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가 많은 젊은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롯데쇼핑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가 많은 젊은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롯데쇼핑

롯데쇼핑 외형이 쪼그라들고 있다. 최근 베트남몰 성적이 두각을 나타냈지만 전체 매출 신장을 견인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 전반적으로 사업 성장성이 제한된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지난해 연간 실적은 매출액 14조6741억원, 영업이익 4786억원으로 추정된다. 2022년 대비 매출액은 5.2% 감소, 영업이익은 24% 증가한 수준이다.

눈에 띄는 점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큰폭으로 성장한 부분이다. 2023년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7510억원과 1739억원으로 예상된다. 2022년 4분기 대비 매출액은 1%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86.8%나 증가했다. 영업이익 성장에도 외형축소는 숙제다. 롯데쇼핑은 오프라인 중심 사업 모델 유지로 점점 커지는 온라인 쇼핑에 자리를 뺏기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베트남 승승장구에도 전체매출은 ‘축소’

롯데쇼핑은 지난달 22일 베트남 시장에서의 선전을 소개했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하노이점)’가 개점 122일만에 매출 1000억원을 기록한 것이다. 이는 롯데가 하노이 서호(西湖)에 ‘베트남판 롯데타운’을 선보이겠다는 의지로 조성했다. 하노이점은 연면적 35만4000㎡(약 10만7000평) 규모의 쇼핑몰, 마트, 호텔, 아쿠아리움, 영화관이 결합한 초대형 상업복합단지다. 누적 방문객만 500만명을 넘는다. 하노이 전체 인구가 840만명임을 감안하면 하노이시민 3명 중 2명이 방문한 셈이다. 누적 구매건수도 60만건에 육박한다.

하노이점의 성공은 MZ고객 유인에 있다는 평가다. 롯데쇼핑은 쇼핑몰 입점사(총 233개) 중 약 40%(85개)를 현지에서 보지 못한 특화 매장으로 꾸몄다. 이 부분이 하노이 MZ세대의 적극적인 구매욕구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MZ고객의 매출 상위 브랜드는 ▲하노이 최초로 오프라인 매장을 유치한 ‘러쉬’ ▲가성비 아우터가 다양한 ‘자라’, ‘유니클로’ 등 SPA 브랜드 등이다. 중국에서 쓴맛을 본 롯데가 오랜만에 낸 해외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지난달 18일 열린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에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처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만들어달라”며 하노이점 성공을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문제는 전체 매출 규모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향후 2년간 롯데쇼핑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024년 15조1527억원, 5890억원 ▲2025년 15조5529억원, 6619억원 등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2018년(17조8208억원, 5970억원)과 2025년 추정 실적을 비교하면 매출액은 85%, 영업이익은 111% 수준이다. 영업이익만 생각하면 긍정적이지만 매출 우려는 여전하다. 점포 축소와 비용 절감 등으로 인한 불황형 흑자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롯데쇼핑 IR자료에 따르면 2021년 대비 2023년 구조조정 대상 점포가 737개점에서 603개점으로 줄었다. 사진=롯데쇼핑
롯데쇼핑 IR자료에 따르면 2021년 대비 2023년 구조조정 대상 점포가 737개점에서 603개점으로 줄었다. 사진=롯데쇼핑

백화점 부문, 단기는 반짝…장기는 어둑

2020년 2월 롯데쇼핑 측은 대대적인 점포축소를 언급한 바 있다. 당시 롯데쇼핑은 3~5년 안에 오프라인 매장 700여개 중 30%에 육박하는 점포 200여곳의 폐점 계획을 밝혔다. 먼저 H&B스토어 롭스가 2021년말 기준 49개 매장에서 이듬해 0개 매장으로 완전 철수 수순을 밟았다. 동기간 수퍼도 47개점이 줄었다. 구조조정 대상 점포는 2021년 737개점에서 지난해 603개점으로 100개점 넘게 축소됐다. 롯데하이마트도 점포를 74개 줄였다.

롯데쇼핑이 다음으로 칼을 댈 부문은 백화점으로 예상된다. 롯데쇼핑은 구조조정 대상 중 아울렛‧쇼핑몰‧위탁점을 포함하는 백화점 사업부만은 폐점 없이 베트남에서 1개점을 추가했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롯데백화점은 국내 70개 백화점 중 45.7% 해당하는 32개점을 보유 중이다.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백화점은 거의 절반에 달하는 전국 점유율에도 2022년 대비 매출액이 0.2% 줄어든 13조7434억원을 기록했다.

