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본사 전경. 사진=KT&G
KT&G 본사 전경. 사진=KT&G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가 KT&G 측에 이상현 대표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FCP의 KT&G 보유지분은 0.44%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FCP 측은 KT&G 사외이사진을 두고 사업 전문성을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투자 전문가인 이상현 대표를 사외이사로 추천한 것을 두고 ‘과도한 기업 흔들기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FCP는 지난 14일 KT&G 측에 이상현 대표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또 FCP는 최근 국민연금에 KT&G 대표 선임 과정에 적극 개입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도 보냈다. KT&G 내부 출신 인사의 대표 선임을 막아달라는 게 핵심으로 보인다.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는 22일 방경만 수석부사장을 차기 사장 최종 후보로 결정해 이사회에 추천했다고 밝혔다.

방수석부사장은 현재 KT&G 총괄부문장으로 이사회 사내이사 2명 가운데 1명이다. 지난 1998년 KT&G(당시 한국담배인삼공사)에 입사해 글로벌본부장, 사업부문장 겸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두루 지냈다.

수년간 고위경영자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후보자의 역량과 자질에 대한 객관적 검증을 받았으며 총괄부문장을 역임하면서 보여준 경영능력과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 과정에서 보여준 공감의 리더십이 기업 성장을 도모하고 그룹의 리더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글로벌서 성공한 소비재 전문가 영입 외쳤던 FCP

IB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지난 14일 KT&G의 이번 주총 주주제안 마감일에  (이상현 대표) 사외이사 추천 외 새로울 만한 FCP의  주주제안은 없었다”고 전했다.

문제는 그동안의 FCP 측이 보여줬던 행보다. FCP 측은 지난해에도 KT&G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를 추천했다. LG생활건강 출신의 차석용 현 휴젤 대표와 황우진 전 푸르덴셜생명보험 대표였다.

FCP는 지난해 사외이사 추천을 두고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경험이 있어 시가총액 10조원이 넘는 KT&G 대표이사 멘토와 엄정한 감독관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고 자평했다.

황우진 전 대표는 과거 이상현 대표가 칼라일 한국대표를 맡아 ADT 캡스를 2조원에 인수할 당시 ADT캡스 사외이사로 재임됐던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시 FCP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들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모두 부결됐다.

올해 1월에도 KT&G 이사진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FCP 측(유선규 상무)은 KT&G 사외이사진을 두고 사업에 필요한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인지 상당히 의문스럽다고 주장했다. 사외이사 중 글로벌 소비재 전문가가 한 사람도 없다는 게 핵심이었다.

하지만 이상현 대표 역시 FCP 측이 주장하는 글로벌 소비재 전문가와는 거리가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이상현 대표는 싱가포르투자청(GIC), 매킨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칼라일 한국 대표를 거친 투자 전문가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상현 대표를 사외이사로 셀프추천한 FCP가 본인들 주장에 대해 스스로 반박해야 하는 자가당착에 빠진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또 일각에서는 KT&G 보유 지분 상단에 있는 외국계 펀드들과 다른 FCP 행보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FCP가 최근 KT&G 이사회 의사록, 장부열람 등 가처분 신청, 사외이사 관련 주주대표소송 등 다양한 법적 분쟁을 통한 이슈몰이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KT&G 지분은 분산되어 있고 퍼스트이글, 블랙록 등 외국계 펀드들이 보유 순위 상단에 위치하고 있다”며 “지난해와 올해 다수의 외국계 펀드들은 KT&G의 높은 수준의 배당을 기반으로 한 안정성과 지난해 발표한 미래 비전에 긍정적인 시각을 보유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상현 대표의 사외이사 셀프추천과 관련 “궁극적으로 (KT&G) 이사진 흠집내기를 통해 이상현 대표가 직접 사외이사로 나서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이슈를 생산해 KT&G 주가 부양을 노려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 아니겠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