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입주하지 않고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기’를 막아야 한다며 야권에서 반대했던 ‘실거주 의무 폐지’가 3년간 유예된다. 작년 1월에 국토교통부가 실거주 의무 폐지 방침을 발표한 지 1년 2개월 만이다. 이를 통해 아파트를 분양 받은 사람은 입주 전에 한 번(2년간)은 전세를 놓을 수 있게 됐다. 다만 “결국은 미봉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여야는 분양가 상한제 단지의 실거주 의무를 3년 유예하기로 했다.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시점을 ‘최초 입주 가능일’에서 ‘3년 뒤’로 미루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내일(21일) 오전에 열리는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주택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오는 11월 입주를 앞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가구)’의 전경. 사진=연합뉴스
오는 11월 입주를 앞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가구)’의 전경. 사진=연합뉴스

그동안 야권은 무자본 갭투기를 촉발할 우려가 있다며 실거주 의무 폐지에 반대해 왔다. 그러나 이로 인해 입주민의 불편이 나타나자 총선을 50여일 앞두고 기존 입장을 고수하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내일 개정안이 처리되면 이달 입주가 시작된 수천 가구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관련 의무가 적용된 아파트 가운데 관련 단지는 11곳, 가구 수는 6544세대다.

분상제 주택에 대한 실거주 의무는 지난 2021년 부동산 투기 수요 유입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공공택지나 집값 과열지역 등 분상제가 적용되는 곳에서 입주 가능 시점으로부터 2~5년 동안 청약 당첨자가 실제로 살게 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법을 제정할 때부터 실수요자인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하는 사람들이 전세보증금으로 집의 잔금을 치러, 이 제도가 투기 수요뿐 아니라 실수요에도 타격을 준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실거주 의무 유예는 긍정적이지만 미봉책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는 법 개정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겠지만 결국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신축아파트의 입주시점에서 실거주하지 않고 임대를 주는 경우는 ’청약시점에 그 지역에 거주하려 했으나 이후 직장발령 등의 이유로 실거주가 불가능할 때’와 ‘일단 청약은 했으나 돈이 없어 일단 전세를 주고 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치를 때’인데, 어느 쪽이건 3년 안에 해결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주택을 매도하기 전까지 실거주의무를 충족하게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며 “실거주 3년 유예에 따라 전세매물이 일부 증가하겠지만, 전체 전세시장을 뒤흔들 정도는 아니다. 입주물량이 집중된 특정 단지에서 제한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