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말레이시아 스름반 SDI 생산법인 2공장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말레이시아 스름반 SDI 생산법인 2공장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배터리를 낙점, 경영권 승계 관련 1심 재판 무죄 선고 후 첫 글로벌 경영 행보로 삼성SDI 공장이 있는 말레이시아를 찾았다. 말레이시아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에 중요 거점 지역이기도 하다. 

"담대하게 투자해야"

12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올해 첫 해외 출장지로 지난주 금요일(9일) 말레이시아 스름반(Seremban)을 찾아 배터리 사업을 점검했다. 

이재용 회장은 현지 사업 현황을 보고받고 스름반에 있는 삼성SDI 배터리 1공장 생산현장 및 2공장 건설현장을 살폈다. 

현재 1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삼성SDI는 향후 크게 성장할 원형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부터 2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무려 1조7000억원을 투자해 건설하는 2공장은 2025년 최종 완공될 예정이며, 2024년부터 ‘프라이맥스(PRiMX) 21700’ 원형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지름 21mm, 높이 70mm 규격의 프라이맥스 21700 원형 배터리는 전동공구, 전기자동차 등 다양한 제품에 탑재되고 있다. 

이제용 회장은 현장에서 “어렵다고 위축되지 말고 담대하게 투자해야 한다. 단기 실적에 일희일비하지 말자”며 “과감한 도전으로 변화를 주도하자.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하자”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삼성SDI는 2023년 기준 매출 22조7000억원, 영업이익 1조6000억원을 달성하며 사상 최고 실적을 거뒀지만 최근 전동공구, 전기차 글로벌 시장 성장 둔화의 영향으로 올해 실적 전망이 밝지 않다. 그러나 미래를 위한 투자를 차질 없이 실행하고 차별화된 기술경쟁력을 확보해 지속성장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글로벌 경영 전략 속도

이재용 회장은 과거에도 매년 명절마다 해외 사업장을 찾아 현지 사업과 시장을 직접 점검하며 경영 구상을 해왔다. 실제로 2023년 추석에는 ▲이스라엘(전자 R&D센터) ▲이집트(전자 TV·태블릿 공장) ▲사우디아라비아(물산 네옴시티 지하 터널 공사현장)를 방문했고, 2022년 추석에는 ▲멕시코(전자 가전 공장·엔지니어링 정유공장 건설현장) ▲파나마(전자 판매법인) 현장을 찾았다. 

올해에도 이재용 회장은 동남아시아 및 중동을 찾은 바 있다.

그중에서도 말레이시아는 삼성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삼성SDI의 공장이 있어 배터리 사업에서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판매에도 거점 지역이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 삼성전자는 애플과 중국 제조사에 밀려 스마트폰 점유율 1위 국가가 지난해에 비해 감소했으나, 새롭게 1위를 탈환한 지역이 바로 말레이시아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경쟁사에게 필리핀, 알제리, 쿠웨이트, 가나, 불가리아, 베네수엘라 등 6개 국가에서 1위 자리를 내주었으나, 인도와 말레이시아 등 2개 국가에서 새롭게 1위 자리를 탈환했다. 그 연장선에서 이 회장이 말레이시아를 찾아 새로운 동남아시아 전략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일부 털어낸 후 본격적으로 글로벌 경영 전략에 속도를 내는 장면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앞서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보았으며, 합병 과정 중에 피고인들이 분식회계의 의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비록 검찰이 항소를 결정했으나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상당부분 덜어진 상태다.

이 회장은 여세를 몰아 말레이시아를 찾아 글로벌 경영에 나서는 한편, 동남아시아 특화 전략에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당장 재계에서는 이재용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고 등기임원 복귀, 신규 M&A(인수합병) 추진 등 책임경영과 미래 신사업 발굴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는 중이다. 이번 이 회장의 말레이시아 현장경영이 시선을 끄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