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시세가 다시 출렁이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후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시세가 주춤거렸으나 최근 현물 ETF 상품에 대한 재발견이 벌어지며 새로운 흐름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큰 틀에서 입체적인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사진=갈무리
사진=갈무리

무슨 일 벌어지고 있나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와이즈, 그레이스케일, 해시덱스, 블랙록, 발키리, BZX, 인베스코, 반에크, 위즈덤트리, 피델리티, 프랭클린의 11개 현물 비트코인 ETF를 전격 승인하자 시장의 기대가 커진 바 있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비트코인의 사용처가 확대되면 사회적 인식이 개선됨과 동시에 파급 효과가 비트코인 이외의 가상자산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다만 출시 이후로는 혼란이 더 컸다. 실제로 현물 ETF 자체를 두고 "의미없다"는 극단적인 반응까지 나왔다. 월가에서 '미스터 원더풀'로 불리는 유명 억만장자 투자자 케빈 오리어리는 13일(현지시간)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어떠한 가치도 없다"면서 비트코인 현물 ETF 매수보단 비트코인 자체를 보유하는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으나 이 역시 최소한의 '인정'에 불과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당장 게리 겐슬러 미 SEC 위원장은 현물 ETF라는 표현이 아닌 '현물 ETP(ETP· Exchange-traded product)'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이번 결정으로 투자자들을 위한 보호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등 이번 조치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대한 비전 창출일 것이라는 전망에는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현물 ETF 승인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전반에 대한 제도권 금융의 '백기'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시시하는 바가 크다. 실제로 겐슬러 미 SEC 위원장은 "SEC가 암호화폐 자산 증권에 대한 상장 기준을 승인할 의향이 있다는 신호가 결코 아니다"면서 "자금 세탁 및 제재 회피 등을 막으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비트코인 시세는 현물 ETF 승인 후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미 호재가 선반영된 상태에서 소위 뒷심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글로벌 거시경제가 답?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두고 혼란이 커지는 한편 시세 하락이 이어졌으나, 최근에는 분위기가 또 달라지고 있다. 시세 차익을 노린 매도 물량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으나 현물 ETF의 재발견도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록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량이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펀드(GBTC)를 추월한 장면이 눈길을 끈다. 그간 시세 상승세를 막았던 GBTC 자금 유출이 멈추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제임스 세이파트 블룸버그 ETF 분석가는 X를 통해 "거래 시작 불과 1시간 뒤 IBIT가 거래량에서 GBTC를 앞섰다"며 "신규 비트코인 ETF 9개 중 하나의 거래량이 GBTC를 처음 앞서는 날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거시경제 상황도 좋아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 IMF가 미국과 중국, 인도 등 신흥개도국의 견조한 성장세에 힘입어 2024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직전 전망치인 2.9%에서 3.1%로 0.2%포인트 올렸기 때문이다.

중동 지역의 불안이 여전하지만 큰 틀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잦아들고 있다는 신호다. 유동성 공급이 시작되며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 전반이 활력을 찾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비트코인 외 알트코인 시세도 덩달아 오르며 전체 가상자산 시장에 온기가 도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대장주 비트코인 상승에 보폭을 맞추는 현상이지만, 시장 전체가 고르게 성장하며 업계 전반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은 비트코인 및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유동성이 여전하기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강철국 이더리움랩스 부소장은 <이코노믹리뷰>와의 대화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기대가 다시 커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도 "아직 그 수혜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 보기에는 증명되어야 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