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 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손해보험사 이미지. 출처=연합뉴스

5대 손해보험사(삼성화재·메리츠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의 실적이 공개된 가운데 이들의 희비가 갈렸다.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 KB손보는 ‘역대급’ 성적표를 받았지만,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은 전년보다 부진한 성적을 내며 웃지 못했다.

23일 현대해상이 발표한 지난해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8057억원으로 1년 전 1조2813억원 대비 37.1% 줄었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실적을 공개한 ‘빅5’ 손해보험사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실적이 감소했다.

장기보험과 일반보험의 보험손익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현대해상의 지난해 보험손익은 1년 전보다 61.2% 줄어든 5265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장기보험 보험이익은 2488억원으로 77.2% 급감했다. 실손보험 손해액 증가로 인한 예실차 손실 2600억원이 발생했고, 손실 부담 관련 비용 4800억원을 인식한 결과다. 지난해 일반보험 보험이익은 전년보다 18.3% 줄어든 764억원으로 집계됐다.

DB손보도 마찬가지로 웃지 못했다. DB손보는 지난해 1조53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전년보다 21.1% 줄어든 성적표를 받았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7조7839억원으로 전년(16조9151억원)보다 5.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조168억원으로 21.8% 줄었다.

순익이 줄어든 데는 괌과 하와이에서 발생한 자연재해로 손해가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하와이 산불에 따른 일반보험 손실만 약 1000억원 발생했다. DB손보 관계자는 “일회성 요인으로 당기순이익은 다소 감소했지만, 보험서비스마진(CSM) 잔액은 12조2000억원 규모로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 KB손보는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8216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는 전년 1조6267억원 대비 12.0% 성장한 규모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0조8247억원, 영업이익은 2조357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2%, 15.3% 늘었다. KB손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7529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메리츠화재는 DB손보가 주춤하는 가운데 업계 2위로 올라섰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5748억원을 기록하며 DB손보를 제쳤다. 삼성화재와의 격차는 3685억원에서 2468억원으로 좁혔다. 일각에서는 메리츠화재의 약진을 두고 손보업계의 지각 변동이 가속화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3.6% 늘어난 2조1171억원, 매출액은 13.2% 증가한 10조8617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DB손보와 메리츠화재 사이의 2위 경쟁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DB손보가 지난해 부진했던 이유는 일회성 요인에 기반하고, 새 회계제도(IFRS17)에서 보험사의 미래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꼽히는 CSM 규모는 DB손보(12조2000억원)가 메리츠화재(10조4687억원)를 앞서기 때문이다.

CSM은 보험사가 미래에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값이다. 먼저 부채로 계상한 다음 매해 상각해 수익으로 인식한다. CSM 규모가 클수록 장래의 이익도 늘어나는 구조다. 지난해 삼성화재의 CSM은 13조3028억원, 현대해상 9조79억원, KB손보는 8조5180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