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사진=김호성 기자
금융감독원. 사진=김호성 기자

최근 미국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주요 보험사 경영진들을 만나 이에 대한 손실 위험을 관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보험사들의 과열 경쟁으로 인해 소비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20일 광화문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이세훈 수석부원장 주재로 보험업권 간담회를 열고 업계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금융당국은 해외 상업용 부동산 등 대체 투자 손실위험 등 주요 리스크 요인 현황과 손실 흡수 능력 등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점검했다.

금감원은 “보험사는 장기채권, 부동산투자 등 불확실한 경제 상황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투자자산이 많다”며 “다양한 상황 변화를 염두에 둔 철저한 위험 관리와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금융회사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금액은 55조8000억원으로, 보험업권은 그중 31조700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대도시 오피스 공실률은 지난해 3월 말 기준 17.0%에서 같은 해 9월 말 18.4%로 6개월 간 1.4%포인트(p) 상승했다.

금융감독원이 보험사 임원들과 20일 오후 현안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 = 김호성 기자.
금융감독원이 보험사 임원들과 20일 오후 현안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 = 김호성 기자.

금감원은 보험사가 단기 이익에 집중해 소비자 신뢰를 저버리는 불건전 영업 관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CEO 등 경영진이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도 당부했다.

금감원은 “최근 설계사 스카우트 경쟁과 높은 수수료 위주의 모집 관행 등으로 부당 승환계약과 같은 불건전 모집이 우려된다”면서 보험사 및 보험법인대리점(GA)업계에 과당 경쟁을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이어 특정 보장 한도를 과도하게 설계하거나 보장성 보험임에도 높은 환급률만을 강조하는 등의 불합리한 상품 개발·판매에 대해 상품판매 전 과정에 걸쳐 잠재 리스크를 면밀히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을 앞다퉈 올리면서 불완전 판매 등 소비자 피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현장 점검에 나선 바 있다.

금융회사의 기본인 리스크 관리 역량을 높여 보험에 대한 국민적 신뢰 제고에 힘써 달라는 당부도 이어졌다. 금감원은 “예측하기 어려운 금융위험을 소비자로부터 인수해야 할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더 많은 위험 감수를 조장하는 상품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며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출시한 보험상품으로 인해 발생한 손실을 보험료 인상 등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보험사·판매채널의 불건전 영업 관행과 단기 출혈 경쟁에 대해서는 감독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공정한 금융질서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보험업계가 급변하는 금융 환경 및 성장 정체에 놓여 있는 만큼 판매 위주의 경쟁에서 벗어나 각종 보험 서비스 개발, 해외 진출 등 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금융당국 관계자, 생명보험 8개사(삼성·교보·한화·신한라이프·NH농협·미래에셋·KB라이프·흥국생명) 및 손해보험 7개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메리츠화재·NH농협손보·한화손보) 경영진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