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건일 신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한국은행
황건일 신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한국은행

“새 (종류)가 참 많은데 왜 비둘기하고 매만 묻는지 모르겠다. 소쩍새도 있고, 솔개도 있고, 황조롱이도 있다.”

황건일 한국은행 신임 금융통화위원이 13일 “매파(통화 긴축 선호)인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인지” 묻자 “경제 상황을 객관적으로 봐서 상황에 맞게 (기준금리를)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통상 긴축 통화정책을 선호하면 매파로, 완화적 정책을 선호하면 비둘기파로 분류된다. 본인의 정책 성향에 대해 한쪽으로 치우치기보다 중립적으로 결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은행 상임이사를 지낸 황 위원은 금융위원장의 추천을 받아 이날 신임 금통위원으로 임명됐다.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이동한 박춘섭 전 금통위원의 후임으로 2027년 4월 20일까지 박 전 위원의 잔여 임기를 채울 예정이다. 오는 22일 열리는 2월 한은 금통위부터 기준금리 결정에 참여한다.

황 위원은 이날 임명 직후 취임사를 통해 “우리나라 거시경제 정책의 한 축인 통화 정책을 담당하는 금통위원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오름세가 둔화 흐름을 지속하고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면서도 “물가상승률이 목표를 상당폭 상회하고 있고, 금융 안정 측면에서는 부동산 대출, 가계부채 관련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외적으로도 지정학적 리스크, 글로벌 경제의 블록화에 따른 공급망 재편 등으로 우리 경제의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황 위원은 “저출산·고령화, 잠재성장률 둔화 등과 같이 여러 구조적인 문제도 산적해 있다”며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한국은행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그동안 쌓아온 경력을 바탕으로 이창용 한은 총재와 금통위원들, 한은 임직원들과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황 위원은 이날 한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수 쪽이 여전히 어려운 것 같고 가계부채 문제가 큰 것 같다”며 “과거와 달리 경제의 블록화와 분절화가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고 짚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에 관해서는 “2금융권을 중심으로 지금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정책 당국이 다각도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서서히 풀려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 위원은 이 총재와의 인연에 대해서 “2008년 제가 청와대에 (경제금융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있을 때 이 총재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며 “그때 활약상을 감명 깊게 봤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