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 사진출처=연합뉴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출처=연합뉴스

미국의 1월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보다 뜨겁게 나왔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확 낮아지고 국채금리가 급등했다. 뉴욕증시가 큰 폭 하락했다.

1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24.63포인트(1.35%) 하락한 3만8,272.75로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68.67포인트(1.37%) 떨어진 4964.17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86.95포인트(1.80%) 하락한 1만5655.60으로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는 지난 9일 5000선 돌파로 마감한 지 2거래일 만에 다시 5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다우지수는 지난해 2월 이후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고, 소형주를 모아놓은 러셀2000지수는 4% 가까이 떨어져 2022년 6월 이후 최대 하락률을 보였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1월 CPI는 전월 대비 0.3%,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월가에서는 각각 0.2%, 2.9%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4%, 전년 동기 대비 3.9% 상승했다. 역시 각각 0.3%, 3.7% 상승할 것으로 본 전문가 예상치를 웃돌았다.

CPI 가중치의 35%를 차지하는 주거비가 전월 대비 0.6% 오르며 상승세가 지속된 영향이 컸다.

1월 CPI 발표 이후 국채금리는 급등세를 보였다. 오후 4시 기준 벤치마크인 10년물은 14.6bp(1bp=0.01%포인트) 급등한 4.316%를 나타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은 18.4bp 치솟은 4.654%를 가리켰다.

미 달러화도 상승세를 보였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68% 뛴 104.88을 기록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오후 거래에서 16.50까지 급등, 지난해 11월 2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 대한 전망도 크게 후퇴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의 3월 첫 금리인하 가능성은 8.5%로 전날의 16%에서 더 낮아졌다.

트레이더들은 5월 금리 인하도 대체로 불가능한 것으로 내다봤다. 5월 금리 인하 확률은 전날 60.7%에서 35.3%로 하락한 반면 동결 확률은 전날 39.3%에서 64.7%로 높아졌다.

6월 금리 인하 확률도 전날 92.2%에서 75.5%로 크게 낮아졌고, 동결 확률은 전날 7.8%에서 23.2%로 크게 뛰었다.

가뜩이나 첫 기준금리 인하는 여름에나 가능할 것이란 연준 인사의 발언까지 나왔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2일 CNN방송에서 인플레이션이 연말까지 2%대 초반 근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여름 어느 시기”에 첫 금리 인하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형 기술주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시가총액 1위에 오른 마이크로소프트는 2.15% 하락했고, 테슬라(-2.18%)와 아마존(-2.15%)도 2% 넘게 떨어졌다. 메타(-1.87%), 알파벳(-1.62%), 애플(-1.13%) 등은 1% 넘게 떨어졌다.

전날 장중 한때 시가총액 3위 자리에 오른 엔비디아(-0.17%)를 비롯해 AMD(-0.22%), 인텔(-1.98%) 등 인공지능(AI) 수혜주들도 하락했다. AI 열풍에 분기 실적 발표 후 사흘 새 90% 가까이 급등한 반도체 설계기업 ARM도 19.46% 빠졌다.

코카콜라는 예상치를 웃돈 매출을 내놓았는데도 0.59% 하락했다.

쇼피파이는 예상치를 웃돈 분기 매출과 순이익을 발표했지만 영업비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13.40% 하락했다.

장난감업체 해즈브로는 손실 규모가 확대됐고 조정 순이익도 예상치를 밑돌면서 1.35% 떨어졌다.

제트블루는 유명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컨이 지분 10% 가량을 취득했다는 소식에 21.58% 급등했다.

유가가 1월 CPI의 뜨거운 모습에도 중동 위기의 불확실성으로 7거래일 연속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95센트(1.24%) 오른 배럴당 77.8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