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돔 전광판에서 송출된 글린트·프레시안 영상 광고. 출처=LG생활건강
일본 도쿄돔 전광판에서 송출된 글린트·프레시안 영상 광고. 출처=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이 해외사업을 앞세워 재도약을 꾀하고 있다. 올 한해는 일단 ‘전년 대비 한자릿수 매출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경영 목표도 내걸었다. 중국 수요 침체 여파로 2년 연속 매출이 내리막길을 걷는 등 역성장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올해 북미 시장에서 ‘빌리프’, ‘더페이스샵’, ‘피지오겔’, ‘닥터그루트’ 등 뷰티앤퍼스널케어(BPC) 브랜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빌리프 기준 현지 글로벌 뷰티 체인 ‘세포라(콜스 백화점 파트너십 매장 포함)’ 입점 매장수만 1000여곳 이상에 달한다.

북미 시장을 적극 두드리기 위한 신규 인수합병(M&A) 기회도 물색한다. 앞서 LG생건은 2019년 미국 화장품 회사 ‘더 에이본’에 이어 2020년 피지오겔의 아시아·북미사업권을 차례로 인수했다. 2022년에는 미국 색조 화장품 브랜드 ‘더 크렘샵’ 지분 65%를 확보하며 M&A 행보를 이어갔다.

중국 시장에서는 LG생건 간판 럭셔리 뷰티 브랜드인 ‘더후’의 리브랜딩을 승부수로 띄운다. LG생건은 지난해 9월부터 현지 인기 제품인 더후 천기단 제품을 리뉴얼해 선보이고 있다. 2019년 이후 4년 만에 리뉴얼 기념 행사인 ‘더후 천기단 아트 페어 인 상하이’를 열며 오프라인 브랜드 행사를 재개하기도 했다.

일본의 경우 ‘힌스’의 가세로 현지 공략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LG생건은 지난해 9월 국내 색조 화장품 브랜드 ‘힌스’ 모회사인 비바웨이브의 지분 75%를 425억원에 인수했다. 힌스는 해외 매출이 전체의 50%를 차지하는데 이 중 일본 비중이 가장 높다. 여기에 메이크업 브랜드 ‘VDL’, ‘글린트’, ‘프레시안’의 현지 마케팅 전개에 주력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빌리프’ 제품. 출처=LG생활건강
‘빌리프’ 제품. 출처=LG생활건강

LG생건이 해외사업에 공들이는 이유는 역성장 기조로부터 탈피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가 역성장으로 돌아선 시기는 2022년이다. 지난해에는 4년 만에 연간 매출이 6조원대로 내려앉았다. 2021년까지만 해도 LG생건은 연 매출 8조원을 돌파하며 실적 경신 행보를 이어갔다.

실적 부진을 야기한 원인으로는 ‘중국 시장 침체’가 지목된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중국 내수 소비 위축이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애국소비(궈차오)’ 열풍까지 더해지면서 중국내에서 수입 화장품 브랜드들이 밀리는 추세다. 지난해 말 ‘광군제’ 기간 동안 티몰·틱톡 등에서 자국 브랜드 ‘프로야’가 1위에 오른 사례가 대표적이다. 광군제는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 행사다.

자연스레 중국에 쏠려 있던 해외사업 무게추도 북미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북미 지역 매출액은 60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늘었다. 같은 기간 중국 매출(7511억원)은 20% 줄었다. LG생건이 2021년 중국 지역에서만 1조원대 매출을 올렸던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2023년 기준 LG생건의 해외 매출 비중은 전체의 30% 수준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전년 대비 한자릿수 매출 성장을 목표로 글로벌 브랜드 육성 및 성장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며 “북미·일본·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중국 시장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되 브랜드 자산 가치 제고에 힘쓰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