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V 시장이 탄력을 받으며 IT 플랫폼 기업들도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이들은 완성차 및 부품업체들과 협력하며 새로운 플랫폼 전략을 가동하기 위해 SDV로 적극 손을 뻗고 있다. SDV에 들어갈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핵심적으로 파고들며 의미있는 성과를 낸다는 방침이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차량 및 도로안전에 도움이 되며 자율주행 시대를 선도하고 있으나 복잡한 환경에서는 그 한계도 명확하다. 이에 데이터 센터나 클라우드 솔루션을 사용하고 새로운 규제적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AI는 물론 대규모 데이터 세트 등의 확보로 2030년 중반 이후 급증할 완전자율주행차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 연장선에서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안드로이드 오토. 사진=연합뉴스
안드로이드 오토. 사진=연합뉴스

"모빌리티 플랫폼 잡아라"
알파벳 자회사 웨이모를 통해 자율주행차 로드맵이 진행되는 가운데, 구글도 SDV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입체적인 전략을 가동하는 중이다. 

선봉장은 안드로이드 오토다. 2014년 6월 구글 개발자 회의에서 처음 등장한 안드로이드 오토는 자동차 내부에 있는 디스플레이 장치에 최적화된 UI로 제공되며 구글 안드로이드 모바일 플랫폼 경험을 자동차에 투영시킨 플랫폼이다. 음성 명령과 터치 기반의 조작으로 자동차 디스플레이에서도 안드로이드 앱 실행 환경을 제공하며 3.0 버전 업그레이드를 통해 보안 등도 크게 강화됐다.

2018년 7월 안드로이드 오토에 카카오내비가 탑재, 국내에 첫 서비스되기 시작했으며 2021년 4월부터 티맵 등과도 연결되며 그 존재감을 키우는 중이다. 

최근에는 AI 기반의 강력한 기술들이 빠르게 덧대어지는 중이다. 운전자가 운전석에 있을 때 스마트폰과 더 쉽고 덜 산만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개념이고, 긴 메시지나 바쁜 그룹 채팅을 요약하고 핵심 사항을 선택할 수 있어 운전자 및 승객은 로봇 음성 비서가 방대한 양의 텍스트를 읽는 것을 들을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운전자가 안드로이드 오토를 통해 실시간 배터리 정보를 구글 지도와 공유할 수 있고 커뮤니케이션 및 콘텐츠 재생을 도와주는 기능도 대거 업데이트됐다. 구글 오토모티브 서비스(GAS)를 지원하는 자동차에 사용하는 브랜딩을 뜻하는 구글빌트인(Google Built-in)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여세를 몰아 구글은 기존의 안드로이드 파일공유 솔루션 ‘니어바이셰어(Nearbby Share)’의 서비스를 삼성전자의 브랜드 ‘퀵 셰어(Quick Share)’와 통합시키기도 했다.

완성차 업체인 르노와의 협업도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 트윈 전략을 바탕으로 AI와 가상 시뮬레이션 기능을 통해 개인화된 운전 경험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MS)도 SDV에 집중하고 있다. 네덜란드 기업 톰톰과 AI 기반의 SDV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AI를 바탕으로 역시 차량 사용자 경험의 극대화를 노리는 전략이다.

사티아 나델라 CEO의 MS도 SDV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사진=연합뉴스
사티아 나델라 CEO의 MS도 SDV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사진=연합뉴스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에서 구동되는 대규모언어모델(LLM)과 톰톰의 디지털 콕핏(디지털 운전 공간)을 결합하는 것이 핵심이다. AI 기반 대화형 비서 기술을 기반으로 운전자와 차량의 원활한 소통 및 정보 처리를 구현한다. 

현재 MS는 클라우드 퍼스트에 이어 AI 퍼스트를 강하게 추진하는 중이다. 사티아 나델라 CEO 초기부터 이러한 흐름이 선명했으며, 그 결과 애저는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 큰 성과를 냈다.

클라우드가 디지털 전환 인프라의 핵심이라면 AI는 해당 인프라를 지능적으로 움직이는 매개체가 되어주고 있다. 이는 포털 기반의 디지털 광고 시장을 흔들 수 있는 '메기'가 될 전망이다. 구글이 코드 레드까지 발령하며 AI 바드를 급하게 출시한 배경이다.
다만 MS의 전략은 인프라인 클라우드나 메기인 AI에 머물지 않는다. 기업 생산성에 대한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기업 생산성 측면에서 AI를 덧대고 투입시키는 중이다. 그리고 이러한 패턴은 SDV 시장에서도 가감없이 발휘되는 분위기다. AI를 통한 SDV 혁명에 있어 MS가 강한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다.

