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 사진출처=연합뉴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출처=연합뉴스

뉴욕증시가 확 얼어붙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조기 금리인하 신호를 주지 않았고, 일부 빅테크들의 분기 실적도 실망감을 안겨서다.

3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17.01포인트(0.82%) 밀린 3만8150.30으로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79.32포인트(1.61%) 하락한 4845.65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45.89포인트(2.23%) 떨어진 1만5164.01로 장을 마감했다.

월간 기준으로는 다우지수가 1.2% 상승했고, 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1.6%, 1.0% 올랐다.

이날 연준은 이틀에 걸친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예상대로 5.25~5.50%로 동결했다. 지난해 9월, 11월, 12월에 이은 4회 연속 동결이다.

그런데 연준은 조기 금리인하에 대한 명시적 언급을 원하는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3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일축했다.

파월 의장은 “3월 회의 때까지 위원회가 3월이 금리인하를 할 시기임을 확신할 신뢰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경제가 예상대로 전반적으로 발전한다면 올해 어느 시점에 긴축 완화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면서도 ″(3월은) 아마도 가장 가능성이 높은 사례나 기본 사례라고 부르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제 전망은 불확실하고, 적절하다면 연방기금 금리의 현재 목표 범위를 더 오랫동안 유지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2% 목표로 둔화하고 있다는 데 확신을 갖고는 있지만 좀 더 큰 확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 금리선물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의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35.5%로 낮췄다. 한 달 전에는 70% 수준이었다. 대신 5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93.5%로 높였다.

대형 기술주들은 개장 초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은 전날 발표한 4분기 순이익과 매출이 예상치를 웃돌았으나 광고 매출이 예상치를 밑돌면서 7.35% 급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예상치를 웃돈 매출과 순이익을 내놓았지만 주가는 2.69% 하락했다.

뉴욕의 한 지역은행 주가가 폭락세를 보인 점은 은행주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파산한 시그니처은행을 인수한 뉴욕커뮤니티뱅코프는 이날 37.67% 폭락했다. 회사의 실적이 예상과 달리 순손실 전환됐고 자본 요건 충족을 위해 배당금을 대폭 줄였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다.

이날 발표된 민간 고용 지표는 시장에 안도감을 줬다.

ADP 전미고용보고서에 따르면 1월 민간 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10만7000명 늘었다. 12월에 15만8000명(수정치) 늘었던 것에 비해 증가폭이 줄었고 15만명 증가했을 것이란 전문가 예상치도 크게 밑돌았다.

1월 민간 부문 임금 상승률도 5.2%로 전달의 5.4% 증가에서 둔화했다. 민간 임금 상승률은 2022년 9월 이후 둔화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고용비용지수(ECI)도 계절 조정 기준 전 분기 대비 0.9% 올라 전분기(1.1% 상승)와 전문가 예상치(1.0% 상승)을 밑돌았다. 이는 2년 반 만에 최저 상승률이다. 그만큼 임금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채금리는 개장 초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오후 4시 기준 10년물은 11.3bp(1bp=0.01%포인트) 급락한 3.944%를 나타냈다. 통화정책에 미감한 2년물은 13.4bp 내린 4.225%를 가리켰다.

재무부의 국채발행 계획이 시장 예상치에 대체로 부합한 이유도 있다. 재무부는 다음 주에 1210억달러어치의 장단기 국채를 발행하고, 2~4월 장기 채권 발행을 전분기와 같은 수준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개별 종목으로는 '동체 구멍' 사고로 어려웠던 보잉이 분기 손실이 예상보다 작았다는 소식에 5.30% 올랐다.

테슬라는 이사회가 2018년 승인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 대핸 74조원 규모의 급여보상 패키지가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는 소식에 2.24% 떨어졌다.

AMD는 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으나 1분기 매출 전망이 예상치를 밑돌아 2.54% 하락했다.

유가는 미국의 원유·휘발유 재고가 늘었고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명확한 신호를 주지 않았다는 소식에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1.97달러(2.53%) 하락한 배럴당 75.8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는 1월 24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