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HD현대중공업

국내 조선업계가 지난해 총 1008만CGT(표준선환산톤수)를 수주하며 2022년의 1676만CGT 대비 40% 감소한 수주량을 기록했다. 1008만CGT는 조선업계 불황이 한창이던 2019년과 동일한 수치다.

다만 수주량 감소에도 업계 분위기는 2019년과 완연히 다른 양상이다.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저가수주도 불사하며 건조 포트폴리오를 확보했음에도 수주량이 저조했던 2019년과 달리, 지난해는 2021년부터 시작된 발주 호황에 힘입어 3년치 수주잔고를 이미 확보한 조선사들이 본격적인 고부가가치선 위주 선별수주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같은 CGT라도 수익성 면에서 비교 불가하다. 현재 조선사들의 수주잔고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13일 조선해운시황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수주량은 4168만CGT(1723척)를 기록했다. 지난 2021년의 5605만CGT(2338척), 2022년 5117만CGT(1975척)과 비교하면 규모가 대폭 줄어들었다. 코로나 19 당시 대거 발주된 신조선이 해운 시장에 본격적으로 풀리기 시작하며 신조선 발주세가 꺾인 탓이다.

다만 시황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해운업계 친환경 바람을 타고 친환경 고부가가치선박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데다가, 신조선가 역시 지속 상승 중이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신조선가지수는 181.27포인트로, 127.11포인트를 기록한 지난 2021년 1월부터 꾸준히 상승하며 최고가를 찍었다. 대표적 고부가가치선인 LNG운반선의 신조선가는 올해 1월 기준 3523억원으로, 2486억원을 기록한 2021년 1월 대비 1000억원 이상 상승했다.

LNG운반선과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은 대한민국 선사들의 주력 선종이다. 실제로 2022년 카타르 1차 프로젝트에선 한국 조선업체들이 총 65척의 발주 물량 중 54척을 수주하는 쾌거를 거뒀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카타르 2차 프로젝트에서는 HD한국조선해양이 17척을 건조하는 5조원대 계약을 체결하며 단일 계약 기준 최대 규모 사례를 경신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지난 6일 15척을 수주하며 4조5719원의 수주잔고를 추가했다. 현재 한화오션이 12척 상당의 수주를 두고 막바지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NG운반선뿐 아니라 초대형암모니아운반선(VLAC), 초대형에탄운반선(VLEC) 등 근래 수요가 급증하는 에너지 관련 고부가가치선 수주도 속속 따내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1월에만 VLAC와 VLEC를 중심으로 4조2386억원 가량을 수주, 연간 수주목표의 25%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같은 한국의 고부가가치선 강세는 점유율 측면에서 더 잘 드러난다. 지난해 한국 조선업계는 총 1008만CGT(218척)를 수주하며 세계 수주량의 24%를 달성했다. 중국은 인건비와 생산능력을 앞세워 2493만CGT(1117척)를 수주,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중국의 전체 수주 척수가 한국보다 4배가량 많음에도, 실질 CGT는 2배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다. 국내 조선사들이 승산 없는 중국과의 양적 경쟁에 집중하기보다 ‘수주의 질’ 자체를 높이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호황은 올해 1월에도 꾸준히 이어지는 양상이다. 한국은 1월에만 97만CGT(32척) 수주로 점유율 38%를 달성하며, 점유율 53%를 기록한 중국을 바짝 추격 중이다.

다만 중국이 점차 고부가가치선 건조 역량을 키워나감에 따라 한국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이 수주한 컨테이너선의 대부분은 메탄올·LNG 추진 컨테이너선과 하이브리드형 컨테이너선 등 고가 선종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 컨테이너선 발주량의 57%를 수주했다. 전체 178척 중 101척을 따냈다. 한국은 51척을 수주하며 28.6%에 그쳤다. 또한 VLAC 등 일부 고부가가치선은 아직 중국과 기술 격차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의 확실한 기술 초격차를 하루빨리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