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프로풋볼 최고의 팀을 가리는 슈퍼볼이 12일(현지시간) 처음으로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운데, 그 뜨거운 열기만큼이나 스위프트노믹스(Swiftnomics)라는 단어도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다. 

스위프트 경제학. 단 하나의 전설을 위해 탄생한 신조어이자 경외의 헌사이며 새로운 시대의 미학이다. 그러면서 파편화의 시대를 맞은 이 시대를 비웃는 응축된 콘텐츠의 전설이기도 하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1989년 12월 미국 펜실베이나주 웨스트 레딩에서 태어난 한 영원불멸한 디바의 이야기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공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테일러 스위프트가 공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설이 된 디바, 테일러 스위프트
메릴린치 재정 전문가인 아버지와 마케팅 업계에 종사하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테일러 스위프트는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두각을 보였다.

사실 부모는 테일러가 사업을 하기를 원했으나 그녀는 태생부터 뮤즈였다. 12살에 뮤지션 로니 크레이머로부터 기타를 배우기 시작한 테일러의 열정에 결국 부모는 신탁을 따르기로 결정한다.

테일러는 2006년 데뷔, 초반에는 대중적인 컨트리 컨셉으로 특유의 발랄하면서도 귀여운 매력을 발산했다. 그러나 5집 <1989>라는 불후의 앨범을 내며 변신을 시도해 글로벌 음악계를 강타하는데 성공했다.

누군가는 <1989>의 엄청난 인기를 보며 "이것이 정점일 것"이라 평하기도 했으나 그녀는 달랐다. 2022년 10집 <Midnights>, 그리고 2023년 3집을 재녹음한 <Speak Now>에 이르러 단 한번도 실패하지 않고 세상을 미치게 만들었다. 

미국 그래미상에서 네 번째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해 스티비 원더의 기록을 넘겼고, 지난 2023년에는 타임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타임지가 올해의 인물로 연예인을 선정한 것은 96년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그래미상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테일러 스위프트가 그래미상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물론 승승장구하던 전설의 디바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특히 고약한 일부 뮤지션의 악의적인 주장과 짜집기 음해논란으로 큰 고통을 겪었다. 그러나 테일러는 이 마저도 싱어송라이터의 탄탄한 능력으로 버텨내며 스스로가 뮤즈임을 증명하는데 성공했다.

테일러의 글로벌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은 물론 아시아에서도 그 존재감이 절대적이다.

심지어 권위주의 정부가 다스리는 중국에서도 스위프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0일 테일러의 일대기를 조명한 에라스 투어 실황 영화가 중국 전역 약 7000개 스크린에서 상영되며 무려 9500만위안(약 175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그 인기에 힘입어 다음 달 1일까지 상영이 연장됐다고 밝혔다.

그녀의 음악세계를 설명하는 중요한 키워드인 <1989>는 중국 정부에 있어 탐탁치 않은 단어다. 가장 민감한 현대사인 천안문 사태가 터진 연도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일부에서는 중국 당국이 검열 등으로 현지에서 부는 테일러 인기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왔으나, 시진핑 체제에서 억압받는 중국 여성들이 해방구의 아이콘으로 테일러에게 열광하는 것은 막지 못했다.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장을 찾는 이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장을 찾는 이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테일러는 미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도 긴장시키고 있다.

테일러는 지난 2018년 테네시주의 여성 폭력 관련 법안 정국에서 처음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낸 바 있다. 이후 꾸준히 민주당과 보폭을 맞췄으며 지난 대선에서는 바이든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그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지난해 9월 전국 유권자 등록의 날을 맞아 자신의 SNS에 이를 독려하는 글을 게시했고, 그 즉시 무려 3만5000건의 유권자 등록이 이뤄진 것은 미국 정가에서 또 다른 전설로 회자될 정도다.

물론 이 상승효과가 테일러의 능력인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그가 게시물을 올린 후 등록자가 무려 1226% 상승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번 대선에서 테일러가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할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캠프가 자신의 노래 '온리 디 영'(Only The Young)을 쓸 수 있도록 허가하는 등 간접적인 지지는 표명했다.

반면 테일러의 영향력을 우려한 트럼프 전 대통령 진영에서는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녀가 바이든 진영의 스파이라는 황당한 음모설을 퍼트리는 등 선 넘는 가짜뉴스까지 퍼트리고 있다. 최근 ICT 업계를 강타했던 페이크 동영상도 이들이 만들었을 가능성까지 제기될 정도다.

이런 가운데 지지율 난조로 고민하는 바이든 대통령 진영에서는 테일러가 직접적인 지지를 선언해줄 것을 원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캔자스시티의 슈퍼볼 결승진출이 확정되자 스위프트가 남자친구 켈시와 키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캔자스시티의 슈퍼볼 결승진출이 확정되자 스위프트가 남자친구 켈시와 키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위프트노믹스, 슈퍼볼 강타하다
테일러의 상상을 초월하는 인기는 곧 폭발적인 경제현상으로도 이어지는 중이다.

스위프트노믹스가 대표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이 '진지하게' 사용하는 이 신조어는 테일러의 행보만으로 발생하는 경제효과를 의미한다.