퀄컴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오래전부터 스냅드래곤을 통해 자동차 전반의 큰 흐름을 주도하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는 한편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Snapdragon Digital Chassis) 등을 통해 의미있는 성과도 냈다.

이 외에도 아마존 등 다양한 빅테크들은 강력한 ICT 인프라를 바탕으로 SD 시장의 일부, 혹은 핵심을 노리고 있다. 애플도 카플레이를 통해 SDV 측면에서 입체적인 드라이브를 건 상태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의 퀄컴도 스냅드래곤을 통해 SDV에 다양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의 퀄컴도 스냅드래곤을 통해 SDV에 다양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플랫폼의 SDV 전격작전, 무엇 노리나
각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들이 SDV에 뛰어드는 배경은 입체적이다. 다만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은 역시 플랫폼 권력을 유지하려는 것에 있다. 완성차 업체들도 단순 제조를 벗어나 모빌리티의 플랫폼 전략을 탐하는 상황이다. 모바일을 중심으로 수요와 공급을 망라하며 막강한 제국을 건설한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이 매력적인 시장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

물론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의 미래가 SDV로 통칭되는 모빌리티 플랫폼만으로 수렴될 가능성은 낮다. 다양한 기기들이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의 주역임을 자랑하는 가운데 아직 SDV가 유일한 미래 플랫폼이라 확신할 수 있는 단서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분화된 모빌리티 플랫폼이 스마트시티와의 확장 시너지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소프트웨어 플랫폼들이 SDV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바퀴달린 스마트폰'은 그 자체로 강력한 잠재력을 가진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향후 소프트웨어 플랫폼들은 SDV로 진출해 그 영역을 크게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업체 등과 달리 이미 엔터테인먼트, 이커머스 등 다양한 콘텐츠 영역에서 역량을 쌓았기 때문에 그 경쟁력을 고스란히 SDV에 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와 쇼핑을 연결해 생성형 AI 기술로 생태계를 구축한 것을 자연스럽게 SDV에 연결할 수 있고,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집과 직장은 물론 이동하는 SDV에서 끊김없이 제공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먹거리다.

개인화 이동 경험이 대세로 굳어지는 가운데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보여줄 SDV 시대의 개인화 경험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실제로 딜로이트에 따르면 SDV 특유의 기술 방식으로 인해 무선 방식으로 자동차 소프트웨어가 업데이트되면 그 과정에서 개인 데이터가 축적되며, 이 과정에서 커넥티드 모빌리티 데이터의 수익화도 노려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는 단연 업데이트에 능한 소프트웨어 기업들이다.

무선 기반의 커넥티드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 데이터를 확보한 후 사용자 중심 경험을 구축할 수도 있으며 보안 위험에 대한 고려를 전제로 AI 등의 기술을 통한 개인화된 추천기능도 고도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생태계를 제3자와 공유해 클라우드 솔루션을 활용하는 등의 부가가치 창출에 나설 수 있다. 나아가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은 전기차의 특성상 클라우드 기반 통신과 AI 활용 배터리 수명 예측 모델을 갖춘 전기 동력 전달 시스템 및  충전 인프라 네트워크에 이르는 다양한 핵심 기술도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파워트레인 개발 전략을 세워야 한다. 모두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어필 포인트다.

무엇보다 모바일 패권을 가진 안드로이드의 구글과 iOS의 애플만 SDV에 진출할 수 있는 티켓을 가진 것도 아니다.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가 존재하지만, 모바일 시대 플랫폼 패권을 가지지 못한 다른 기업들도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한 SDV 영역에서는 강력한 플랫폼 생태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MS다. 모바일 시대 구글과 애플에 밀려 PC 시대 왕좌에서 밀려난 MS는 클라우드에 이어 AI 퍼스트 정책으로 지금의 생성형 AI 시대에서는 새로운 트렌드 섹터가 됐다. 그 연장선에서 오픈AI 등과 협력해 생성형 AI를 바탕으로 톰톰 등과 연합하는 SDV 전선으로 구글 및 애플에 대항하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SDV가 초기 시장이라 가능한 일이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SDV 시장 초반인 현재 다양한 진영 싸움이 벌어진 후, 구글과 애플로 좁혀진 모바일 시대처럼 SDV 시대도 몇몇 플랫폼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중이다. 

한편 SDV 시장의 핵심인 보안 인프라 측면에서도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활약할 기회는 많다. 안정성이 특히 중요한 SDV의 보안 인프라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이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책임져야 할 영역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기업 CIO(최고투자책임자)의 75%가 가장 큰 기술 투자 분야로 사이버 및 정보 보안 분야를 꼽을 정도다. 핵심 영역인만큼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기술경쟁도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