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소영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소영

“우리나라 최초로 문을 연 자동차 드라이빙 센터입니다. 꼭 BMW 오너가 아니여도 BMW 차량을 체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프로그램 신청이 가능합니다”

지난 5일 방문한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는 ‘BMW’에 관한 모든 것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직접 운전석에 앉아 서킷을 주행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오프로드나 나이트 드라이브(야간주행)와 같은 이색적인 주행도 가능하다. 

BMW 드라이빙 센터는 2014년 문을 연 한국 최초의 자동차 드라이빙 시설로, 트랙과 고객 체험 시설이 한 곳에 있다. 설립 과정에서 총 895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만큼 다양한 시설과 29만1802㎡의 드넓은 공간을 자랑한다.

실내 BMW 차량 전시공간.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소영
실내 BMW 차량 전시공간.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소영

센터에 들어서면 일렬로 쭉 늘어서 있는 BMW 차량들이 눈에 들어온다. BMW 차량만 있는 것은 아니다. MINI부터 롤스로이스, 모토라드까지 BMW 그룹의 여러 신차들을 확인해 볼 수 있다. BMW 드라이빙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아도 차량을 구경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손님들도 적지 않다.

가족 단위 방문객을 고려한 배려도 담겨있다. 메인 공간 2층으로 올라가면 어린이를 위한 ‘주니어 캠퍼스’가 나타난다. 주니어 캠퍼스는 만 7세 이상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장소로, 성인들은 평상시 이용할 수 없다. 이날 체험한 프로그램은 재활용품을 활용한 친환경차 모형 만들기, 자동차 속 기초 과학원리 체험하기, 직접 꾸민 BMW 가상 차량으로 레이싱 게임하기 등이었다.

만 7세 이상의 어린이들을 위한 주니어 캠퍼스. 사진=BMW코리아
만 7세 이상의 어린이들을 위한 주니어 캠퍼스. 사진=BMW코리아

BMW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부모님들이 서킷 주행 프로그램을 즐기는 동안 아이들은 주니어 캠퍼스에서 시간을 보낸다”며 “어른부터 아이들까지 고려한 프로그램들이 준비돼 있어 가족 방문객의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백미는 단연 서킷 주행이다. 트랙에 입성하기 전에 전문 인스트럭터가 올바른 자세와 핸들 파지법 등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기본적인 교육을 진행한다. 서킷은 시속 100㎞를 넘는 고속 주행이 기본이다 보니 왼발은 지지대에 완전히 붙여야 하며, 한 손 운전은 금지된다.

서킷을 달리는 BMW 고성능 차량.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소영

이날 트랙 주행을 위해 준비된 차량은 i4 M50, iX M60, i5 M60 xDrive, XM 등 총 4대 였다. 이중에서 XM을 제외한 모든 차량은 전기차로, 특유의 빠른 가속과 제동을 체험할 수 있었다. 코너에서는 내연기관 모델과 전기차 모델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했지만, 직선 주행에서는 전기차의 성능이 여실히 드러났다.

가속페달을 밟은지 3~4초도 되지 않았지만 시속 150㎞까지 금세 속도가 붙는다. 정숙함의 대명사인 전기차지만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켜면 레이싱카를 운전하는 것과 같은 엔진 소리가 내부를 울려 주행의 재미를 더한다.

전문 인스트럭터가 드리프트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소영
전문 인스트럭터가 드리프트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소영

더 정교한 기술을 익히고 싶다면 드리프트 주행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선택하면 된다. 고깔 사이를 지나다니며 얼마나 핸들을 돌려야 하는지 나름의 ‘감’을 잡고 나면 곧 빙빙 도는 드리프트 구간이 나온다. 전문 인스트럭터의 화려한 드리프트 시범과 달리, 일반인들은 빠른 속도로 도는 것이 전부였지만 핸들을 빠르게 돌리며 몸이 쏠리는 나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택시 드라이빙 프로그램은 아직 운전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들이 선택하기 좋은 프로그램이다. 전문 드라이빙 인스트럭터가 운전하는 차에 동승해 서킷을 주행하면서 이전에 구현하지 못했던 드리프트와 같은 고난도 기술 체험이 가능하다.

오프로드 코스를 주행하고 있는 BMW X5.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소영
오프로드 코스를 주행하고 있는 BMW X5.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소영

트랙뿐만 아니라 오프로드나 장애물이 있는 구역에서도 택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물 웅덩이에서 빠져 나오기, 30도가 넘는 경사로에서 밀리지 않는 법 등 BMW 차량의 성능과 세밀한 조작에 대해 구체적인 인스트럭터의 안내를 들을 수 있다.  

지금까지 130만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이 곳을 찾았지만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는 연간 수십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오히려 운영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MW 그룹이 센터를 유지하는 이유는 BMW의 자신감이기도 하다. 

BMW 관계자는 “드라이빙 센터는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공간”이라며 “BMW 차량을 구매하지 않아도 이 곳에서 BMW 그룹의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갖고 돌아간다면 회사의 입장에선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8년 만에 벤츠를 제치고 국내 수입차 판매 1위 자리 탈환에 성공한 BMW는 적극적으로 고객에게 BMW 브랜드를 노출하고, 지속적인 접점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BMW 그룹은 영종도 드라이빙 센터를 단순 적자 사업으로 묶기보다 ‘고객 경험 확대’라는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