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아파트 매물이 6개월째 7만건 넘게 쌓이고 있다. 매물의 호가가 수요자들의 기대만큼 내려가지 않아 매수자들이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당분간 집값이 반등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부동산 정보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물건수는 7만4563건(12일 기준)을 기록했다. 아파트 매물은 1년 전 5만3917건이었다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작년 8월 7만건을 돌파한 매물은 반 년째 7만건 밑으로 내려가지 않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부동산 사무소에 급매물을 안내하는 홍보물이 붙어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부동산 사무소에 급매물을 안내하는 홍보물이 붙어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매물이 전년보다 40%가량 증가한데는 강남권에서 ‘대장주’로 통하는 단지들의 물량이 특히 늘어난 탓이 크다. 집값 비싸기로 유명한 반포 대장 아파트인 원베일리의 매물은 1년 만에 4배 이상 증가(56건→234건)했다. 이 지역에서 대장 아파트 판도를 바꿀 것이란 기대를 받는 반포주공1단지는 같은 기간 물량이 3배 넘게 증가(210건→648건)했다. 한강변 재건축 최대어 가운데 하나인 압구정 현대 6∙7차도 매물이 3배 가까이 증가(39→106건)했다.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도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월 4000건을 웃돌던 거래량은 ▲9월 3845건 ▲10월 2983건 ▲11월 2417건 ▲12월 1790건으로 급감하고 있다. 실거래 정보 등록 기간이 계약일로부터 60일로 두 달에 달해, 거래량은 신고 기간인 60일이 지나야 정확하게 알 수 있지만 12월 거래량이 전월보다 많을 가능성은 적다.

작년 상반기만 해도 집값이 떨어지자 매물을 전세로 바꾸거나 거둬들인 게 많았는데 이마저 포기하고 급매로 내놓은 물건이 늘어난 탓도 있다. 그럼에도 많은 수요자들은 추가적인 집값 하락을 기대하며 아파트를 사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상위 50곳의 대장주 아파트값은 계속 꺾이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KB선도아파트50′ 지수는 93.6으로 지난해 12월(93.8)과 비교해 0.2포인트 내려갔다. 12월 지수는 전월(94.0)에 비해 0.14포인트 하락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신반포자이 전용 면적 114.94㎡(약 35평)는 지난달 17일 41억원에 팔렸는데 이달 같은 면적이 30억5000만원에 급매물로 나왔음에도 거래되지 않고 있다. 서초동에서 유일하게 KB선도아파트50에 포함된 삼풍아파트의 전용 165.92㎡(약 50평)는 1월 25일 39억8000만원에 팔린 뒤 이달 동일 면적이 8억3000만원 떨어진 가격에 매물이 나왔지만 거래되지 않았다.

해당 지수는 전국 아파트 가운데 시가총액(아파트 시세x가구 수)과 평당 가격을 기준으로 상위 50곳의 가격 변동을 지수로 나타낸 것이다. 서울의 주요 신축·재건축 단지들이 포함돼 있으며 서울 밖에 있는 아파트들은 순위에 오르지 못했다. 수요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단지들이어서 부동산 경기 변동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지표로 통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꺼낼 수 있는 부양책이 이미 다 나온 상태여서 집값이 반등할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부양카드는 이미 나왔다. 광역급행철도(GTX)를 뛰어넘을 교통대책도 더 이상은 없다”며 “현재 금리나 경제상황, 집값 수준을 감안하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자극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