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지엑스가 28㎓ 대역 주파수 경매의 최종 승자가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월 25일부터 28㎓ 대역 주파수 경매를 시작, 1월 31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50분까지 1단계 다중라운드오름입찰(39~50라운드)을 실시한 후 오후 7시부터 2단계 밀봉입찰을 진행한 결과 스테이지엑스가 주파수 할당대상법인으로 선정됐다고 1월 31일 밝혔다. 

2010년부터 7전8기 도전 끝 제4이통사가 전격 출범하는 순간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제4이통사가 기초체력 및 어필 포인트, 나아가 정치적 리스크를 비롯해 장기적으로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등의 정국등을 영악하게 돌파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스테이지엑스 한윤제 입찰대리인이 주파수 경매가 열리는 서울 송파구 아이티벤처타워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테이지엑스 한윤제 입찰대리인이 주파수 경매가 열리는 서울 송파구 아이티벤처타워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속도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3년 7월 20일 밀리미터파인 26.5~27.3㎓ 대역(800㎒폭, 앵커 주파수 700㎒ 대역 20㎒폭) 주파수를 경매로 할당하기로 공고한 후 11월 20일부터 12월 19일까지 주파수 할당 신청을 접수를 받아 12월 19일 이동통신(IMT)용 주파수 할당 신청 접수를 마감했다. 

그 결과 3개 법인(세종텔레콤주식회사, (가칭)주식회사스테이지엑스, (가칭)주식회사마이모바일)이 주파수 할당을 신청하며 제4이통 레이스가 본격화됐다.

정부도 공을 들였다. 가계통신비 인하 등을 위해 제4이통사를 출범시키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28㎓ 대역 주파수 활용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감지되는 것도 의식해 앵커 주파수 700㎒ 대역 20㎒ 폭을 더한 '원 플러스 원'도 불사했다. 나아가 2018년 주파수 경매 당시 사업자당 1만5000대의 망 구축 의무가 있었으나 이번에는 6000대로 크게 줄였으며 주파수 할당 최저경쟁가격도 740억원으로 낮게 선정했다.

2018년 5G 주파수 할당 당시 책정한 최저경쟁가격인 2072억원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최대 4000억원 정책금융 지원도 나선다. 심지어 사업 성숙 이후 납부 금액이 점차 증가하도록 주파수 할당대가 방식도 변경해줬다. 심지어 주파수 할당 신청 적격여부 검토도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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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텔레콤 백기...승자는 스테이지엑스
1월 25일부터 시작된 주파수 경매는 일찌감치 이파전으로 굳어졌다. 제4이통사 단골손님인 세종텔레콤이 경매 첫날 일찌감치 중도 포기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세종텔레콤은 2015년 제4이통사에 도전했으나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 이번에는 알뜰폰과 이음5G를 통해 쌓아올린 노하우를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었으나 결국 후퇴를 결정했다.

본격적인 이파전은 치열하게 전개됐다. 경매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본격적인 쩐의 전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90개 핫스팟에 6000개 이상 기지국을 구축하고 다양한 B2B, B2C 전략을 가동한다는 스테이지엑스가 1월 31일 최종 승자가 됐다. 4301억원에 달하는 경매가를 기록하며 제4이통사 시대의 문을 활짝 열었다.

스테이지엑스는 "온라인 기반의 이동통신 서비스 유통구조 혁신, 그리고 클라우드를 활용한 인프라 비용 절감 측면까지 감안한다면 사업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면서 "진짜 5G를 구현할 것"이라 말했다.

사진=스테이지엑스
사진=스테이지엑스

넘어야 할 4가지 난관

스테이지엑스가 제4이통사로 선정되며 국내 통신시장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문제다.

먼저 기초체력이다. 주파수 경매가 과열 현상을 보이며 경매가가 지나치게 높아진 상태에서 소위 승자의 저주가 시작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스테이지엑스가 최근 8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고 밝혔으나 아직은 미온적인 반응이 우세하다.

더불어민주당 안정상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기존 이통사들마저 기술 성숙도와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 어렵다는 이유로 포기한 28㎓를 신규 사업자가 활성화하려면 막대한 투자와 엄청난 마케팅 비용이 들 수 밖에 없다”면서 “부실한 재정으로 나온 제4이통은 통신비 경감에 기여하기 어렵다. 과도한 특혜를 줘서 과점 구조만 깨면 통신비가 인하될 것이라는 건 착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제4이통사가 시장 활성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진정한 5G 구현이라는 큰 틀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으나, 기존 통신3사의 아성을 넘으려면 또 하나의 어필 포인트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28㎓ 대역 주파수 한계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도달거리가 짧은 주파수라 상용 서비스에 어려움이 클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어 기존 통신사도 이러한 이유로 해당 주파수 면허를 반납한 가운데, 스테이지엑스가 이를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제4이통사가 시장 경쟁 활성화는 커녕 통신3사의 알뜰폰 사업만 키워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최근 '해외 이동통신시장 구조 변화와 MVNO'를 주제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에서 4이통사와 같은 새로운 통신사가 출범할 경우 기존 통신사들은 이에 대비해 자회사 알뜰폰 사업을 키우는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렴한 요금제인 제4이통사에 대비하기 위해 자회사인 알뜰폰 마케팅에 집중, 오히려 시장 확장의 과실을 가져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럴 경우 독립 알뜰폰 사업자의 입지가 크게 축소되는 역효과가 벌어질 수 있다.

정치적 리스크도 있다. 현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제4이통사에 드라이브를 걸었으나, 사실 이 판단 자체가 지극히 정치적 판단이라는 말이 나온다. 경쟁을 통한 가계통신비 인하를 노린다는 것 자체가 4월 총선을 앞둔 정치적 고려사항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총선 이후, 혹은 정권이 바뀌면 제4이통사의 운명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예측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단통법 불확실성도 눈길을 끈다.

정부가 제4이통사 선정에 속도를 내면서 통신 3사의 강력한 마케팅을 전제로 하는 단통법 폐지를 추구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통신 3사와 제4이통사는 마케팅에 필요한 자금을 운용하는 수준이 크다. 이런 가운데 시장경쟁을 위해 제4이통사를 막 시작하면서 거대 통신 3사에게 막강한 마케팅 권력을 허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의욕을 보이고 있는 알뜰폰 시장도 단통법 폐지에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알뜰폰 업계가 막강한 마케팅 자본을 움직일 수 있는 이통3사에 대항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이통3사가 출혈경쟁을 불사하며 저가 마케팅에 돌입할 경우 알뜰폰 업계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통신 3사 알뜰폰 자회사들은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통신 3사와 연결되어 마케팅 전략 운신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통신 3사 알뜰폰 입장에서는 4이통사 출범 및 단통법 폐지로 '더블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단통법 폐지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지만,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