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화 포스코 회장 내정자. 사진=포스코.jpg
장인화 포스코 회장 내정자. 사진=포스코

이변은 없었다. 포스코그룹의 차기 회장 단독후보로 포스코 내부인사인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이 확정되며, 포스코 역대 회장단의 ‘순혈주의’는 이번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포스코 역대 회장은 김만재 4대 회장을 제외하곤 전부 그룹 내부인사 출신이다.

이번 선임과정에서는 이례적으로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등 외부인사 3인이 파이널리스트 6인 명단에까지 포함됐다. 하지만 ‘비철강 출신’이거나 ‘포스코 내부 사정에 정통하지 못하다’는 약점에 발목 잡혀 끝내 최종 내정자는 되지 못했다.

그룹 발전에 기여한 내부 전문가

포스코홀딩스는 8일 임시이사회를 개최해 장인화 포스코 사장을 포스코그룹의 회장 후보가 되는 사내이사 후보로 선정하고,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장 전 사장은 3월 21일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포스코그룹 회장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CEO후보추천위원회는 파이널리스트 후보자 6명을 대상으로 2월 7일과 8일 이틀간 심층 대면 면접을 실시했다. 후추위는 장인화 후보에 대해 “미래의 도전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과감하게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그룹의 핵심 사업과 개선점에 대한 확실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미래 비전을 명확하게 실현해낼 수 있는 최적의 후보”라고 평가했다. 후추위는 또 “장 후보가 그룹 내부의 조직문화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인화 전 사장은 서울대학교 조선공학과 학·석사, MIT 해양공학 박사를 취득하고 1988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으로 입사했다. 이후 RIST 강구조연구소장, 포스코 신사업실장, 철강마케팅솔루션실장, 기술투자본부장, 기술연구원장 및 철강생산본부장 등을 역임한 철강 및 신사업분야 전문가다. 지난 2018년 포스코그룹 회장 선출 당시 마지막까지 최종우 현 회장과 경쟁했던 만큼 능력 면에선 검증된 후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정우 회장 취임 이후엔 포스코의 철강부문장(대표이사 사장)으로서 신사업과 마케팅 및 해외 철강 네트워크 구축 등 그룹 사업 전반을 경험했고,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데 일조했다.

포스코 재임시절 AI 신기술을 이용한 제철소 스마트팩토리 체계를 구축해 국내기업 최초로 세계경제포럼 '등대공장' 선정을 주도했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포스코의 미래 먹거리인 이차전지소재 및 원료 중심의 그룹 신사업 기반을 마련하는데 기여했다.

위기 극복하고 능력 입증해야

향후 장인화 후보에게는 부진한 철강 시황과 미래사업 수익성 감소라는 리스크를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특히 포스코 매출 비중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여전한 그룹의 ‘근본’인 철강의 부진 극복이 시급하다. 지난해 포스코그룹의 철강 부문 매출은 63조5390억원이다. 미래사업인 이차전지분야의 매출액은 4조8220억으로, 여전히 규모 차이가 현격하다. 포스코홀딩스의 지난해 철강부문 영업이익은 2조5570억원으로 2022년 대비 21%가량 감소했다. 철강의 부진으로 포스코홀딩스 전체 영업이익 역시 2022년 대비 27.2% 줄어들었다.

글로벌 철강시장의 판도도 급변하고 있다. 유럽연합이 본격적으로 탄소국경조정제(CBAM)를 실시하며 산업군 전방위에 탈탄소 압박을 가하고 있고, 중국은 내수시장 부진으로 대량의 철강 물량을 해외로 풀며 저가 철강 공세를 심화하는 중이다. 일본제철은 미국 US스틸 인수를 결정하고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일본은 엔저를 바탕으로 한 가격경쟁력으로 국내 열연강판 시장에 진출 중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은 반덤핑 제소를 검토 중이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인도를 중심으로 꾸준히 조강 생산량을 늘리며 글로벌 시장 파이를 늘리고자 한다.

장인화 후보의 내정에는 바로 이런 외부 요인들을 고려해 ‘철강통’ 출신 경영인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뒷받침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희재 후추위 위원장은 “장인화 후보가 저탄소 시대에 대응하는 철강사업 부문의 글로벌 미래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부문의 본원적 경쟁력을 높이는 작업을 충분히 잘 수행할 것으로 후추위는 판단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번 선임절차를 통해 포스코 내부인사가 단독후보로 내정되며 적격성 논란이 뒤따라올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최정우 현 회장과 후추위 소속 사외이사 7인, 장인화 후보까지 해외 호화 이사회 의혹으로 경찰에 고발당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장 후보는 지난 2019년 중국 출장 당시 7일간 백두산 일대를 여행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다만 후추위는 이사회의 논란과 별개로 회장 선임절차는 공정성에 기반해 실시했다는 입장이다. 박희재 위원장은 “투명성과 공정성, 객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후추위 위원 모두가 뜻을 같이했다”며 “외부의 간섭없이 독립적으로 책무를 수행하는 데 혼신을 다했다”고 항변했다.

장 후보가 회장에 취임해 안정적인 경영능력으로 일련의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인화 회장 후보 프로필]

○ 포스코 자문역                                                                2021.3월 ~ 現

○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 철강부문장                               2018.3월 ~ 2021.2월

○ 포스코 사내이사 부사장, 철강생산본부장                    2017.3월 ~ 2018.2월

○ 포스코 기술투자본부장(기술연구원장 兼) (부사장)    2016.2월 ~ 2017.2월

○ 포스코 철강솔루션마케팅실장(전무)                            2015.3월 ~ 2016.1월

○ 포스코 신사업관리실장(전무)                                        2014.3월 ~ 2015.2월

○ 포스코 신사업실장, 신성장사업실장(상무)                   2011.2월 ~ 2014.3월

○ 포항사업과학연구원 강구조연구소장(상무)                 2009.3월 ~ 2011.1월

○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연구위원, 수석연구원                  1996.3월 ~ 2009.2월

-건축구조연구실장 , 강구조연구팀장

○ 포스코건설 기반기술연구팀장 (부장)                            1994.3월 ~ 1996.2월

○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주임연구원               1988.6월 ~ 1994.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