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갤럭시 Z폴드5 아이스블루, Z플립5 민트. 삼성전자=연합뉴스
왼쪽부터 갤럭시 Z폴드5 아이스블루, Z플립5 민트. 삼성전자=연합뉴스

중국 업체에 밀려 작년 4분기 폴더블 패널 시장에서 2위가 된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하반기에 삼성전자의 저가형 폴더블폰 출시를 계기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2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업체인 BOE가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세계 1위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지난해 4분기 폴더블 패널 출하량 1위를 차지했다. 중소형 OLED는 휴대폰, 테블릿 PC 등 비교적 크기가 작은 IT 제품에 사용되는 OLED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삼성디스플레이의 폴더블 패널 점유율은 36%로, 2021년 1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시장조사업체 DSCC가 밝혔다. 이는 작년 8월 출시한 삼성 갤럭시 폴더블 Z 5시리즈의 수요가 줄면서, 작년 4분기 삼성디스플레이의 폴더블 패널 출하량이 전 분기보다 80% 감소한 영향이다. 

반면 BOE 점유율은 42%로 전 분기 16%에서 큰 폭으로 성장했는데, 이는 BOE가 납품하는 화웨이, 아너,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폴더블폰 생산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3분기 중국 업체들의 폴더블폰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보다 106% 증가했다. 특히 아너가 신제품 ‘매직V2’를 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5’보다 얇고 가볍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빼앗았다. 

중국의 저가 폴더블폰 공세에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이 밀리면서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이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하반기부터 이러한 분위기가 반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에 S펜 입력 기능을 뺀 저렴한 가격의 폴더블폰을 내놓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차기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 폴드6(가칭)를 2종으로 늘려 출시할 계획이다. 전작처럼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S펜 기능을 탑재한 모델과 S펜 기능이 없는 모델을 추가 개발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갤럭시 Z폴드가 2종으로 늘어나는 것은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2019년 세로축을 중심으로 화면이 접히는 Z폴드를 첫 출시한 이후 매년 가을 신형 폴드 1종을, 2020년부터는 가로축으로 접히는 플립 1종을 선보여 왔다. 

삼성이 펜 입력 기능을 제외한 제품을 기획한 건 가격을 낮춘 ‘보급형 폴드’를 출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펜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펜 움직임을 인식하는 ‘디지타이저’라는 부품이 필수다. 대면적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으로 만들어지는 이 디지타이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제외한 일반 스마트폰 부품 대비 고가로 알려져 이를 빼면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다. 삼성은 디지타이저 외에도 다른 부품이나 성능에 차이를 둬 가격을 낮추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보급형 모델 준비는 폴더블폰 판매 확대를 위해서다. 모든 모델에 펜 입력 기능을 탑재해 소비자 접근성을 떨어뜨리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의 모델을 만들어 구매 부담을 낮추고,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판가가 내려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이 기기에 탑재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폴더블 패널 출하량 또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 IT 기업 분석 전문가는 “중국업체들이 ‘낮은 가격’을 무기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했던 만큼, 삼성전자가 저가의 폴더블폰을 내놓는다면 삼성전자가 점유율을 다시 되찾아올 수 있다”며 “지금 당장 삼성전자의 저가 폴더블폰이 얼마나 판매될지 추산하기 어렵지만, 삼성디스플레이 폴더블 패널 출하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