먼저 원초적인 경제효과, 즉 싱어송라이터로서의 테일러가 불러 일으키는 경제적 가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단 글로벌 콘서트인 에라스 투어의 경우 지난해 기준 세계 공연 사상 처음으로 매출 10억달러를 넘겼으며, 테일러의 콘서트만으로 지난해 발생한 지역 경제효과는 1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뮤지션으로서 그가 보여주는 경제효과는 이미 '걸어다니는 대기업' 수준이다.

티턴산에 올라 미국 경제는 물론 전 세계경제에 '계시'를 내리고 있는 미 연방준비제도마저 스위프트노믹스에 매료됐다. 테일러가 미국 전역에서 콘서트를 열자 지역경제가 일시에 살아나는 마법을 부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녀가 나타난 도시에는 사람들이 몰려오고 돈이 돌았으며, 가게가 북적였고 호텔은 만석이 됐다. 부가적인 축제들이 연이어 벌어지는 한편 활력이 돌았다. 

그 결과 미 연준은 지난해 7월 12일 경제동향보고서 베이지북을 통해 "스위프트 공연이 열렸던 5월 필라델피아주의 호텔 수익이 코로나 팬데믹 발발 이후 가장 높았다"며 스위프트노믹스를 조명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슈퍼볼에서도 스위프트노믹스는 최고의 화제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테일러가 슈퍼볼 결승에 오른 캔자스시티의 트래비스 켈시와 공개연애를 하고있는 가운데, 그녀가 도쿄 콘서트를 마치고 슈퍼볼 현장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순간 슈퍼볼 입장권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무려 9700달러에 달하며 이는 전년 대비 70% 급등한 수치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경기 결과 베팅 금액이 역대 최고인 232억달러까지 늘어났고, 미국 성인의 26%가 베팅에 참여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이 역시 스위프트노믹스 효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테일러에 열광하는 미국의 MZ세대도 슈퍼볼로 모여들고 있다. 

슈퍼볼은 여전히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지만 중장년층에서는 확고한 인기를 유지하는 반면 MZ세대들은 다소 미온적이었다. 디지털 세계에 익숙한 이들에게 슈퍼볼은 '아빠나 삼촌들이 즐기는 경기'라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테일러가 그 관념을 바꾸고 있다. 테일러가 트래비스 켈시와 공개연애를 하며 경기장을 찾자 MZ세대들도 그녀를 따라 경기장에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프트가 처음 남자친구의 경기장을 찾는 순간 유니폼 판매량은 무려 400% 급등했으며 평균 시청자수는 지난해 대비 7%나 늘었다. NFL 사무국에 따르면 올해 시즌 시청자 중 여성 시청자의 시청률은 2000년 이후 제일 많다. 테일러는 남성에게도 인기가 많지만, 특히 여성들의 인기가 더 강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심지어 테일러의 슈퍼볼 '가십'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서 '만약 슈퍼볼에서 테일러와 공개연애를 하고있는 트래비스 켈시가 팀이 우승할 경우 그녀에게 약혼반지를 주며 청혼할 것인가'라는 베팅까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승반지도 중요하지만, 테일러의 약혼반지에도 전 미국인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스위프트노믹스의 힘은 더욱 강해지는 중이다.  

물론 스위프트노믹스에도 비판이 존재한다. 효과가 일시적인데다 물가상승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당장 천정부지로 치솟은 콘서트 주변의 호텔비용과 슈퍼볼 입장권을 보면, 스위프트노믹스의 어두운 점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측면의 분석도 결국 '돈의 흐름'이라는 각도에서 보면 '노믹스'의 정의 아래에 있다. 쉽게 말해, 스위프트의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제도와 규제의 역할이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일본 공연을 보기위해 몰려든 팬들. 사진=연합뉴스
테일러 스위프트의 일본 공연을 보기위해 몰려든 팬들. 사진=연합뉴스

응축된 콘텐츠의 힘
지금은 '장안의 화제'라는 표현이 사라진 시대다. 그 옛날 <모래시계> 드라마가 방영될 때 거리가 한산하던 시절은 이제 추억일 뿐이다.

사람들은 TV가 열어주는 콘텐츠 시간에 맞춰 줄을 서지 않아도 되며, OTT 및 유튜브 등으로 훨씬 다양한 콘텐츠를 더욱 유연하게 소비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자의 권력은 형해화됐고 약해졌으며, 비록 절대량은 달라지지 않았으나 선택권이 많아진 소비자들은 실시간 피드백이라는 또 다른 힘을 바탕으로 콘텐츠 스펙트럼을 재차 쪼개어내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이제 만인이 하나의 콘텐츠를 보는 시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당연히 장안의 화제는 있을 수 없다. 단일 소비자의 단일 콘텐츠 소비는 존재하지 않기에. 그러나 스위프트는 이제는 익숙하고 당연해진 그 공식에 약간의 균열을 내는 존재다. 아름다운 뮤즈로 태어나 불굴의 의지로 싱어송라이터가 된 전설의 디바. 전 세계가 사랑하는 영원한 아이콘이 되며 그 행보 하나하나에 만인을 주목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프트노믹스마저도 그 걸음 하나하나에 투영된 작은 흔적에 불과할 수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분열된 세계에 남은 유일한 단일 문화(She’s the last monoculture left in our stratified world)"

미 타임지가 2023년 올해의 인물로 스위프트를 소개할 때 남긴 기사 전문이다. 콘텐츠 형해화 시대, 그녀는 이제 콘텐츠 문법에 있어서도 현재의 상식을 파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