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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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가 쏘아올린 생성형 AI(인공지능) 전쟁에서 AI칩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TSMC의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강해지는 양상이다. 이에 삼성전자가 차세대 반도체 경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오픈AI의 아버지인 샘 올트먼과 SK하이닉스 모두 TSMC와 차세대 반도체 생산에 대해 협의 중이다.
 
9000조원 구하는 샘 올트먼, TSMC에 손 내밀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반도체 시장의 구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기능이 향상된 반도체를 설계하고 직접 생산시설까지 만든다는 구상으로 5~7조달러(약 6600조~930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모집하고 있다. 샘 올트먼은 천문학적인 자금을 조달하며 직접 반도체 생산에 나선 이유는 AI서버에 필요한 엔비디아의 최첨단 GPU(그래픽처리장치)인 H100이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주 소식통을 인용해 올트먼이 자본 조달을 위해 아랍에미리트(UAE)의 셰이크 타흐눈 빈 자예드 국가안보 고문,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등을 만났다고 전했다.
 
이어 올트먼은 사업 허가를 받기 위해 미국 정부에 자신의 계획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문제는 올트먼이 구상하는 ‘글로벌 반도체 네트워크’에서 생산을 담당하는 기업이 TSMC라는 점이다. 오픈AI는 중동의 오일머니를 끌어다 수년 안에 10여개의 반도체 생산시설을 건설할 계획인데, 이 생산시설 운영을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TSMC에 맡길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지난달 올트먼이 한국을 방문하며 기대한 것과는 반대 결과이다. 앞서 올트먼 대표는 1월 25일 한국을 방문해 경기도 평택시에 있는 삼성전자 공장을 찾아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과 AI 반도체 협력을 논의했다. 이에 업계는 오픈AI와 전략 고도화에 따른 수혜가 삼성전자에게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 한 관계자는 “논의가 아직 진행중이므로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TSMC, HBM4 공동 제조
 
여기에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선 SK하이닉스와 TSMC가 ‘AI 동맹’을 맺으며 삼성전자를 공략한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오는 2026년부터 양산 예정인 6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인 ‘HBM4’완 관련해 TSMC와 협력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BM은 빠른 데이터 처리 속도를 위해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은 최신 메모리 제품으로 복잡한 제조 공정이 필요하다. 업계는 SK하이닉스가 선단 공정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TSMC에 제조 공정의 일부를 맡김으로써 전력 효율성을 높이고 다양한 선단 공정을 활용해 HBM의 기능을 높이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풀이한다.
 
구체적으로 D램 적층부 맨 아래, 즉 HBM 최하단에 있는 로직다이(베이스 다이) 생산을 TSMC에 맡길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TSMC는 이달 일본 정부의 지원으로 일본에 제2 공장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TSMC는 “늘어나는 고객 수요에 부응해 일본 남부 구마모토에 제2 공장을 지을 것이며 올해 말까지 착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2 공장에선 6나노의 최첨단 반도체 외에 가전제품 등에 널리 사용되는 40나노도 생산된다. 제2 공장이 가동되면 구마모토에서의 월간 생산 능력은 10만장을 넘는 중요 거점이 된다.
 
생성형 AI로 인해 첨단 공정이 필요한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세계에서 가장 앞선 공정 기술을 보유한 TSMC의 몸값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믿을 건 ‘기술, 기술, 기술’
 
이에 삼성전자의 행보가 주목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홍콩에서 열린 인베스터포럼에서 ‘GDP 성장 전략’을 소개하며 GAA 등 기술 개발을 기반으로 한 정면돌파를 암시했다.
 
현재 세계 최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업체인 퀄컴이 삼성전자와 TSMC에 2나노 AP 시제품 개발을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빠르면 오는 하반기 삼성전자의 이러한 정면돌파가 어떤 결과를 낼지 알 수 있을 전망이다.
 
GDP 성장 전략에서 GDP는 각각 ▲차세대 트렌지스터 구조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D램‘ ▲고급 패키지(어드밴스드 패키징)를 상징한다.
 
반도체 설계 업체는 시제품 결과를 토대로 양산 여부, 제조사, 물량 등을 최종 결정한다. 샘플 제작의 일종이지만 반도체 양산을 위한 첫 출발이자 양산을 위한 핵심 절차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GAA 기술을 먼저 적용한 삼성전자가 2나노 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한다. GAA는 트랜지스터 성능을 개선한 차세대 구조로, TSMC는 2나노에서 처음으로 도입한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3나노부터 GAA 기술을 활용한 만큼 기술 완성도 측면에서 더 뛰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현재 삼성 파운드리 기술은 선단 공정(3~4nm) 기준으로 TSMC 대비 1~2년 뒤쳐진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삼성 파운드리는 2025년 양산 예정인 2nm 공정을 통해 TSMC와의 격차를 점차 축소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