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사진=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일본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사진=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일본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며 양사 인수합병에 속도가 붙었다. 이제 EU(유럽연합)와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만을 남겨둔 가운데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에 최종 성공할 경우 LCC를 포함한 국내 항공사의 대규모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대한항공은 지난 31일 일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 소식을 전했다. 가장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했던 EU도 대한항공이 제출한 시정조치안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내릴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며, 사실상 미국이라는 관문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심사과정에서 EU 경쟁당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함께 운항하는 노선의 독과점 우려로 심사를 반려해 왔다. 대한항공은 EU 경쟁당국의 승인을 위해 아시아나의 화물사업 부문 매각을 결정하고, 유럽 4개 도시 노선의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반납 등의 내용이 담긴 시정 조치안을 지난해 11월 제출했다.

일본 경쟁당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자회사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까지 결합할 경우 한~일 노선에서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해당 노선에 대해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결합할 항공사들의 운항이 겹쳤던 한~일 여객 노선 12개 중 서울 4개 노선(오사카·삿포로·나고야·후쿠오카)과 부산 3개 노선(오사카·삿포로·후쿠오카)에 슬롯 일부를 양도하기로 했다. 경쟁 제한 우려가 없는 5개 노선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과정에서 국내 LCC들도 몸집을 불려갈 것으로 보인다. 양사가 인수합병에 성공하게 되면 LCC 자회사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통합돼 ‘메가 LCC’로 거듭나게 된다. 세 항공사가 보유한 항공기는 총 54대로, 통합 LCC가 탄생하면 규모 면에서 현재 LCC 1위 항공사인 제주항공을 넘어서게 된다. 대한항공은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별도법인으로 운영하다가 추후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할 예정이다.

수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도 수혜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티웨이항공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51% 증가한 1조3199억원, 영업이익은 1539억원이다. 실적 발표를 앞둔 제주항공의 지난해 매출은 138.21% 늘어난 1조6734억원, 영업이익은 1680억원을 기록했다.

일본 슬롯의 경우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등 국내 LCC가 나눠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항공사인 일본항공(JAL), 전일본공수(ANA) 등은 이미 국내선으로 충분한 수요와 수익성이 보장된 상황이라 한일 노선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다.

대한항공이 반납한 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로셀로나 등 4개의 유럽 슬롯을 나눠 가지게 될 유력 후보는 티웨이항공이다. 티웨이항공은 2020년 5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처음으로 크로아티아 노선 운수권을 배분받았으며 올해 6월 취항을 준비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티웨이항공에 유럽 노선 운수권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웨이항공은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근무할 현지 직원을 채용하기도 했다.

알짜 사업인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유력 인수 후보는 제주항공이다. 5000억원이 넘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해선 현금성 자산 확보가 중요하다. 국내 LCC중에선 제주항공이 3000억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지난해 화물기를 도입하는 등 공격적으로 화물사업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LCC 여객수가 사상 처음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여객수를 뛰어 넘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인수합병을 위해 슬롯 반납과 화물사업부 매각을 감행하며, 가시적으로 커지고 있는 국내 LCC 시장의 변화도 본격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