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을 전면 폐지로 결정한 가운데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본격적인 드라이브가 걸리고 있다. 다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도 반신반의하는 기류가 강하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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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폐지 후 약정할인도 확대
2014년 단통법 이전, 구매자가 단말기를 구입할 때는 천차만별의 보조금을 받았다. 제조사와 이통사가 공동부담하지만 그 비율은 알려지지 않은 보조금이 대리점에서 임의로 책정됐기 때문이다.

단통법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탄생했다. 특히 단말기 보조금의 상향기준을 설정한 것이 눈길을 끈다. 이를 통해 과도한 이통사들의 영업전쟁이 벌어지는 것을 차단하고, 몇몇 정보에 밝은 이들에게만 혜택이 집중되는 것을 막는다는 방침이었다. 정부는 여기에 선택약정할인도 추가했다. 단말기 보조금을 받지 않는 조건으로 특정 요금제에 약정을 걸어 최대 25%의 할인을 지원하는 제도다.

그 연장선에서 당시 정부는 절대다수의 가입자들이 별 고민없이 보조금 혜택을 동등하게 받을 수 있다고 봤다. 

문제는 '혜택의 하향표준화'를 두고 터져나왔다. 모두가 동등한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모두가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가계통신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혜택의 범위를 공격적으로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정부가 지난 1월 홍릉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 5번째 생활규제 개혁'을 기점으로 전격적인 단통법 폐지 방안을 마련한 배경이다.

정부는 일단 단통법을 폐지해 보조금 상한을 없애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경쟁을 통해 SKT 및 KT, LG유플러스의 고객 서비스 강화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현 상황에서는 보조금 제도 자체를 없애며 지원의 제한을 두지 않도록 할 가능성이 높다.

선택약정할인에 대한 청사진도 나왔다. 당장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4년 과기정통부 주요정책 추진계획 브리핑에서 단통법 폐지 후에도 '최소'의 25% 선택약정할인을 보장할 것이라 밝혔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와 과기정통부는 단통법을 폐지한 후 선택약정할인은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해 계속 유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보조금 상한을 없애며 무한경쟁을 선언한 상태에서 가입자 대다수가 택하고 있는 약정할인제도도 무한경쟁을 선언한 셈이다.

국회도 나섰다.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은 15일 단통법 폐지에 따른 후폭풍을 막는다는 취지로 선택약정할인을 유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단통법 폐지로 사라지는 규정 중 이용자 피해 방지를 위한 일부 규정을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해 개정안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부가서비스 강제 가입 금지 조항, 분실·도난 휴대전화의 해외 밀수출을 막는 조항과 더불어 선택약정할인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완전자급제부터 알뜰폰, 제4이통에 이르는 전선은?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전략에 속도가 붙으며 업계에서는 그 효과에 반신반의하는 한편, 혼란만 더 커지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먼저 정부가 시장의 팔목을 비틀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 자체에 우려가 크다. 최근 SKT,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가 삼성전자 갤럭시 S24 공시지원금을 대폭 상향한 배경에 정부가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종의 시장 기준이 사라지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중이다.

알뜰폰 활성화와 제4이통사 카드가 동시다발적으로 떴으나 이를 두고도 논란이 많다. 실제로 스테이지엑스가 1일 28㎓ 대역 주파수 경매의 최종 승자가 되며 제4이통사 시대 문을 열었으나, 문제는 자금력이다. 무려 4301억원을 제시하며 주파수를 확보했으나 이는 최저경쟁가격 742억원의 6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는 제4이통사의 부담을 낮추려  앵커 주파수 700㎒ 대역 20㎒ 폭을 더한 '원 플러스 원'도 불사하는 한편 망 구축 의무도 6000대로 크게 줄였지만, 스테이지엑스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말이 나온다.

물론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는 "리얼5G로 통신을 혁신하는 딥테크 통신사가 될 것"이라며 내년 2분기 서비스 상용화를 자신했으나 재무적 상황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린다. 당장 5G 28㎓ 할당 조건인 6000대 설비 및 주파수에 6128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지만 주파수 경매가를 고려하면 설비에 투입하는 비용은 1827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대 4000억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포함해 28㎓ 지원 단말기 출시와 장비 공급 등이 적기에 가능하도록 돕는다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정부가 제4이통사 선정에 속도를 내면서 통신3사의 강력한 마케팅을 전제로 하는 단통법 폐지를 추구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통신3사와 제4이통사는 마케팅에 필요한 자금을 운용하는 수준이 크다. 이런 가운데 시장경쟁을 위해 제4이통사를 막 시작하면서 거대 통신3사에게 막강한 마케팅 권력을 허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알뜰폰 시장도 단통법 폐지에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역시 알뜰폰 업계가 막강한 마케팅 자본을 움직일 수 있는 통신3사에 대항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통신3사가 출혈경쟁을 불사하며 저가 마케팅에 돌입할 경우 알뜰폰 업계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가계통신비 인하에 필수적인 카드들이 서로 충돌하며 소모적인 경쟁에만 매몰되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드라이브가 제대로 걸린 가운데, 업계에서 그 후속조치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배경이다. 특히 단통법 폐지는 민감한 사안이라 무엇보다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 완전자급제 카드를 새삼 조명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진정한 경쟁을 통해 단말기 가격인하 확대를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통신사에만 가계통신비 인하 부담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유통단계에서 더 다양한 경쟁 효과를 누릴 수 있기에 현실성있는 카드로 여겨진다. 국회에 이와 관련된 법안들이 여럿 상정된 가운데, 지금이라도 관련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