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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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생명보험사들이 제3보험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생보사의 핵심 상품인 종신 보험 수요가 줄어들면서 새 먹거리를 찾아나서는 것이다. 그동안 손해보험사가 주도했던 제3보험 시장의 판도가 변화할지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생명보험사들은 올해 첫 신상품으로 제3보험인 건강보험 상품을 내놨다. 한화생명은 지난달 ‘The H 건강보험’을 출시했고, 삼성생명은 ‘다모은 건강보험 S1’을 선보였다. 신한라이프는 ‘신한 통합건강보장보험 원(ONE)’을 출시했다.

제3보험은 사람이 질병에 걸리거나 재해로 상해를 당해 간병이 필요한 상태를 보장하는 보험이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어 제3보험이라고 불린다. 실손·건강·간병·암·어린이보험 등이 이에 속한다.

이들 생보사들은 저렴한 보험료와 각종 특약을 장점으로 내세우며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보험료가 기존 대비 50~60% 저렴한 한화생명의 The H 건강보험은 출시 한 달 만에 초회보험료 30억원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누적 판매 건수는 3만7000건을 기록했다. 영업일 기준 하루에 약 2000건씩 팔린 셈이다.

원하는 보장만 골라 설계할 수 있는 ‘조립식 건강보험’도 인기다. 업계 최다 수준인 144개 특약을 탑재한 삼성생명의 다모은 건강보험 S1은 고객이 원하는 보험료 안에서 필요한 보장만 골라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신한라이프의 신한 통합건강보장보험 원 역시 100여개의 특약을 개인 맞춤형으로 설계해 가입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제3보험 시장의 강자는 손보사들이었다. 2004년까지는 생보사의 제3보험 시장 점유율이 손보사보다 높았으나, 2010년부터 역전됐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손보업계의 제3보험 시장 점유율은 71.3%로 생보업계 점유율 28.7%을 크게 앞지른다. 손보사들은 어린이보험에서 특히 강세를 보이며 시장 저변을 넓혔다.

생보사들이 한동안 시큰둥했던 제3보험 시장에 다시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우선 저출생과 급속한 고령화로 인구 구조가 바뀌면서 사망 보장에 대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평균 수명 상승으로 노후 생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건강 및 간병 보장에 대한 니즈는 늘었다. 성장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제3보험 시장은 2010년 이후 연평균 7%대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도 제3보험이 유리하다. 지난해 도입된 새 회계제도(IFRS17)에서 보험사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사용되는 것은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이다. CSM은 보험사가 현재 보유한 보험 계약을 통해 미래에 얻을 이익을 현재 가치로 나타낸 값이다. 보통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를 나중에 보험금으로 돌려줘야 하는 저축성 보험보다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도, 지급하지 않을 수도 있는 보장성 보험이 CSM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보험 시장의 생태계가 변화한 만큼 앞으로도 제3보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만 경쟁이 과열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출혈 경쟁에 대한 우려도 뒤따른다. 최근 생보사들은 건강보험에 최대 1000% 시책을 내거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시책은 보험사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판매 수수료로, 사업비에 포함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통 사업비 내에서 시책을 어느 정도 지급하겠다고 계획을 잡는다”며 “하지만 시책을 높게 잡으면 사업비가 과도해져 손익에 무리가 갈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