 자동차 내에서 게임을 즐기는 'In-Car Game'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탑승자가 시간을 보낼 방식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게임 산업과 거리를 좁혀가는 움직임이다.

사진=테슬라.
사진=테슬라.

발빠르게 움직인 기업은 테슬라다. 테슬라는 '폴아웃 쉘터', '컵헤드', '스타듀 밸리' 등 인기 있는 PC, 모바일, 콘솔 게임을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플레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벤츠와 BMW도 이 흐름에 올라탔다. BMW의 경우 iDrive9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탑재한 모델에 한해 플레이스테이션과 Xbox 게임 패드를 블루투스로 연결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한다.

사진=연합뉴스.
소니혼다모빌리티의 '아필라'. 사진=연합뉴스.

최근 기존 게임을 이식해 플레이하는 수준에서 벗어난 시도도 돋보인다. 바로 지난달 열린 CES2024 현장에 나타난 전기차 '아필라(Afeela)'다. 소니와 혼다가 합작해 설립한 소니혼다모빌리티에서 개발 중인 아필라는 기본적인 자동차 성능은 물론,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까지 탑재했다. 플레이스테이션5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 차량 맞춤형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콘텐츠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탑재해 2026년 출시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미국 전기차 회사인 리비안의 SUV 전기차 R1T와 GMC의 허머 EV, 포드의 '올뉴포드 머스탱'의 HMI 등에도 언리얼 엔진 기술이 사용됐다. 현대 자동차도 렌더링 연구개발부터 전기차 마케팅 이미지 등에도 언리얼 엔진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콘텐츠 중요성 확대... 게임 엔진 적용 범위 늘어난다

방송,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 분야에서도 게임 엔진이 두루 적용되고 있다.  

흔히 아는 '버추얼 휴먼'도 언리얼 엔진 렌더링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스마일게이트 한유아, 네이버 이솔, 크래프톤 애나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뿐만 아니라 드라마, 기업 홍보 모델, 버튜버 등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가고 있다. 

사진=디즈니.
디즈니와 에픽게임즈 콜라보레이션 이미지. 사진=디즈니.

디즈니도 다양한 가능성을 기대하며 언리얼 엔진 활용에 주력한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는 지난 10일 에픽게임즈에 약 15억 달러(약 2조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을 디즈니 자체와 계열사인 픽사, 마블, 아바타, 스타워즈 콘텐츠에 적용하며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환경을 조성할 예정이다.

건축 분야에서도 기회의 장이 열리고 있다. 디지털 트윈, AR, VR을 활용해 디자인 리뷰, 실시간 가상환경 디지털 건축 등을 하면서 언리얼엔진의 핵심 기술이 건축업계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부산항은 지난해 5월 산업 분야 XR 솔루션 전문 기업인 '삼우이머션'과 디지털 트윈을 구축해 항만 물류관리 시스템을 짜기도 했다.

온라인 수업이 친숙해지면서 언리얼 엔진을 활용한 실감형 교육도 나타났다. 지난해 대구사이버대학교는 에픽게임즈 '언리얼 엔진'을 이용해 실감형 교육 콘텐츠를 자체 개발했으며, 이를 이러닝 교육에 도입하기도 했다. 이 기술로 인해 학습자의 몰입감과 실재감을 극대화해 학습 효과를 높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024년에도 게임 엔진 활용도는 늘어날 전망이다. 에픽게임즈는 지난해 언리얼 엔진 월간 활성사용자 수가 2022년 대비 23% 증가했다면서 주목할 만한 성과로 260만 메타휴먼 제작 및 언리얼 마켓플레이스 콘텐츠 증가 등을 꼽은 바 있다. 

사진=유니티.
사진=유니티.

글로벌 게임 업체인 유니티도 2024년 비 게임 산업군에 주력할 방침이다. 지난 4일 유니티코리아에 선임된 송민석 대표는 디지털 트윈기술 활용이 늘어난 비 게임 산업군에서 유니티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비전을 내놓으면서 게임 엔진 개발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