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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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디지털 헬스케어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보험사는 이를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에서 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반기는 분위기지만, 시민단체 및 의료계는 ‘민감한 의료·건강 정보 악용과 유출이 우려된다’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1일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30일 ‘상생의 디지털, 국민권익 보호’를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디지털 의료서비스 혁신안을 발표했다. 혁신안에는 비대면 진료 활성화 방안과 더불어 개인의 건강 정보 활용 방안 등이 담겼다.

복지부는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법’을 제정해 국민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이터 활용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디지털 헬스케어법으로 불리는 의료법 일부 개정안은 환자가 요청 또는 동의하면 병원이 개인의 건강·의료 정보를 민간 기업에 제공하도록 허용하고, 민간 기업이 개인 건강정보를 가명 처리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소비자가 개인의 진료 내역 등에 따른 맞춤형 건강 관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보험업계 역시 디지털 헬스케어법 통과를 기대하는 곳 중 하나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는 성장성이 한계에 다다른 보험사의 미래 먹거리로 손꼽힌다. 시장 전망도 밝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2019년 1909억달러에서 2025년 4508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2019년 2조2000억원에서 2025년 5조4661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보험업과의 시너지까지 기대할 수 있는 분야다. 보험의 전통적인 역할인 위험 보장에서 사전 예방 단계인 건강 관리까지 그 역할을 확대하고, 고객의 건강 관리를 통해 손해율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보험사들은 앞다퉈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을 내놓고 있다. 현재 삼성화재는 ‘애니핏 플러스’, 현대해상은 ‘하이헬스챌린지’를 운영 중이다. 한화생명은 ‘헬로’, 교보생명은 ‘케어’(Kare), 삼성생명은 ‘더헬스’, NH농협생명은 ‘NH헬스케어’ 등을 출시했다. KB손보는 지난 2022년 플랫폼을 넘어 디지털 헬스케어 자회사인 ‘KB헬스케어’를 설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험사 헬스케어 앱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미지근한 상태다. 우선 헬스케어 앱 대부분 일정한 걸음 수를 채우면 리워드를 제공하는 걷기 챌린지, 식단 추천 등 비슷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쳐서다. 보험업계는 공공 의료데이터 활용 등이 가능해져야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김도연 KB금융연구소 연구원은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의 핵심 역량은 데이터와 AI 역량으로, 고객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제안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의료계는 민감한 개인 정보인 건강·의료 데이터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무상의료운동본부 측은 “디지털헬스케어법이 통과되면 개인정보가 영리기업들에게 넘어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며 “민감한 병력과 가족력, 유전·건강정보 등이 기업에 넘어간다면 보험사들은 이런 정보를 빌미로 자신들의 시장을 넓혀 건강보험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간 기업으로 넘어간 건강·의료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에서는 유전자 분석 서비스 기업 23앤드미(23andMe)가 해킹을 당해 690만명의 유전자 데이터가 유출되기도 했다.

또다른 문제로는 데이터 전송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이 꼽힌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의료기관과 데이터 활용기관 간 원활한 데이터 전송을 위해서는 정보 전송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데 의료기관에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국내 금융 마이데이터의 경우 개별 금융기관이 연간 1억9000만원을 지출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