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매출 부풀리기 논란에 휘말린 카카오모빌리티를 대상으로 높은 수준의 제재를 고려하는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초 논란이 발생했을 당시부터 성실히 소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나 금감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서슬퍼런' 칼춤을 멈추지 않을 기세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의 판단을 두고 정당한 법 집행이라는 반응이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친 처사가 아닌가라는 말도 나온다.

논란의 행간은?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매출을 부풀린 혐의(외부감사법 위반)로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회계감리에 전격 착수한 바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상장을 추진하며 일종의 매출 뻥튀기를 시도했고, 그 규모만 3000억원에 달한다는 의혹이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카카오모빌리티의 핵심 서비스인 카카오T 블루는 크게 카카오모빌리티, 자회사 KM솔루션, 가맹사(택시회사)라는 세 개의 축으로 이뤄진다.

KM솔루션은 가맹 계약서 제13조에 따라 차량 관리, 차량 배차 플랫폼 제공, 전용 단말기 유지보수, 경영 관리, 정기적인 가맹서비스 품질관리 등 가맹 서비스를 가맹사에 제공하고 그 대가로 운행 매출의 20%를 계속 가맹금(로열티)으로 받는 가맹 계약과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사 중 업무제휴 계약을 맺은 곳으로부터 차량 운행 데이터와  광고 및 마케팅 참여 등의 지원을 제공받고 그 대가로 약 15%를 지급하는 업무제휴 계약으로 묶인다.

가맹사가 KM솔루션에 20%의 로열티를 제공하면 KM솔루션의 모기업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업무제휴 계약을 바탕으로 15%의 금액을 제공한다는 뜻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 지점에서 매출을 산정할 때 20%의 로열티 전체로 잡았다. 업무제휴 계약은 가맹 계약과 관련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업무제휴 계약은 말 그대로 카카오T 블루를 위한 계약이고, 업무제휴 계약은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위한 별도의 가능성 타진이라 주장했다.

금감원의 생각은 달랐다. 가맹 계약(가맹사와 KM솔루션)과 업무제휴 계약(카카오모빌리티와 가맹사)을 소위 하나의 패키지로 봤다. 가맹 계약을 통해 가맹사가 로열티를 KM솔루션에 제공하면 카카오모빌리티가 로열티에 일종의 페이백을 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런 이유로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은 로열티 20%에서 업무제휴 계약의 15%를 뺀 5%라 봤고, 로열티 20%를 전체 매출로 잡은 카카오모빌리티를 두고 매출 뻥튀기에 나섰다고 단정한 셈이다.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해 연결 매출 7915억원 가운데 약 3000억원을 부풀렸다고 보고 있다.

한편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에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감리 결과를 담은 조치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위법 행위의 동기에 따라 고의·중과실·과실로, 중요도에 따라 1~5단계로 나뉘는 양정 기준에서 고의 1단계를 적용했고, 과징금 부과 및 검찰 고발은 물론 류긍선 대표에 대해 해임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지나치게 잡는 것 아니냐"
카카오는 최근 사법 리스크 등에 휘말리며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그러나 김범수 창업자가 전면에 나서는 한편 내부의 CA협의체, 외부의 준법과신뢰위원회 등이 속속 발족되며 험악한 분위기는 다소 누그러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최근에는 위법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영진에게 배상책임을 청구하는 기준을 세우는 등 경영 시스템 자체가 선명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이러한 전략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특히 투명하고 좋은 회사에 대한 기준이 말 그대로 '나이롱'이라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경영 승계와 관련해 논란이 있었던 삼성의 경우 시스템의 상징으로 볼 수 있는 미래전략실이 지나친 중앙집중형 부서라는 비판을 받고 폐지되는 일이 있었으나, 오히려 카카오에 대해서는 '미래전략실같은 시스템이 왜 없냐'는 비판이 쏟아져 CA협의체가 만들어지는 신박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투명하고 좋은 회사로 향하는 길은 그때그때 다르고, 또 비판하는 이들은 어차피 비판하도록 되어 있다. 시스템을 잡아가는 카카오의 행보를 더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다만 카카오가 논란을 겪으면서 상황에 맞도록 최대치에 가까운 전략을 짠 것은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카카오의 현 상황은 '아직 리스크가 있지만 큰 위기는 빠져나오는 중'이라 볼 수 있다.

금감원의 카카오모빌리티 압박은 이러한 '소프트랜딩'에 로켓포를 날릴 정도의 충격파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현안에 최고수준의 압박을 가한다는 것 자체가 한국 ICT 플랫폼에 대한 무시무시한 파급력을 자랑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 여지는 무엇일까? 금감원은 가맹 계약과 업무제휴 계약을 하나의 패키지로 봤으나, 카카오모빌리티의 주장대로 두 계약을 분리해서 봐야 할 이유도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약 두 계약이 금감원 주장대로 페이백이라면 두 개의 계약은 함께 돌아가야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2년 10월 데이터센터 화재 당시 가맹 서비스를 일시적으로 제공하지 못했을 무렵,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사에 가맹금 20%를 청구하지 않았지만 가맹점에서 수행한 광고활동 및 데이터 제공에 대한 대가는 ‘업무제휴 계약’에 의거하여 전액 정상 지급된 바 있다. 또 KM솔루션이 가맹사로부터 계속 가맹금을 수취하지 못해 미회수 채권이 발생하는 경우, 카카오모빌리티는 광고활동 및 데이터 제공에 대한 비용 역시 계약서 내의 지급 기일 내에 정상 지급하고 있다.

무엇보다 각 계약의 목적(가맹 로열티, 미래 모빌리티 발전)이 뚜렷하게 다르고 주체(KM솔루션, 카카오모빌리티)도 구분되어 있다. 심지어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사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가맹계약 직전 명확하게 알려주는 중이다. 또 상장을 준비하던 카카오모빌리티가 순이익은 그대로인데 매출을 뻥튀겨 상장정국을 유리하게 끌고가려 했다는 주장도 희한하다. 이는 오히려 기업가치를 스스로 훼손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그럼에도 나름의 보완책을 마련했다. 최혜령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가 지난 15일 실적 발표회에서 “연결 관점에서 순액법과 총액법 매출인식에 대한 검토가 진행 중”이라 언급하는 등 내부 프로세스 변경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감원이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최고수위의 압박을 시사하자 당황하는 기색이다. 자칫 위기탈출 직전까지 올라오며 주가 반등까지 이뤄낸 카카오의 성장 동력이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일단 금감원의 판단 자체를 존중해야 한다는 기류다. 카카오모빌리티도 몸을 낮추고 충분히 소명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한국 ICT 플랫폼 전략을 대표하는 카카오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집요한 압박, 나아가 몇몇 논란의 여지가 있음에도 이를 충분히 논의하지 못한 기류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생성형 AI 전략 등 ICT 플랫폼 업계 전체가 국경없는 전투를 치르는 상황에서 더 철저하고 명확한 시시비비가 가려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잘못이 명백하다면 금감원 등의 규제기관이 명확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곳을 면밀히 살피면서 한국 ICT 플랫폼 기초체력을 무리하게 꺾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 ICT 플랫폼 인프라 등을 위해 대승적으로 플랫폼법에 대한 논의에 재차 들어간 것처럼, 금감원도 대승적 상황에서 신중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