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센터 정문. 사진=박상준
포스코센터 정문. 사진=박상준

포스코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차기 회장 최종후보군 6명의 면면이 공개됐다. 전통적으로 최종후보군에 외부인사를 배제해오던 그간의 기조와는 달리, 외부인사 3인이 최종 후보군에 포함된 것이 눈길을 끈다. 일각에서는 최근 포스코 이사회와 후추위 소속 사외이사를 둘러싼 호화 해외 이사회 등 배임 논란과 선임 절차의 공정성 논란 등을 의식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논란 딛고 파이널리스트 선정…2월 8일 최종 회장 확정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는 31일 위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8차 회의를 열고 파이널리스트 6명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날 후추위에서 확정한 파이널리스트는 김지용 현 포스코홀딩스 미래연구원 원장,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김동섭 현 한국석유공사 사장,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이다.

후추위는 이들 후보자를 대상으로 2월 7일~8일 양일에 걸쳐 심층 면접을 실시한다. 8일 오후 후추위와 임시이사회의 결의를 통해 최종 후보를 확정해 공개하고, 회장(CEO) 후보 선임안을 3월 21일 개최되는 주주총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포스코 회장 선임을 위한 일련의 과정은 순탄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선출 과정 내내 최정우 현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 이사진과, 후추위 소속 사외이사 7인을 향한 ‘배임론’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호화 해외 이사회 의혹은 지난해 12월 7일 포항지역 시민단체 ‘포스코 본사·미래기술원 본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회의(범대위)’가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과 사내·외 이사 등 16명을 업무상 배임,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금지에관한법 위반, 배임수증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범대위는 최 회장과 임원진이 지난해 8월 6일부터 12일까지 캐나다 이사회 일정을 소화하며 총액 6억8000만원을 출장비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해당 비용은 사규에 따라 포스코가 지불해야 하지만, 자회사인 포스칸과 포스코가 각각 3억1000만원, 3억2000만원씩 나눠 냈다는 혐의다. 이밖에도 이사회는 지난 2019년 중국 출장 당시 7일간 백두산 일대를 여행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이렇듯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앞선 회장 선출 사례들과 같이 파이널리스트 단계에서 외부인사를 배제한다면, 선출 과정의 공정성이 의심받는 등 후폭풍을 피할 수 없으리라는 관측이 업계를 중심으로 나왔다. 전통적으로 포스코 회장 최종후보군은 내부 출신 전·현직 인사로 구성돼왔다. 최정우 회장이 선임된 2018년에는 총 11명의 외부후보가 파이널리스트 직전까지 살아남았지만, 최종후보군에는 한 명도 포함되지 못했다. 앞선 2013년 회장 선임 당시엔 오영호 전 코트라 사장을 제외한 4명이 전부 포스코 내부인사 출신 최종후보였다.

이에 일각에선 “최정우 회장을 필두로 한 내부인사들의 신뢰도가 낮아진 상황에서 최종후보군이 내부인사로만 채워질 경우, 지난 KT 대표이사 선출 당시와 비슷한 양상이 연출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KT 이사회는 지난해 3월 구현모 전 회장의 연임 실패 후 윤경림 전 사장을 후보로 올렸다. 하지만 윤 전 사장은 구현모 전 회장의 측근이란 지적과 함께 ‘공정성’ 논란에 시달리다 끝내 사퇴했다. 결국 KT 이사회는 사외이사 전원을 새롭게 구성한 뒤 외부인사인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을 신규 대표로 선임했다.

결국 이번 8차 회의에서는 그간의 기조를 깨고 외부인사 3명과 내부인사 3명으로 구성된 균형 잡힌 파이널리스트가 발표됐다. 당초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돼온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과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사장 등은 최종 제외됐다.

후추위는 “전문성과 리더십 역량이 특히 우수한 인물들을 ‘파이널리스트’로 선정했다”며 “앞으로 심층 대면 면접을 통해 미래의 도전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과감하게 실행할 포스코 그룹 수장에 가장 적합한 한 명을 선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심사 단계마다 그 과정을 외부에 소상하고 투명하게 공개해 왔지만,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와 비밀보장 약속의 이행을 위해 파이널리스트 단계에서 명단을 공개하게 됐다”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포스코의 새 회장을 선출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는 책임감과 확고한 의지로 심사 과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점 다양한 최종 후보군 면면은?

내부인사 중 김지용 포스코 미래기술원장은 포스코 신소재사업실장, 인도네시아 법인장, 광양제철소장, 안전환경본부장 등 요직을 지냈다. 최근 포스코가 니켈 제련 합작사업 등으로 집중투자하는 인도네시아에 정통하며, 포스코의 미래먹거리인 친환경 미래소재, AI, 이차전지 소재 연구를 담당하는 미래기술원장을 역임했다는 점이 강점이다.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은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강구조연구소 소장, 포스코 재무투자본부 신사업관리실장, 포스코 철강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18년 회장 선임 절차 당시 최정우 회장과 함께 최종 2인에 드는 등 끝까지 경쟁한 만큼, 저력 있다는 평가를 듣는다.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은 최정우 회장과 오랜 시간 함께한 인물로, 사실상 ‘2인자’로 여겨지던 인물이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최정우 회장의 임기 만료 1년을 남겨두고 갑작스럽게 퇴임하고 그룹 상임고문 역할을 수행 중이었다. 이번 선임 절차를 통해 그룹 1인자로 거듭나며 현역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외부인사 중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은 포스코의 주력 사업인 ‘철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외부인사다. 지난 2010년 현대제철 대표이사에 선임된 이후, 2018년 현대로템 부회장으로 이동하기 전까지 9년간 대한민국 2등 철강사의 1인자 자리를 지켰다. 포스코그룹이 이차전지 등 신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지만, 철강은 여전히 매출액 비중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사업이다. ‘철강통’ 출신에 외부인사로서 내부 분위기 쇄신도 가능하다는 점이 뚜렷한 강점이다.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선임 초기 단계부터 유력 후보로 거론된 인물이다. 최근 포스코그룹이 주력으로 밀고 있는 ‘이차전지 부문 세계 1위 기업의 1인자’ 경력이 매력적이다. 특히 지난 2012년 LG화학 전지사업본부(현 LG에너지솔루션) 본부장을 역임하며 그룹의 이차전지 사업 토대를 닦은 것으로 유명하다. 신사업을 발굴하는 안목과, LG에너지솔루션의 안정적 성장을 견인한 인물이라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은 SK이노베이션에서 기술원장과 기술총괄 사장을 지낸 비철강 출신 인물이다. 재임 중 공사의 ESG경영 수준을 큰 폭으로 끌어올리며 미국 커뮤니케이션연맹이 주관하는 ‘LACP 2023 인스파이어 어워드’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더불어 세계적 탄소중립 기조에 맞춰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사업을 추진하는 등, 근래 포스코가 직면한 탈탄소, ESG경영 강화 요구를 이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