서울과 달리 지방 백화점은 침체가 뚜렷하다. 2023년 나란히 백화점 매출 순위 2‧3위를 기록한 잠실점(2조7569억원)과 소공동 본점(2조129억원)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각각 6.1%와 3.7% 증가했다. 반면 ▲25위 동탄점(3.5%↓) ▲32위 수원점(6.1%↓) ▲41위 광주점(7.9%↓) ▲43위 전주점(3.4%↓) ▲44위 울산점(2.3%↓) ▲50위 대구점(9.3%↓) ▲51위 동래점(4.3%↓) ▲54위 일산점(7.5%↓) ▲66위 센텀시티점(10.1%↓) 이외 13개점은 매출액이 하락했다. 롯데백화점은 전체 3분의 2 점포에서 매출하락을 경험한 셈이다.

이는 장기적 안목 부재 영향으로 풀이된다. 일부 지점을 제외하고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기준 국내 백화점 매출액 점유율은 34.7%(13조7434억원)로 높지만 이익하락 점포가 절반 이상일 정도로 실속은 챙기지 못했다. 전국 최고 입지로 꼽히는 잠실점과 소공동 본점을 제외하고 10위권 내 점포는 8위에 오른 부산본점뿐이다.

타사는 달랐다. 신세계백화점은 매장수가 13개에 불과하나 10위권에 4개점이나 이름을 올렸다. 현대백화점도 16개 점포 중 3개 점포가 10위권 내에 포진했다. 롯데백화점의 투자대비 효율 저하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롯데백화점이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한 사이 백화점업계는 달려갔다. 무엇보다 롯데의 연고지인 텃밭 부산에서 신세계에 밀려 센텀시티점 연매출이 2022년 대비 신장률 저하가 두자릿수라는 점은 뼈아프다. 신세계는 최근 백화점 성공 공식인 대형화, MZ고객 모시기로 부산센텀시티점 이외에도 백화점업계 최초로 연매출 3조원을 돌파한 강남점, 대전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아트앤사이언스점으로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최단기 연매출 2조원을 기록한 더현대서울로 여의도 상권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마트쪽에서도 롯데쇼핑의 국내 사업 장기 계획에 치밀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폐점 외에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적 저하 점포를 정리하면 비용은 줄이면서 부동산 매각으로 인한 이익이 반영돼 단기적인 실적향상이 예상된다. 장기 계획은 치열한 고민을 거쳐 나와야 하지만 그 부분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장기 계획은 구체적으로 ▲신선식품 강화 그랑 그로서리 ▲주류 특화 보틀벙커 ▲자체(PB)상품 확대 ▲CFC(풀필먼트센터)로 온라인 그로서리 강화 ▲외국인 관광객 특화매장 조성 등이 있다. 외국인 관광객 특화매장 이외 타사와 차별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2월 시작한 할인 프로젝트인 ‘이번주 핫프라이스’마저 월별로 다양한 품목을 할인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힌 타사와 달리 단일종목에 불과해 ‘성의 부족한 따라하기’라는 비판도 있다.

지난해 9월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기념식에 참여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다. 사진=롯데쇼핑
지난해 9월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기념식에 참여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다. 사진=롯데쇼핑

신동빈 회장 ‘철퇴’ 통할까

롯데쇼핑은 이제 문어발식으로 확장한 사업의 ‘정리’를 앞두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30일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몇년 해도 잘되지 않는 사업은 앞으로 몇가지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부진사업 매각의 본격화를 시사한 것이다.

유통 기업 다수가 매각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당 인터뷰에서 신 회장은 “매각과 동시에 4개의 신성장 영역을 정해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바이오테크놀로지와 메타버스‧수소에너지‧이차전지 소재 등 미래 성장 전망 사업으로 교체를 점점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신성장 영역에는 롯데그룹 주력 사업 중 하나인 유통이 없다. 비주력으로 분류된 유통의 축소가 예상되는 이유다.

이는 롯데쇼핑에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그동안 문어발식으로 벌여놓은 지분인수나 방만하게 운영된 사업의 군살을 뺄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슬림한 조직 운영으로 필요한 곳에 집중 투자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롯데그룹은 2021년부터 다양한 인수합병(M&A)을 진행하며 1년만에 1조원을 투입해 투자업계 ‘큰손’으로 등극했다. 롯데쇼핑 내에서도 ▲중고나라: 300억원 ▲한샘 전략적투자자(FI) 참여: 2995억원 ▲초록뱀미디어: 250억원(롯데홈쇼핑 단독) 등의 투자가 진행됐다. 이 중 초록뱀미디어 투자건은 지난해 가을께 풋옵션(주식매도청구권) 행사로 투자금을 전액 회수한 상태다. 이외에 중고나라와 한샘 등은 현재 시너지가 나지 않는다는 판단이 다수로 지분 매각 가능성이 높다. 2020년 출범 이래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롯데온도 퇴출 우려가 제기된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2017년 이후 지속적인 비경상적 손실로 인해 연간순손실을 기록했다”면서도 “2023년은 자산손상의 규모 축소로 인해 연간지배순이익 1120억원을 기록해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롯데쇼핑은 오는 8일 2023년 4분기 잠정실적을 공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