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퀸즐랜드주에 공급될 현대로템의 전동차 조감도. 사진=현대로템
호주 퀸즐랜드주에 공급될 현대로템의 전동차 조감도. 사진=현대로템

현대로템 철도 사업 부문 ‘레일솔루션’이 최근 국내외에서 연이은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성공시키며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폴란드향 K2 전차 납품을 시작으로 호조세에 올라탄 디펜스솔루션과, 미래 먹거리로 급성장 중인 에코플랜트 사업과 함께 향후 현대로템 실적을 견인할 삼두마차로 다시금 떠오르는 모양새다.

앞서 현대로템은 2023년 연간 실적을 지난달 31일 공개했다. 매출 3조5874억원, 영업이익 2100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동기 대비 매출 13.4%, 영업이익은 42.4% 증가했다. 이 중 디펜스솔루션 부문의 매출은 1조5781억원으로 49% 늘어났다. 에코플랜트 부문은 4557억원으로 40% 뛰었다. 반면 레일솔루션 부문은 1조5536억원으로 13% 줄었다. 기존 레일솔루션 부문에서 수주한 대형프로젝트들의 납기가 종료되면서 한동안 매출이 위축된 탓이다. 더불어 2020년과 2021년 신규 수주의 부재가 2023년의 매출액 감소로 이어졌다.

레일솔루션의 매출이 감소했음에도 현대로템은 여유롭다. 지난해부터 다시금 대형 프로젝트를 연속으로 수주하며 수주잔고를 대폭 쌓았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현대로템 레일솔루션 부문의 수주잔고는 11조4096억원으로 53% 증가했다. 넉넉해진 수주잔고는 2024년 말경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로템 주요 실적 현황. 사진=현대로템 IR 자료집
현대로템 주요 실적 현황. 사진=현대로템 IR 자료집
현대로템 수주잔고 추이. 사진=현대로템 IR 자료집
현대로템 수주잔고 추이. 사진=현대로템 IR 자료집

먼저 지난해 3월과 4월 한국철도공사와 SR이 각각 발주한 7100억원, 1조800억원 규모의 동력분산식 고속차량(EMU-320) 공급 사업을 수주하며 대형 프로젝트의 포문을 열었다. SR에겐 4편, 112량 규모의 고속열차를 제공한다. 향후 15년 간의 유지·보수도 도맡는다. 국내에서의 고속차량 납품 포트폴리오는 향후 글로벌 고속철도 시장 수주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뒤이어 지난해 7월 3일엔 호주 퀸즐랜드주에서 1조2000억원 규모의 전동차 공급 사업을 수주했다. 해당 사업은 현대로템이 지금까지 해외에서 따낸 철도 사업 중 최대 규모다. 차량 설계, 자재 구매, 현지 기술 이전, 품질관리 및 하자보수 등 사업 전반을 맡는다.

또한 대전 도시철도 2호선에 수소트램 기술을 제안하며 협상에 나선 결과, 대전시는 지난해 11월 7일 2호선을 수소연료전지를 쓰는 수소트램으로 건설하겠다고 결정했다. 현대로템은 바이오 가스를 활용한 수소생산시설·충전시설에 9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트램 운행에 필요한 수소를 시중 공급가격의 절반 수준인 1㎏당 4344원으로 30년간 시에 공급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지난달 23일엔 김포골드라인의 새로운 운영사로 선정되며 철도 납품과 운영 면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엔 미국 LA 메트로 전동차 사업을 따내며 일련의 레일솔루션 성장세에 화룡점정을 달성했다. 현대로템은 지난달 2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교통국으로부터 LA 메트로 전동차 공급 사업의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고 29일 공시한 바 있다. 사업 규모는 6억6000만달러, 한화 8688억원 수준에 달한다. 현대로템의 2022년 연결기준 매출 대비 27.5%에 달하는 대형 사업이다. 계약은 현대로템의 종속회사인 현대로템 미국법을 주체로 수행했다.

현대로템 레일솔루션은 2000년대 초반 프랑스로부터 KTX 라이센스 넘겨받아 제작하던 시기를 지나 2014년엔 KTX산천 자체제작에 성공, 현재의 대형 수출업체로까지 성장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꾸준히 쌓아온 고속철도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노린다는 방침이다. 최저가입찰 제도 아래 과도한 가격 경쟁으로 수익성이 저조한 국내 시장에서만 국한되지 않으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일련의 노력의 결실로 현대로템은 현재까지 미국 포함 38개국에 5만량 이상을 수주한 실적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가 현대로템에 전달한 감사 팸플릿. 피난민들이 열차에 올라 대피하고 있다. 사진=현대로템
우크라이나가 현대로템에 전달한 감사 팸플릿. 피난민들이 열차에 올라 대피하고 있다. 사진=현대로템

앞으로의 성장세도 밝다. 향후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사우디 네옴시티 트램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 기회가 포진했기 때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현대로템의 주 무대로, 지난 2010년부터 준고속 전동차를 수주해 2027년까지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현대로템의 철도차량은 전쟁 피난민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데 핵심 역할을 하며 현지인의 든든한 친구로 자리 잡았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11월 23일 국토교통부, 국가철도공단 등과 함께 ‘철도 원팀 코리아’를 결성해 우크라이나 철도공사와 철도 재건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대로템은 향후 신규 철도차량(120량)의 제작과 유지보수, 철도차량 중수선 사업을 맡을 예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네옴시티 관련 철도 MOU를 체결하면서 중동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사우디 철도청에서 추진하는 2조5000억원 규모의 고속철 구매사업에 협력한다. 사우디 고속철 사업 수주를 성공할 경우, 한국산 고속철도의 첫 수출 사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