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분양·미입주 주택을 둘러싼 상황은 서울 안보다 밖이 더 심각하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정차하는 역과 가까운 수도권 일부 단지들이 최근 분양을 무기한 중단하거나 장기간 미분양 물량을 털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분양가와 금리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금리가 높은 상황에선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해결되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

6일 오후 사정을 알아보니 ‘의왕라피아노(2022년 준공)’는 지난달 미분양으로 남은 물량들에 대한 분양을 돌연 중단했다.

지난달 분양을 무기한 중단한 한 단지의 주변에 위치한 아파트인 의왕역푸르지오라포레 전경. 사진=다음 부동산
지난달 분양을 무기한 중단한 한 단지의 주변에 위치한 아파트인 의왕역푸르지오라포레 전경. 사진=다음 부동산

지난달까지 분양을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GTX 정차역과 초역세권인데다 자연 환경도 뛰어난데 고분양가 때문에 분양이 잘 안 됐다”며 “분양 재개 시점은 알 수 없다. 현재는 계약을 체결했던 몇몇 사람들에게 계약 해지에 대한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곳은 지난달 25일 첫 삽을 뜬 GTX-C 노선이 정차하는 경기도 의왕역과 차로 6분 거리에 있다. 분양가는 전용 면적 85㎡(약 26평)를 기준으로 9억5000만원에 형성돼 있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차로 1분 거리의 단지인 ‘의왕역푸르지오라포레’는 같은 면적이 지난달 25일 6억원대에 팔렸다. 인근에서 5대 건설사가 지은 아파트의 시세보다 3억원가량 비싸게 팔다가 잔여 물량 털기에 실패한 것이다.

GTX 정차역과 가까운 단지 중에서는 고분양가 논란에 수억원을 깎았는데 물량이 남은 곳도 있다.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의 ‘푸르지오파크라인’은 회사가 보유한 물량(84㎡ 기준)들을 첫 분양 시점(2022년 5월)의 가격(8억원대)보다 대폭 내린 5억원대에 분양하고 있다. 연내 GTX-A 노선이 통과할 운정역과 차로 약 10분 거리에 있는 이곳은 내년에 입주를 앞둔 상태다.

인근 부동산 사무소 관계자는 “너무 미분양이 많아서 금액을 크게 깎아주고 수개월 뒤 재분양을 한 곳”이라며 “이곳이 ‘할인분양’ 단지로 알려져 있는데 할인분양은 입주 시점에 가까워져서야 잔여분을 덤핑(싸게 물량을 파는 일)치는 걸 뜻하는 것이라 정확하게는 재분양 단지로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운정역 주변의 비아파트 중에서도 소형 단지에선 최근 정부가 꺼낸 ‘주택수 제외’라는 당근마저 통하지 않고 있다. 역과 단지를 연결하는 육교가 있는 아파텔인 ‘브릿지10’은 오는 8월 입주가 예정됐지만 6일 오후 기준으로 51~55㎡(약 15~17평)의 분양률이 60%대에 머물고 있다.

앞서 정부는 1·10대책에서 2년(2024년 1월 10일~2025년 12년 31일) 동안 지어지는 전용 60㎡ 이하(수도권 6억원 이하) 소형 신축 비아파트(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빌라)를 살 때 취득세를 최대 50% 감면하고, 각종 세금을 산정할 때 이를 주택 수에서 빼기로 했는데 이런 조건을 갖추고 GTX와 바로 연결된 곳도 수요자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것이다. 운정지구는 한 때 경기 북부권의 부동산 시장 대장주로 떠오르며 건설사들이 앞다퉈 3.3㎡(1평)당 2000만원 이상의 고가 단지를 지은 곳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GTX가 부동산 시장의 대형 호재임에도 수혜지의 단지들이 고전하는 이유로 고분양가 외에 고금리를 꼽는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금리가 낮아야 집값이 더 오를 거란 희망이 생겨 부동산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요인은 금리일 수밖에 없다”며 “물가 상승과 같은 이유로 한국은행이 당분간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으로 시장에서 전망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달라지지 않으면 부동산에 있어서도 아무리 호재가 있다 한들 소비 심리가 개선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