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 작업하는 현대제철 노동자. 사진=현대제철
고로 작업하는 현대제철 노동자. 사진=현대제철

2023년 연간 실적을 공개한 철강업계가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와 국내 건설 경기 둔화, 글로벌 철광석 가격 인상 등 악재가 겹겹이 쌓이며 수익성에 타격을 줬다.

글로벌 철강시장의 판도가 국내 업계에 마냥 우호적이지 않다. 유럽연합이 본격적으로 탄소국경조정제(CBAM)를 실시하며 산업군 전방위에 탈탄소 압박을 가하고 있고, 중국은 내수시장 부진으로 대량의 철강 물량을 해외로 풀며 저가 물량 공세를 심화하는 중이다. 일본제철은 미국 US스틸 인수를 결정하고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심지어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인도를 중심으로 꾸준히 조강 생산량을 늘리며 글로벌 시장 파이를 키우고 있다. 다만 올해는 여러 요인들로 상황이 다소 좋아질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실적 전방위 하락한 철강사들

포스코홀딩스의 지난해 철강 부문 매출은 63조5390억원이다. 영업이익은 2조5570억원으로 2022년 대비 21%가량 감소했다. 포스코의 수익에서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상이기에 뼈아프다. 철강의 부진으로 포스코홀딩스 전체 영업이익 역시 2022년 대비 27.2% 줄어들었다.

태풍 힌남노로 포항제철소가 수몰돼 영업이익이 2021년 대비 급감했던 2022년보다 실적이 더 악화됐다. 제철소 수몰 이후 조기복구와 조업 안정화를 통해 조강 생산과 제품 판매량은 늘었지만, 글로벌 철강시황 악화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현대제철도 지난해 매출 25조9148억원, 영업이익 8073억원을 달성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022년 대비 5.2%, 50.1% 감소했다. 건설시황 둔화에 따른 봉형강 제품 판매량 감소 및 제품가격 하락과 전기요금 인상 영향으로 이익이 줄어들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중국과 일본의 저가 철강 공세도 부담스럽다. 현재 중국은 값싼 노동력과 압도적 물량으로, 일본은 엔저를 바탕으로 한 가격경쟁력으로 국내 열연강판 시장에 진출 중이다. 한국철강협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민국의 열연강판 수입량은 422만톤이다. 339만톤을 수입한 2022년 대비 24.48% 증가했다.

열연강판은 제철소에서 쇳물을 얇게 가공한 반제품 형태의 강판이다. 선박 건조용 후판, 자동차 제조용 강판 등 다양한 철강으로 가공할 수 있는 기초 제품이다. 용광로가 있어야만 제조할 수 있어 국내에선 포스코와 현대제철만 생산할 수 있다. 여지껏 동국제강과 세아제강 등 국내 제강사들이 주 고객층이었다. 여기에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이 국내로 대거 유입되며 수익성이 악화되자,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반덤핑 제소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그룹 역시 시황 둔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동국제강그룹 열연사업법인 동국제강은 2023년 4분기 매출 1조1226억원, 영업이익 786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매출은 4% 증가했으나,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영업이익은 25.5% 감소했다. 2023년 6월 신설법인으로 전년 비교는 없다. 동국제강그룹 열연사업법인 동국씨엠은 4분기 적자전환 했다. 매출 5244억원, 영업손실 102억원을 기록했다. 경기 침체로 인해 열연강판 등 원가 변동 요인을 제품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2024년 시황 소폭 개선 기대감…상저하고 예견도

다만 2024년 전망은 지난해처럼 흐리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철강업계는 올해 시항을 ‘상저하고’로 예상했다. 중국산 저가 철강의 가격이 점차 오르는 추세인 데다, 국제 철광석 가격은 중국의 부동산 경기 둔화세 지속에 따라 점차 하락하고 있다. 철강사들의 철광석 재고도 늘어난 상황이기에, 이같은 기조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대한민국 정부가 SOC(사회기반시설) 예산을 5.3% 늘림과 동시에 상반기에만 65%를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국내 건설시장은 차츰 활기를 되찾을 전망이다. 철강사들 역시 하반기에는 건설경기 활성화로 인한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사들의 자체적인 수익성 개선 노력도 활발하다. 먼저 대대적인 철강 가격 인상에 나섰다. 포스코는 열연 제품에 대해 1월 계약분부터 톤당 5만원 인상했다. 현대제철도 열연과 후판을 나란히 톤당 5만원씩 인상했다. H형강과 일반형강 가격도 인상 예정이다.

또한 업계는 수익 중심의 고부가가치 제품·기술 개발, ESG 강화, 자동차용 강판 등 수요 높아진 품목군 판매 비중 확대 등으로 수익성을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포스코는 고로 기반 저탄소 철강제품 생산 기술인 ‘브릿지 기술’ 적용확대와 함께 포스코형 수소환원제철기술인 하이렉스 전환계획을 구축하며 내실을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역시 ‘철강통’ 유명한 업계 전문가인 만큼, 그룹 철강사업 부문의 글로벌 미래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장인화 포스코 회장 내정자. 사진=포스코
장인화 포스코 회장 내정자. 사진=포스코

현대제철은 올해 신흥국 대상의 자동차강판 판매를 확대하고, 메이저 완성차 업체에 대한 장기공급 물량을 확보해 전체 자동차강판 판매량 중 글로벌 자동차강판 판매비중을 21%까지 높일 예정이다. 또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추세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유럽 해상풍력PJT 관련 수주활동을 강화하는 등 에너지용 후판 공급도 늘려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