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 인천공항에 몰린 인파. 사진=연합뉴스
지난 설 연휴 인천공항에 몰린 인파. 사진=연합뉴스

엔데믹 이후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저비용항공사(LCC)들이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항공권 가격 경쟁에 나서고 있다. 선택지도 다양해졌다. 지금까지는 대형항공사(FSC)들이 주로 취항하던 유럽과 북미 노선에 신규 취항하는 것은 물론 지방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노선도 늘리고 있다. 그러나 정작 소비자들은 LCC의 가장 큰 메리트였던 저렴한 ‘가격’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LCC 국제선 여객 점유율은 51.26%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점유율 48.74%를 넘어섰다. 해외 여행객 절반 이상이 LCC를 이용하는 셈이다. 이는 일본과 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 수요가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LCC 이용 수요가 늘자 각 LCC들은 앞다퉈 특가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고객 유치에 나섰다.

제주항공의 경우 지난 21일부터 3~6월 비수기 출발 항공권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국제선의 경우 중화권은 8만9700원부터, 동남아는 11만1700원부터, 싱가포르는 18만7300원부터 시작한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1일까지 편도 기준 8만8200원부터 시작하는 일본 항공권 프로모션을 실시했다. 

지방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노선도 늘며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늘어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18일까지 청주, 대구, 부산, 제주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12개 노선을 대상으로 특가 이벤트를 진행했다. 가장 저렴한 노선은 편도 기준 대구~후쿠오카 노선으로 10만3800원부터 이용이 가능했다.

가격 차이는 ‘미미’한데 서비스 차이는 ‘뚜렷’

3월 1일 인천에서 출발하는 도쿄행 비행기 가격 비교. 사진=스카이스캐너 캡처
3월 1일 인천에서 출발하는 도쿄행 비행기 가격 비교. 사진=스카이스캐너 캡처

쏟아지는 특가에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특가로 비행기를 이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뿐더러 대형항공사와 비교하면 서비스 대비 가격차이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가족과 일본 후쿠오카 여행을 다녀온 A씨는 “황금 시간대 비행기를 찾아보면 대형항공사와 LCC 가격 차이가 불과 2~3만원밖에 나지 않는다”면서 “수하물도 LCC는 기내로 들고 타거나 최대 15kg 밖에 지원하지 않지만, 대형항공사의 경우 기본 20kg 이상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민 끝에 A씨는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했다.

베트남 다낭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B씨는 “코로나 이전 왕복 30만원 안팎으로 다낭을 다녀왔는데, 최근 확인해보니 50만원을 훌쩍 넘는다”며 “그때도 지금도 마찬가지로 LCC 위주로 항공권을 찾아보는데 확실히 항공료가 많이 올랐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2시 기준 직장인들의 짧은 연휴가 시작되는 3월 1일 인천발 도쿄행 비행기를 찾아보니 가장 저렴한 항공권은 18만9211원인 일본의 피치항공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에어서울이 가장 저렴했지만, 아시아나항공과 불과 1357원 차이였다.

가격 차이는 점차 줄고 있지만, 기본으로 제공하는 서비스 차이는 아직 뚜렷하다. LCC의 경우 기본으로 제공하는 위탁수하물 중량은 15kg이다. 이마저도 특가로 예약하게 되면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평균 3~5만원의 별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반면 대한항공은 20kg, 아시아나항공은 23kg의 위탁수하물을 지원한다. 모두 일반석 기준이다. 국제선 기준 대형항공사는 기내식을 기본으로 제공하지만, LCC의 경우 추가로 비용을 지불해 신청해야 지급된다. 

어렵사리 LCC 특가 항공권을 예약한다 하더라도 항공권 취소 및 변경시 수수료가 발목을 잡는다. 이스타항공 기준 특가 항공권은 예매 후부터 6만원의 변경 수수료가 발생한다. 일반 및 할인 항공권은 기간에 따라 1~6만원의 수수료가 차등 부과된다. 대한한공의 경우 노선마다 차이가 있지만 15~60일 이전 취소할 경우 수수료는 최대 3만원이다.

LCC 가격에 대해 의문을 품는 소비자들 또한 늘고 있다. 지난달 4일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2년 이내 국내 LCC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16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내 주요 LCC들의 ‘요금 및 부가 혜택’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의 50.9%는 LCC를 이용하게 된 이유로 ‘대형항공사 대비 요금이 저렴해서’를 꼽았다. LCC 요금이 대형항공사보다 평균 38.1% 저렴해야 한다는 응답도 나왔다. 하지만 국내선 기준 LCC 항공 요금은 대형항공사에 비해 평일 기준 약 16%, 주말 기준 약 9% 정도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LCC에 대한 소비자의 기댓값과 실제 요금의 차이가 크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한 LCC 관계자는 “오르고 있는 유류할증료와 공항시설료가 모두 포함된 가격이다 보니 소비자들이 다소 비싸다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수하물과 기내식 같은 부분에서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인지하고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