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영 KAI 사장. 사진=KAI
강구영 KAI 사장. 사진=KAI

“통찰과 도전, 창의와 열정의 KAI DNA를 되살려 미래사업의 본격 추진과 이집트, 미국 등 대규모 수출시장 진출의 초석을 다지는 기념비적인 한 해를 만들겠습니다”

강구영 KAI(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이 지난 1월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며 이같은 신년사를 남겼다. 올해 강구영 사장의 어깨는 누구보다 무겁다. 향후 KAI의 20~50년을 결정지을 중차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K-방산 수주 호황으로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고, 본격적인 민간주도 항공우주시대에 대비해 탄탄한 조직력과 우수한 기술력을 갖춰야만 한다.

강 사장이 연초부터 강조한 ▲주력사업의 안정적 추진 ▲수주 확대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 ▲‘뉴 에어로스페이스’ 시대에 도전적 대응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내재적 핵심 역량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역대 최고 매출…‘빛나는 1년’

책임이 막중한 강구영 사장이지만 자신은 넘친다. 지난 2022년 9월 KAI의 새 수장이 된 이후로 성공적인 결과물을 숱하게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취임 1년 만에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하며 KAI의 상승세를 본격적으로 견인하기 시작했다.

강 사장 체제 하에 KAI는 2023년 연결기준 매출 3조8193억원, 영업이익 2475억원, 당기순이익 2218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동기 대비 매출 37%, 영업이익 75%, 당기순이익 91%가 증가된 수치다. 당기순이익은 2016년의 2645억원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코로나 19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혼란 등을 극복하고 거둔 호실적이라 더 뜻깊다.

강구영 사장은 KF-21 한국형전투기 체계개발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함과 동시에, 2020년 초 중단됐던 T-50 계열 항공기의 납품을 3년 만에 재개시키며 실적 개선에 일조했다. 유럽 최대 고객인 폴란드에도 집중했다. 2022년 9월 폴란드 정부와 FA-50 48대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1년 3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29일 FA-50GF 12대를 납품했다. 이 역시 KAI의 실적을 대폭 끌어올렸다. 취임 후 꾸준히 내비친 내실 강화와 경영 실적 개선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강구영 KAI 사장(왼쪽 세번째)과 Ihssane mounir 보잉 구매본부장(왼쪽 네번째)이 2023 파리 에어쇼에서 면담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베테랑 조종사 출신임을 증명하는 조종복이 눈에 띈다. 사진=KAI
강구영 KAI 사장(왼쪽 세번째)과 Ihssane mounir 보잉 구매본부장(왼쪽 네번째)이 2023 파리 에어쇼에서 면담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베테랑 조종사 출신임을 증명하는 조종복이 눈에 띈다. 사진=KAI

실적과 쇼맨십으로 능력 증명해

강구영 사장의 첫 시작은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취임 초기부터 ‘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가 줄곧 강 사장을 따라다녔다. 취임 전인 2021년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의 ‘국민과 함께하는 국방포럼’에서 요직을 맡은 게 요인이었다. 군 조종사 출신 예비역 중장인 점도 문제가 됐다. 경영 능력을 입증하지 못한 군인 출신이 사장 자리에 앉으며 ‘비 전문가’라는 오명도 뒤집어썼다.

이에 강 사장은 ‘결과물’로 그간의 논란을 일축했다. 최고 수준의 실적을 달성하며 경영 능력을 증명했다. 항공기 전문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공사 30기 출신으로 공군 제5전술공수비행단장, 공군 참모차장, 합동참모본부 군사지원본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비행장교 시절 영국 왕립시험비행학교에서 전투기, 여객기, 헬기, 우주선 등 30여 종의 항공기를 조종하는 등 최고 전문과정을 이수했다. 사장 취임 후에도 “CEO가 자사 제품을 잘 알아야 수출에도 성공한다”는 지론으로 T-50 전투기에 직접 탑승해 시험비행을 실시하기도 했다.

2023 폴란드 라도에어쇼를 방문한 마리우스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장관 및 부총리에게 전시물을 소개 중인 강구영 사장. 현장 베테랑 출신임을 증명하는 조종복이 눈에 띈다. 사진=KAI
2023 폴란드 라도에어쇼를 방문한 마리우스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장관 및 부총리에게 전시물을 소개 중인 강구영 사장. 현장 베테랑 출신임을 증명하는 조종복이 눈에 띈다. 사진=KAI

리더로서의 ‘쇼맨십’도 적절히 발휘했다. 외국 방산전시회 등에서 글로벌 바이어들과 줄곧 조종복을 입은 채로 미팅하며 CEO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어필했다. 이런 강 사장의 노력은 외국의 KAI 제품 대거 도입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 1년간 폴란드를 필두로 한 유럽시장과 중동, 동남아 등 수많은 해외 국가로 판로를 적극 확장한 결과, 지난해 10월에는 폴란드 바르샤바에 중부유럽사무소를 개소, NATO 국가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또한 폴란드 국영방산기업 PGZ와 후속 군수지원 관련 MOU를 맺는 등, FA-50 수명주기인 30~40년간의 안정적인 후속 지원 체계의 기틀을 마련했다.

중동 시장 개척 상황도 긍정적이다. 현재 이집트 공군은 대규모 고등훈련기 사업 추진 중으로, KAI의 FA-50이 유력 기종으로 검토되고 있다. KAI는 지난해 12월 4일부터 7일까지 이집트 방산전시회(EDEX)에 처음 참가해 FA-50을 비롯해 수리온과 유무인복합체계를 선보였다. 이밖에도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 국가와 T-50계열 훈련기 납품 계약을 체결·이행하는 등 동남아 시장도 확실히 잡았다.

미래 6대 사업 투자로 체질 혁신

강구영 사장은 KAI를 항공방산 강자를 넘어 민수, 우주항공 강자로 성장시키고자 한다.

지난 1월엔 김지홍 미래융합기술원장을 비롯해 미래전략, 미래비행체, M&S, KF-21 개발 관계자 등 총 10명과 함께 미국 CES 2024를 직접 방문해 AI, 자율주행, 미래모빌리티, 메타버스 등 4차산업혁명 기술 트렌드를 파악하고 신사업 발굴과 글로벌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강구영 사장이 CES 2024를 방문해 미국 웨어러블 디바이스 업체 어퍼런스 부스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KAI
강구영 사장이 CES 2024를 방문해 미국 웨어러블 디바이스 업체 어퍼런스 부스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KAI

강 사장은 지난해 ‘글로벌 KAI 2050’ 비전을 발표하며 4차산업혁명기술을 활용한 첨단 핵심기술을 기반으로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체질 혁신을 선언한 바 있다.

미래 6대 사업으로 선정한 6세대 전투체계와 차세대 수송기, 차세대 고기동헬기, AAV(미래형비행기체), 위성/우주모빌리티, 미래첨단 S/W 사업을 구체화하고 올해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8일에는 AI 기반 무인 전투기가 포함된 차세대 공동 전투체계에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강구영 사장의 노력들에 힘입어 KAI의 수주잔고는 2024년 약 27조원, 2025년엔 약 36조원까지 뛸 것으로 전망된다. KAI는 올해 수주목표를 5조9147억원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목표인 4조4769억원보다 1조2000억원 이상 상향하며 6조원 수주를 바라본다. 강 사장의 자신감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강구영 사장은 수주 목표를 발표하며 “2024년에는 수출 기종을 다변화하고 미래사업에 대한 적극적 투자와 실행을 통해 퀀텀 점프의 기반을 다지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